Home / Design / 미분류 / 일반 / Skono, 스코노 이야기 (7)

Skono, 스코노 이야기 (7)

Designed by Leena Kisonen / © SKONO

위의 일러스트레이션은 핀란드 디자이너 리나 키소넨과의 디자인 협업 결과다.  여러 패턴들에서 하나하나의 오브제를 도출했고, 패턴과 오브제들은 상품의 디자인에, 또 포스터나 패키지 등의 용도로 쓰일 것이다.  디자인 가이드북의 한 페이지로 2018 SS 디자인의 시그니처 심벌같이 쓰일 것이다.

내일 다시 출장길에 나선다.  지난 출장에서 한 달 정도 된 것 갔은데, 다시 내가 사랑하는 스웨덴의 말뫼로 떠난다.  이번 출장은 사진촬영의 목적이다.  그동안 사진작가, 아트 디렉션 회사, 모델 에이전시 등과 많은 일을 했고 그 결과를 뽑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적이다.  그래픽을 포함한 시각 디자인은 결과로 말한다.  이번 사진 촬영도 결과로 딱 보이는 것이 너무 명확하다.  아무리 그럴듯한 수식어와 계획이었어도 그 결과에 따라 일의 능력이 평가되는 일이다.  때론 잔혹하고 매정하다.  그래서 시각 디자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스트레스와 만족감의 줄타기에 익숙하다.  여기에 조금 디자이너로 성장한 사람들은 연루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매출도 걱정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디자인의 결과가 좋으면 매출로도 연결될 것 같은데 항상 그렇지마는 않다.  또 엉망인 디자인이 좋은 매출로 우연히 연결되는 경우도 있으나, 결코 오래가는 디자인은 아니다.  그래서 디자인 책임자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디자인 자체뿐 아니라, 시장을 읽고, 유행을 예측하고, 심지어 만들어 내기까지 해야 하는 종합 마케팅을 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순수 디자인을 한다고 하는 사람은 참 찾기 어렵다.  그런 사람을 만났어도 다른 여러 디자인과 섞인, 팔방미인 같은 디자이너들이 많다.  그건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반증이 아니라, 한 방면의 디자인으로는 생존하기 힘들어서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나 창조력에 대해 값을 처 주는 문화가 한국에 부족해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로 유행과 미래를 읽고, 경영과 기획을 아울러 꿰뚫는 예리한 디자이너가 있다면 오히려 한국에서 환영받을만한 일이기도 하다.  이것은 닭과 계란의 싸움같이 누가 먼저냐의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사진 촬영지인 말뫼는 현재 영상 4도이며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맑다가, 비로 돌아선다는 예측이다.  우리는 화요일과 수요일 촬영 스케줄을 잡고 스탭들을 스탠바이시켜 놓았다.  비상책으로 말뫼 역과 연락을 하여, 실내에 위치한 티켓부스와 긴 계단 쪽의 장소도 섭외를 했다.  좋아했던 기차 플랫폼은 국가 기간산업의 이유로 절차가 상당히 복잡했다.  차선으로 갖기엔 좀 넘치기도 했고…

일이 일정대로 된다면, 나는 말뫼 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minc, 밍스의 CEO인 샬롯타와 커피 약속을 했다.  그녀와는 두 번째 보는 사이고, 밍스의 방문은 세 번째다.  밍스는 정부가 투자하는 창업 지원 기관이고, 80년대 꺼져가는 말뫼의 성장 동력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퍼졌고, 많은 대기업의 이전, 확장, 투자의 제의를 받았다.  외뢰순드 다리로 연결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또 스톡홀름에서 인력이 모여들었고, 말뫼시는 인구가 늘어났으며 출생률이 증가했다.  그 한가운데 밍스가 있었다.  그녀는 지지난 방문 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알게 됐고, 지금 만남의 목적은 우수한 스타트업들의 한국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반대로 한국 기업의 북유럽 진출도 생각한다.

그 다음날은 스웨덴 요테베리시를 방문한다.  그곳에는 아주 유명한 커피회사가 있는데, 최근 베이커리로 사업의 폭을 넓혔다.  그곳을 방문하고 여러 이야기가 필요하다.  북유럽은 스타벅스가 맥을 못 추는 몇 나라 중의 하나다.  이유는 맛이 없어서다.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핀란드고 두 번째는 스웨덴이다.  미국 인구의 1/60 이 안되는 나라임을 생각하면, 인구 대비로 생각하면 미국보다 백배 이상 많은 커피를 마신다.  그렇기에 커피는 중요하다.  품질을 넘어서는 감성이 북유럽 커피집에는 필수다.  노르딕후스는 그게 필요하고 배울 필요가 있다.  2년 앞의 얘기다.

내 일은 앞을 모르는 탐험과 같은 일이다.  일하러 갔다가, 다음 일을 계획하고, 다시 그 일 때문에 그곳에 간다.  그런 경우가 항상 있어서 요즘엔 정말 중요한 일만 하는 편이다.  시간이 좀 더 나면 북극에 가서 가을 촬영과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  하루 이틀 일하고 며칠은 놀면서 다른 일들을 하는데, 이젠 오히려 다른 일들이 더 많아지는 모습이다.  나는 디자이너가 놀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음 편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창의력이 필요한 디자인은 머리를 짜낸다고 결코 훌륭한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  삶에서, 요즘에는 생존이란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지만 무엇이 먼저인가에 대해 참 고민이 많다.  위에도 말했지만, 한국에는 여러 방면에서 전문성을 가진 디자이너가 참 없다.  그때까지 생존을 못하고 도태됐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일에 남들과 같은 조건으로는 전문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시간, 생활의 품질, 경제적 만족 중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시기도 반드시 온다.  무엇이나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는 단계는 딱 취직까지다.  그 이후에는 자신의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  남들과 같은 집, 같은 음식, 자녀, 용돈, 시간, 교육을 받으며 전문성을 갖기 힘들다.  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는 선택의 순간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선택에서 좀 더 일을 하거나 자신의 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나는 이것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오히려 자신의 시간을 늘리고, 자신의 생활을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직 자신의 여유와 미래를 위한 학습 때문이다.  그 과정이 지나야 한 분야를 넘어 다른 분야가 보이고, 마치 두 가지 외국어가 섞여 서너 개의 외국어를 배울 수 있듯이, 다른 분야들이 다시 자신의 고유 분야에 전문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과 사진 몇 장으로 스코노가 몇 배의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것들은 스코노 브랜드뿐 아니라 그곳의 직원들, 연관 회사의 인력들이 경험하는 일들이다.  그 일들이 반복되고, 전해지고, 스스로 익숙해지면서 북유럽의 디자인을 만들고 북유럽의 감성을 이해한다면 어느 순간 수배의 매출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마치 개인의 일같이 회사도 열심히만 일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놀 때 놀고, 생각할 때 생각하면서 똑똑해져야 한다.  좋은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잘 하는 것뿐 아니라, 미래와 매출과도 연결할 수 있는 디자이너다.  좋은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상품을 넘어 다른 시장과 미래에 대한 지식과 꿈을 갖고 있는 회사다.  그냥 가지고만 있으면 욕심이고, 자신의 귀중한 하나를 걸고 도전을 해야 한다.

출장 중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계속 글을 올리겠다.  현재로서는 날씨가 가장 변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내가 바꿀 수 없으면 고민도 낭비다.  사고의 미니멀리즘이다.

 

by Luke

You may also like
노르딕후스에서 하는 일
Skono, 스코노 이야기 (10)
Skono, 스코노 이야기 (9)
Skono, 스코노 이야기 (8)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