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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ono, 스코노 이야기 (2)

Illustration by Leena Kisonen / twitter.com/LeenaKisonen

스코노와 협업을 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 얘기를 시작했는데, 참 이일은 시기적으로 미묘한 감이 있다.  좀 이르게 글을 쓰면 정보가 노출되는 경향이 있고, 좀 늦으면 일지같이 그냥 좋은 얘기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상대방, 또는 제삼자의 의견도 있을 수 있기에 이걸 괜히 시작했나 보다 하는 후회도 든다.  이 협업의 이야기를 말하는 목적은 이렇다.  협업이 흔히 생각하는 계약, 협동, 고용, 오더와는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일의 형태도, 그냥 그런, 한국에서 해봤자라는 말이 틀리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다른 두 사람이 얼마나 솔직하고 목적에 충실했는가, 또 순간적인 이익에 목이 매지 않고 일과 목적을 우선하여 생각하고, 그것에 예산을 접목해 또다시 생각해보는 그 단계가 한국에서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싶었다.  돈 던지고 남으면 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으면 안 하는 협업은 일이 아니다.  그냥 물건 팔이와 시장통 흥정과 무엇이 다른가.  왜 그 일이 필요하고, 그 예산이 안되면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던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 상당히 솔직한 주머니 속 얘기를 해야 한다.  우선 한국 문화의 주머니 얘기는 부부간은 물론이고, 부자 간에도 안 하는 게 상식이고, 나는 숱하게 그걸 보고 있다.  회사 사정이야 오죽할 것인가.  이 현실을, 알리기 위해 또 어떤 해결책들이 등장하는가를 솔직히 말하기 위해 진행과 거의 동시에 협업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스코노와 이야기를 처음 나눈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다.  스코노는 패션 브랜드로의 방향을 가지고, 발전하는 브랜드다.  한국을 벗어나고픈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방법은 한국에서의 것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건 사실을 알 건 모르건 해봐야 아는 것으로 알고, 그냥 밀어 붙일 수 없다는 걸 현명한 스코노의 가족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북유럽 브랜드로써, 북유럽의 디자인을 더욱 많이 한국에 알리고 싶다는 순수함도 한몫했다.  디자인 협업은 노르딕후스의 일상이다.  뭐 국경도 문화도 언어도 정하지 않은 상상들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현장이다.  나는 현재의 상황과 수용 가능한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쓸모 있는 디자인을 원했다.  그리고 북유럽의 아주 평범한 디자인의 기준을 보여줄 수 있는 평등을 원했다.  그래서 오랜 기간을 두고 조사된 북유럽의 트렌디 디자이너 리스트를 만들었다. (굉장히 귀중한 자료다.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디자인 회사는 수익을 만들 수 있다.)  그중에 다시 추석 연휴를 반납했다.  북유럽 식이 아니란 말도, 사랑으로 극복했다. (이것에 대한 글이 있다.  궁금하면 찾아서…)  그래서 선정된 6명의 디자이너.  현재 우리 사정에 응용 가능하고, 제품과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넘나들며, 트렌드를 만드는 북유럽의 디자이너는 이 중에서도 약 3가지로 분류됐다.  북유럽의 상징성을 테마로 삼는 디자이너, 개성과 상품에 특화되어 상업적 이용도가 뛰어난 디자이너,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색감, 놀라운 창의력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하는 디자이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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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회의 결과로 나온 제1순위의 디자이너는 핀란드의 디자이너 Leena Kisonen, 리나 키소넨이다.  그녀는 헬싱키 대학, 현재의 알토 대학을 졸업했고, 전공 관련 박사학위 수여자다.  그로 인해 학교에 출강을 했고, 완전한 디자이너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에도 가끔 강의를 맡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내 친구다.  이전 프로젝으로 만나 한국에 여행을 와서 만나기도 했고, 내가 출장을 갈 때면 항상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는 친구다.  한국에서 핀란드를 방문한 노르딕후스의 한 회원과 소개를 시켜주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김치찌개에 맛을 들인 친구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고추장 돼지 주물럭이다.  리나는 북유럽 감성에 특화되었다.  자연을 목숨같이 사랑하는 전형적인 핀란드 사람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넘치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  리나의 색깔, 상상력은 같은 디자이너인 내가 보아도 참 부러울 정도의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이번의 진행은 시간의 싸움이다.  시간을 여유로 생각하고, 일과 여가가 공존하는 북유럽의 문화에서는 쥐약과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일과 관련하여, 리나에게 그 어떤 언질이나, 대비, 예측의 실타래 같은 걸 알려주지 않았다.  스코노와 나의 의견이 어떤 방향으로 일치될 수 없는 상황에 누구에게 미리 언질 하는 것 자체가, 평등하지 않고, 만일 진행이 안될 경우 차분하지 못한 프로젝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나로 결정 난 그날 저녁 늦게 리나에게 장문의 안부와 오퍼를 보냈다.  그리고 그녀는 요즘 한 대형 마케팅 회사와의 프로젝이 아주 중요하단 걸 알고 있는 나에게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었다.  반갑다는 말과 함게 내가 기다릴걸 생각해서 우선 “아주 좋아 또 같이 일하게 돼서”란 답으로 승낙을 했다.  그리고 자세한 사항은 집에 들어가서 다시 연락한다고, 북유럽 사람 같지 않은 신속함을 보여 주었다.  그 이유는 리나가 일본과 워낙 많은 일을 해서이고, 나를 또 내 지랄 맞은 성격을 잘 맞춰줘서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로젝의 자세한 디테일과 비용의 얘기는 주말 중 정리하여 다음 주에 다시 합의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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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가 스코노의 내년 프로젝을 위해 맡을 일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그래픽이다.  하나의 테마로 표현되는 아트 작업으로 내년 북유럽 디자인 협업의 결과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색깔의 조합과 패턴, 심볼, 무드 등이 추출되고 서로 엮이면서 상품으로, 패키지로, 그래픽과 광고로, IT 홍보물로 보이게 된다.  일정은 말도 안 되는 한 달.  그녀는 11월 말 일본 출장이 예정되어 있고, 나는 북유럽 출장을 예정한다.  12월 초, 헬싱키에서 같이 보며 마무리 지으려던 계획은 틀어졌다.  아마 12월 중순 경으로 미팅을 늦추고, Final Composition을 받던지, 11월 리나의 출장 전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고작 한 달, 아직 계약은커녕 예산도 안 짰는데…  정말 북유럽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또는 일중독으로 오해를 사며 그동안 나는 북유럽에서 그렇게 일했다.  그런데 한국선 오히려 맨날 논다고 타박이다. (^^)  11월 초 디자인이 시작되고, 얼마 후 Rough가 나올 것이다.  그 후 수정, 변형, 조합이 일어날 테고, Final도 나올 것이다.  이것은 아직 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우선 디자인 협업은 잘 굴러간다.  벌써 내년이 노르딕후스에는 왔다.  내년 겨울도 오고 있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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