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오만

작성자
Luke
작성일
2020-03-22 10:58
조회
191
세계의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중국 인근 국가들과, 밀접한 관련국들에서 잡힐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 여유롭던 나라들에게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 나라들을 보자면 한때 제국이라 불리던 강대국들이 주축이다. 나는 이 제국들의 오만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을 거슬러올라가 보면, 중국으로부터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곳은 인근 국가다. 그중 대만과 싱가포르가 가장 먼저 문을 걸어 잠갔다. 대한민국과 이란은 가장 빠르고 크게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였고, 이란은 인근 중동지역에 그리고 대한민국은 자체에서 크게 퍼졌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유일했다. 이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중국에 대해 입국금지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었다. 두어 달이 흐른 지금 문을 먼저 걸어 잠근 대만과 싱가포르는 다른 세 나라에 비해 확진자수가 현저히 낮다. 그리고 노동 집약적 희생을 통해 대한민국은 다행히 주춤하는 사이 이탈리아와 이란은 의료 체계 붕괴까지 의심될 정도로 아픔을 겪고 있다. 여기까지의 사실은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란 것과, 그렇기 때문에 판데믹의 단계 전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싼 방역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수준에 따라 다른 결과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고통을 겪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을 보면 또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불침 지역이란 믿음. 전쟁뿐 아니라 무엇으로부터도 대양을 건너올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의료 기술을 가진 나라라는 어설픈 상상 등이 작동했다. 무엇을 근거로 미국의 모든 것이 뛰어나다고 믿는지 모르겠던 철부지들이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다. 그들을 매니지하고 이끄는 지식인들과 아주 일부의 리더들은 그냥 그렇게 무시한다. 하나의 미국이 필요할 땐 대중의 힘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을 때다. 전쟁과 선거가 유일하다. 어차피 미국의 연방 시스템은 모든 사람들을 컨트롤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의료 시스템이나 심지어 법까지도 연방정부가 하나로 만들기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다양성의 존중이 미국의 사상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제국 안에서 다양성이란 문화적 존중으로 개인주의가 이루어진 나라다. 이번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어떤 질병이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질병뿐 아니라 체제 전복이나 테러 같은 움직임도 지지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 사태같이 전 미를 강타한 일은 사실 없었다. 세계 2차 대전 중이라도 미국의 어느 주는 전혀 느낌 없이 뉴스를 보듯 지났고, 모든 술집에선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과연 미국 본토에서 전 국민에 가까운 사람들이 물과 화장지, 또는 병원에 가기 위해 고민을 한 적이 있었는가. 나는 오만함을 본다.

유럽의 이탈리아는 인류 역사의 뿌리다. 그리스의 헬레니즘과 아울러 로마의 역사는 사실 인류사의 시초라고까지 여길 만한 제국의 기원이었다. 현대에 들어오며, 자국의 경제를 다시 부활시켜줄 동반자인 중국과의 교류가 늘어났다는 것이 이번 피해의 원인이다. 그렇게 보면 이란도 제국의 역사를 가지며, 높은 자부심과 문화적 우월감을 갖는 지역의 강자였고, 두 나라 모두 정치적 이유에 의해 중국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 대한민국은 제국적 오만함이나 문화적 우월감을 갖지도 못한 채 단순한 정치적 이유로 이탈리아와 이란과 같이 피해국에 이름을 올린 나라다. 사실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한민국, 이란, 이탈리아의 수도꼭지로부터 흘러나온 바이러스가 2차적으로 퍼진 것과 같다.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EU 내 통행 협약이나 연합국의 조항을 들어 이탈리아를 막지 못했다. 과연 그럴까. 유럽 특유의 여유,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다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 내가 먼저 어떻게 한 나를 막을 수 있냐는 체면치레가 정확히 작용했다고 본다. 그래서 아마 테이블의 뒤로는 이탈리아가 자체적으로 국경을 차단시키길 바랐을 것이다. 그래야 자국의 조치를 뒤따라 할 수 있었을 테니까. 유럽은 마스크에 민감하다. 아니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스크에 민감하다. 환자나 정신이 좀 나간 사람으로 인식한다. 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쓴다는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가능한 착용하지 않는 편이다. 병원이나 감염 시설에서만 보던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특히 아시아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였을까.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문화 차별이다. 유럽의 문화를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다. 유럽에는 문화 차별이 확실히 존재한다. 그런 유럽에서 마스크를 쓴다고? 장갑을 끼고, 친구들과의 모임에 난 코로나가 무서워 안 간다고 할 수 있을까? 스페인 독감과 그 이전의 더한 질병들, 중세의 흑사병의 시대까지 간다고 해도 이 문화는 아마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가 가진 의료 시스템과 기술은 그 정도 질병을 이길수 있고, 보도에서도 심한 감기 수준의 질병으로 보도한데 기인하여 유럽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유럽을 휩쓸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여기서도 나는 오만함을 본다.

판데믹을 만든 질병은 자연의 저주다. 종교에서는 벌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연의 한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럼 그 질병이 판데믹으로 발전한 것은 분명히 사람들이 일으킨 인재다.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중국이 이상한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작년 11월쯤 연구진을 파견하고, 금년 1월부터 강력한 입국 제한과 또는 금지명령을 대한민국이 했었다면 어땠을까. 비슷한 시기 이란과 이탈리아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조치를 했었다면 또 어땠을까. 금년 2월 초부터 미국에서 중국, 대한민국, 이탈리아를 비롯한 확진자가 나온 나라들에 대해 검역을 강화했다면 어땠을까. 유럽의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면? 아마 미국이나 유럽의 조치는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세계의 사업가들이 생존으로 목표를 선회했다. 수많은 실업자들과 더한 고통을 겪는 빈곤층이 늘어만 간다. 세계 어디나 그렇다. 인간의 오만함으로 자연의 저주를 고스란히 받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지금 전 세계의 극단 주의자들이 예측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2년 정도 창궐할 것이라는 저주가 사실로 이루어진다면 확실히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컴퓨터나 인공지능이나 뭐 이런 기계를 쫙 뺀 인간성 회복 운동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종교의 혁신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