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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gom, 라곰, 천 년의 이야기

Photo by Michael Jönsson / imagebank.sweden.se

“정말 심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네.”  “족장님!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막내 항해사 니켈손이 돛대 꼭대기에서 소리쳤다.

“내려와 그만.  너무 오래 있었어.”  족장이라고 불린 사람은 사실 이 배의 선장이다.  6개월을 넘게 땅 끝까지 갔다가 오는 중이었다.  그들이 향했던 땅끝은 현재의 포르투갈.  강 건너 다른 부족에게서 들었던 바닷길로 따라갔는데도 꼬박 2달이 걸렸다.  가을에는 북해 해류가 급속히 바뀐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 이번 항해를 늦게 한 원인이다.  그나마 이번엔 새로운 과일이며, 곡물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오는 길에 막 공사를 시작한 작은 성에서 무기며, 금붙이들을 빼앗은 것도 꽤 괜찮은 성과였고.. 그래서 동료들이 투정 없이 좀 잠잠해지기도 했다.  계획된 4달을 훌쩍 넘긴 탓에 선원들에게 선장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족장님, 유틀란드 끝이 보입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소리치는 니켈손은 가족이 없다.  동생처럼 지내던 친구의 아들이다.  십여 년 전 니켈손의 아버지가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니켈손을 낳다가 니켈손의 어미는 죽었다.  고귀하게 자라라고 족장인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니켈손의 아버지는 항상 니켈손과 같이 하길 바랐지만, 고된 항해를 돌도 안 지난 아기가 겪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마침내 니켈손이 막내 일이라도 할 수 있을 무렵, 스코틀랜드 어느 바닷가에서 니켈손의 아버지는 전사했다.  그날 이후 니켈손은 육지에서는 나를 아버지라 불렀다.  배에서 선장이란 이름을 부르면 죽을 수도 있다는 무당말에 꼭 육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족장이라 불렀다.

“내려와라.  마지막 식사하고 나누자.”  “옛.”  “네.”  “네, 선장님.”  여기저기서 즐거움에 환호하며 대답했다.  마지막 식사는 화려했다.  아직 하루 이틀은 더 가야 고향에 갈수 있지만 바이킹들에게 고향 바다를 보며 갖는 식사는 일종의 예식 같은 축복이었다.

“아니야. 도르프 술은 좀 남겨.”  선장이 말을 꺼냈다.

“네, 이 정도면 담 당번 충분하겠지?”  “남은 것들은 니켈손이 가져가라.  집에 가서 먹어.” 항해사 도르프가 니켈손에게 말했다.

“예, 항해사님.”

“자, 곡식과 과일은 똑같이 나눈다.  금붙이는 무게로 달고, 무기들은 필요한 사람끼리 나누고..” 언제나 선장은 선원과 똑 같이 나눈다.  이 방법이 선원들로써 미안한 면도 있지만, 그로 인해 선원들은 가족 같은 마음으로 힘든 일도 나눌 수 있다는 걸 안다.

딸그락 거리며, 한참을 나누는 일을 했다.  마침내 선장이 항해를 이끈 선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한잔할 시간이다.

“고맙다.  그대들 덕분에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난 한잔할 테니 마지막 항해는 니켈손이 맡는다.  교대 인원 전원 노잡이.” 명령을 내리고 선장은 막내 니켈손이 일하던 돛대 꼭대기로 올라갔다.  스코틀랜드산 스카치를 옆구리에 차고.

천 년 전 지금의 덴마크 북쪽 북 유틀란드 바닷가를 지나던 한 바이킹 배 안의 이야기다.  나는 북유럽의 문화를 이야기하며 동시에 세계의 트렌드와 고유문화에도 애정을 갖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확 빠지는 최신 트렌드는 호기심 많은 나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 단계는 누구나 그렇다.  조금 뉴스를 보거나 쇼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말들이 많이 떠돌기 때문이다.  이 단계의 말들은 그러나 어느 마케팅 회사의 작품이다.  좀 빠른 언론의 기자일 수도 있다.  눈을 끄는 모든 걸 던지고 보는 습성 때문이다.  그다음의 문화적 호기심 단계는 그래서 무엇을 한다는 건가 하는 좀 실질적인 적용이다.  덴마크의 Hygge, 휘께 이야기를 들으며 덴마크 사람들이 어떻게 휘께를 한다든가 왜 하는가 같은 실제의 모방이다.  그다음의 사고적 호기심은 역사적 배경, 이유, 추세, 응용 등 좀더 깊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  더 나아가 다른 문화를 염두에 두고, 그들이 바라보는 다른 문화에 대한 추측도 해 볼 수 있다.

한국이 최신으로 내세우는 트렌드는 좀 늦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니까.  좀 오래된 Carpe Diem (까르페 디엠, 하루를 즐기는 여유)을 비롯해 미국의 Kinfolks (킨폭스, 친척, 친구같이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이다), Hygge (휘께, 덴마크의 여유로운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들) 같이 2015, 16년에 나온 것도 있다.  요즘은 Hygge에 이어 Lagom, 라곰이 또 알려지고 있다.

북유럽 행복의 열쇠… Hygge와 Lagom

http://www.nordikhus.com/%EB%B6%81%EC%9C%A0%EB%9F%BD-%ED%96%89%EB%B3%B5%EC%9D%98-%EC%97%B4%EC%87%A0-hygge%EC%99%80-lagom/

라곰은 천년이 넘은 이야기이고 사고다.  남은 선원을 위해 먹을 만큼만 먹고 남겨두는 것, 선장과 선원이 알맞은 양으로 약탈한 물자를 배분하는 일 등은 요즘에도 힘든 일이다.  이 간단한 행동으로 생겨난 사고의 가치는 존중, 평등, 신뢰다.  나는 사람들이 솔직해지기만 해도 그 문화의 거의 대부분의 문제점들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필요한 만큼, 더 지나치지 않게 가지려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나는 현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갈등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문화는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또 공짜라면 양잿물도 들이키고, 이왕이면 다홍치마가 좋다며 이유도 없이 더 큰 거 더 많은 거, 더 비싼 것들을 꿈꾼다.  그 문화에서의 가치가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적용을 하면, 재벌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은 잘생긴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나는 그 같은 조건의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으며, 그들의 삶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행복에 겨워 화려하거나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나 같은 자유스러운 사고를 오히려 부러워하는 일도 있었다.  보지 못한 사회주의자, 빨갱이들을 뿔난 사람으로 생각하고, 시골 할아버지 같은 사람은 모두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사고의 오류가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그 허망한 꿈에의해 시간이 지나고 노력을 하면 할 수록 상처받는 사람은 자신이다.  목적이 없는 삶, 만족하지 못하는 생활은 건조하고 메마른 욕심과 꿈을 착각하며 살아가게 만든다.

라곰은 마음의 문제다.  내가 생각하는 라곰과 사람들의 라곰은 다르고 서로 맞출 수도 없다.  그렇다고 라곰의 가치가 다른 것은 아니다.  개인의 적당함이란 개인의 측량단위고 책임도 개인의 것이다.  라곰은 물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일, 생활 등 모든 인간의 행동양식에 관여한다.  만약 라곰의 제약을 받지 않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다.  신과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가족의 사랑이다.  그러나 이 사랑 마져도 왜곡되고 삐뚤어진 아집으로 바뀌는 걸 생각한다.  욕심으로 넘어가고 사람들 간의 상처로도 남는다.  어찌 보면 사랑을 우리가 생각할수 있는 측량 단위로 환산해 그것도 라곰을 지키자는 것이 가장 상위의 라곰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고 싶지만 그만두는 부모의 마음은 매정하고, 부조건 해주는 부모는 사랑만 주는 것 같이 보이지만 라곰의 입장에서는 사실 반대다.  그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개인의 판단이라는 것이 또 라곰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라곰의 단계는 겉으로 드러나는 일부터 시작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행복을 느끼는 수준이 되었다면 사고 가치에도 적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 단계가 바이킹이 행하던 천년 전의 모습이고, 현재 북유럽 대부분의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삼는 행복의 이론이다.  사람이 느껴야만 하는 행복은 목표가 아니다.  정거장도, 좌표도 없다.  마음이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 그리고 그 순간들이 연속되는 시간의 연장선이다.  같은 이론으로 라곰은 삶의 방향이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 길이다.  이유는 다르고 이루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이지만 KinFolks, Carpe Diem, YOLO, Hygge, Lagom 모두 행복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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