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작성자
Luke
작성일
2020-05-12 10:56
조회
181
매출이 수십억도 안되는 소규모 업체의 대표 한 분이 새로 바꾼 차를 자랑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 월급에 상품 개발이나 투자비를 빼면 몇억도 안될 것 같은 순이익의 규모지만 출장 때는 퍼스트 클래스를 고집하고 항상 고급을 찾던 분이었다. 그분의 생활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마 상당 부분의 회사 돈이 개인을 위해서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부모 돈은 누구 것인가에 대해 글을 썼다. 반응이 어땠는지가 더 재미있다. 나는 부모와 나는 독립적인 개체이므로 그 돈도 당연히 각자의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대부분은, 한국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는가 보다. 따로 살며 좋아하는 건 있으면서, 아마 고대 대가족 제도의 상속은 좋았나 보다. 뭐 새로운 것도 아니다. 겉과 속이 다른 걸 당연하게 여기도록 교육마저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란 말이 있다. 속담인지 그냥 전해오는 헛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각 문화에도 비슷한 말이 있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부모 돈이 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조금 발전시키면 회사 돈은 내 돈이다. 주식회사에 법인 회계규정은 자신의 월급을 포함한 비용 전부를 회계 처리하도록 되어있다. 그 회계 처리된 비용에 개인의 이익이 들어가 있으면 횡령이라고 부른다. 이 한계가 무엇인지 아주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분이 아는 그런 비리가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수억 원의 고급차, 월급을 능가하는 장보기 비용, 각종 쇼핑, 심지어 부동산 투자도 회사를 세탁기 삼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사업하는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조직이 세무서라는 말은 사람들이 얼마나 세금이나 자신의 회계에 관해 숨기고 싶어 하는지를 말해준다. 또 이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지가 능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순진하고 바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에 관한 어떤 불법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이나 사회는 절대로 발전할 수가 없다.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부모가 빨리 죽어서 유산을 주길 기다린다던가 회사 돈을 횡령할 기간이 더 길어졌으면 좋겠다는 그 시간에 차라리 더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게 더 값어치 있다. 여기서는 감히 북유럽의 투명성을 끌어오지도 못할 상황인 것 같다. 돈에 관하여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이념과 욕심을 따지기 전에 네 것도 내 것 같은 사고는, 그동안 정말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남미나 중국에 가까운 것 같다. 글을 쓰면서도 정말 모르겠는 게 어떻게 부모 돈이 내 돈이고, 회사 돈도 내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