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라는 말의 허상

작성자
Luke
작성일
2020-03-11 11:11
조회
207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던 계기는 뉴스 제목을 보면서다. 한국 의료진의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부제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이 말을 반대하지 않는다. 반대라기 보다 오히려 적극 인정한다. 그러나 말은 목적이 있다. 한국 의료진이 뛰어나다는 말이 어떻게 오용되고, 정작 필요한 다른 것들은 또 어떻게 무시되는지를 생각하면 답답함을 넘어설 지경이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각계에 친구들이 많이 생긴다. 나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의사 친구들이 많다. 심지어 그 친구들을 다 모으면 종합병원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쭉 들어왔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을 제외하고, 교직이나 연구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해외 학회에 많이 참석하거나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해외 의료인들과 교류를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해외 의료인들이 한국의 의료인에게 극찬하는 한 가지는 높은 임상이다. 같은 질병에 대한 케이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경험이 많다 또는 다른 상황 대처가 뛰어나다는 말과 같다. 수천 개의 실제 임상 샘플에서 얻은 데이터로 얘기하는 성형외과 의사들, 치과 의사들의 수만 개를 넘어가는 임플란트 사례들, 연골이나 대장 질병 케이스를 매일 접하는 외, 내과 의사들의 데이터는 세계 어떤 의료인들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다시 생각하면 한국의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 노동을 하고 있다는 말과 불행하게도 같다.

의료에 관한 세계 최고의 첨단은 미국이다. 이는 극한을 달리는 기술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학문적 수준에 기인한다. 당장 의료 관련 기술, 학회 발표 논문 수, 의료 지원 회사 수 등을 보더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한국에 있는 누구라도 지금 미국 의료계가 한국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 간단한 이유는 평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누구라도 존스 홉킨스의 첨단 기술이 들어간 시술을 쉽게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의료 시스템의 문제이고, 미국의 의료 수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은 미국보다 한국이 의료 수준이 높다고 오해한다. 오히려 한국의 의료 수준은 계속해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의 부족이다. 훌륭한 한국의 의료 보험 제도와 미래의 의료인을 충분히 양성한다는 의전원 시스템이 오히려 전문성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법조계의 로스쿨과 비슷하다. 위의 상황을 보다 자세히 구별하면, 한국의 의료계는 평균 정도의 의료 수준으로 노동력과 임상이란 케이스를 무수하게 투입해서 보다 뛰어난 임상의로 길러내는 시스템이고, 미국의 의료계는 의료인들의 수준을 인정하고 하이엔드와 일반 케이스라는 두 가지 길로 자리 잡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조금 넓게 보면, 긴급 외상 의료 센터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의도는 긴급한 상황에 대해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밀집된 한국의 상황으로 또 기존 의료 보험 시스템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스템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뿌리를 내린 나라는 독일이다. 에어 앰뷸런스라는 애칭으로 독일의 도로망 위에서 긴급한 상황을 처리하고 산악 지형 속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또 의료 보험이라는 시스템은 원래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 보장 망 내의 시스템이었으며 사회주의 시스템의 한 줄기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최고"라는 말에는 단순히 그 일을 하는 한 사람의 수준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서로 얽혀있는 시스템과 실제 일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배려가 들어간 말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는 옛말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현재 한국이 맞고 있는 중국발 코로나 사태에서 정말 모든 능력과 평소 행동들이 다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에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의료인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애민정신, 남을 배려하는 그 마음이 환자를 돕고, 의료 기술을 높이고, 질병 연구를 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의 덕목은 정직과 책임감이라고 본다. 누가 뭐래도 지킬 것을 지키는 우직함과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공무원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다. 장, 차관급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전문성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한계는 오히려 전문가들이 더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계의 의견과 전문 지식을 모아 실제 정책에 반영하려면 자신도 전문가여야 할 필요가 있다. 최고 지도자는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사실 나는 이것이 끝이라고 본다. 내가 가야 할 방향, 그것에 대한 이유, 그 목표를 향한 국민적 합의 등이 최고 지도자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어려운 시기에, 의료시설이라는 최일선에서부터 최고 지도자로 끝나는 그 선을 생각해 보자. 의료인, 지역 공무원, 중앙 공무원, 고위 공무원, 최고 지도자로 이어지는 방역 대책 시스템에서 각자 가져야 할 덕목을 기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