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만 사는 대한민국

작성자
Luke
작성일
2020-07-14 10:12
조회
347
오늘 아침에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 들렀다. 이번 주에 시행하기로 한 가스계량기 교체 작업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미리 방문 약속을 해주었으면 편리했을 일이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작업자를 5일 동안 기다리는 건 힘들었다. 관리소장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렇게 해드리면 좋죠. 아침에 모두들 이리 와서 물어 보신다니깐요. 근데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요. 일하는 것도 답답하고 꼭 지들 편한 대로만 일하려고 해서 협조하기 참 힘듭니다."

내가 물었다. "이번에 한번 미리 예약제를 하는 건 어떠냐고 얘기해 보세요. 그럼 자기네들도 일하려고 잡은 시간에서 기다리고 다시 방문하고 하는 시간만 줄여도 더 일찍 끝낼 것 같습니다."

관리소장이 답했다. "나쁜 놈들이라니깐요. 정작 일하는 건 5분도 안돼요. 빨리하면 둘이서 양쪽 끝 라인서 시작해서 한 동 하루도 안 걸릴걸요. 근데 미리 약속하고 이런 건 싫어서 5일 동안 하는 거예요."

길어질 것 같은 대화를 마무리 졌다. "뭐 우리가 모르는 일이 또 있겠죠. 이번엔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야지, 모두 다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하면 살기 더 팍팍해져요." 작업자들 도착하면 각 집의 사정을 알 수 있게 연락하겠다고 말하는 관리소장의 말을 들으며 돌아 나왔다.

지금 한국에 얼마나 나쁜 놈들이 많은지 모른다. 이놈도 나쁜 놈이고 저놈도 나쁜 놈이다. 또 들어보면, 자기와 생각이 좀 다르면 나쁜 놈이라고 불릴 확률이 높아진다. 상대 측에는 사정이 있을 수 있고, 규정이나 법, 사규, 또는 안전상, 비용상의 복잡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공무원들이 정말 자리만 지키고 시간 때우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건 그 문화의 상식이고 사회적 관용이라고 불릴 수 있다. 한 문화의 상식이 왜 나와 같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개인들의 상식이 왜 같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말에서의 상식은 보편타당한 넓은 의미의 상식이다. 정말 개나 고양이의 상식이 아닌한 대부분 모든 걸 포함한 넓이다. 내가 어디서 배운, 어느 지역에서 경험한 특수한 믿음이 상식이 될 수 없다.

다문화를 경험하는 복잡한 문화는 상식 또한 넓고 크다. 나와 같은 사람들의 상식뿐 아니라 좀 다른 문화권의 상식도 한 문화의 상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이 정도는 상식이지"라고 말하는 바탕은 "난 이런 걸 알고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게 정상이고 옳은 것 아니냐. 넌 왜 나와 다르게 생각하냐."라고 들린다. 또 자기와 생각이 같은 상식을 말할 땐 추켜세우고, 자기의 생각과 다르거나 이해할 수 없을 땐 법이라도 깎아내리기 일쑤다. 한국은 세계와 다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문화나 사회의 상식은 유럽과 다르며, 유럽의 어떤 것은 스웨덴에서 조롱거리다. 이에 한국의 것들은 어떨까. 세계를 상대로 우리가 중심이고 무조건 상식인데 왜 다른 세계는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냐고 세계에 떠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가.

얼마나 복잡하고 시끄러운 고통을 지금 이 사회는 겪고 있는가. 굳이 신격화된 사회의 입장을 대신하여 모든 세계적 범죄자와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포용할 수는 없다. 물론 이같이 극단적인 경우에도 반대되는 입장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이런 것에 비하면 한 회사의 규정이나 개인의 스케줄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다른 부류의 나쁜 놈으로 보는 건 아주 좁은 상식론에서 왔다. 상식이라 말하기도 작고 좁은 개인의 기호가 아닐까 한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상식에 대한 갈등과 문제는 관용에 관한 문제다. 5천만 개의 상식이 존재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면 이런 사회의 사회적 관용도는 0에 수렴한다고 말한다. 정말 느낌만이 존재하는 아메바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