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살다가 편안하게 가고 싶다"라는 말이 얼마나 큰일인가에 대해

작성자
Luke
작성일
2020-02-13 13:12
조회
88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얼마나 공감이 가겠나 걱정이 된다. 나이가 좀 있거나 삶을 진지하게 살아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이야기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주변에 노인분들을 자주 뵌다.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친척들도 다 노인이 되었다. 그들이 하는 말은 거의 같다. 오래 장수하는 것도 바라지 않으니, 적당히 살다가 편안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말이다. 이 말은 아마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듣던 말 같다. 그 당시에 장수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서 주위 분들이 만나면, 서로 이런 얘기를 했던 것이 기억나고, 한참이 흘러 내 부모가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도 곧 그런 말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같은 말이라도 받아들이는 감정이 참 달랐다. 어렸을 적엔 으레 노인들이 하는 말로 넘겼고, 안타까운 적도 있었다. 요즘에는 이 말이 참 힘든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어릴 적 꿈을 말할 때 현모양처라던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란 말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인간의 욕심으로 다가온다.

노인들의 말속엔 크게 두 가지 모순이 있다. 하나는 삶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 삶의 책임은 나라는 것이다.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어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건 절대로 나에게 달려있다. 이 말은 "삶에서 나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았는가",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인지하고 존엄을 지킬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끝까지 나를 지탱할 건강을 가지고 있는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말이다. 방법은 자연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공짜라는 말과 같이 쉬운 말이다. 살면서 주위를 한 번씩 보면서 힘든 사람을 외면하지 않은 삶이 그것일 것이다. 해나 죄를 짓지 않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으나 수십 년 넘게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은 내 주변의 인물들에게선 불가능한 얘기였다. 총명함을 위해 끊임없는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외국어나 단순한 취미도 총명함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부터 습관이 들어있었어야 된다. 그리고 하루 10분간의 짧은 운동, 걷기,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은 쉬워 보이나 점점 게을러지기 쉬운 것들이다.

사회 초년 시기 욕심 없는 삶의 시작을 위해 평범을 바란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누구나 가지는 직장에,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아주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고, 오손도손 사는 걸 평범이라 여겼다면 큰 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 가지려고 무리하지 않고, 항상 내려놓고 같은 말들은 철저하게 내 위주의 정의다. 그렇다면 그것은 계획이지 내려놓는 삶을 살겠다는 자세가 이미 아니다. 초심이라는 말, 바닥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각오들, 천천히 정석대로 가겠다는 의지 같은 것들도 얼마나 내 욕심과 이 정도는 되야지라는 비교가 들어가 있는 말인지 모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노인들의 마지막 푸념엔 "늦었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러나 서러워하지 말 것도 당부드린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인간적인 삶일지도 모르니까. 평범을 바라는 욕심쟁이들에겐 다시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해주고 싶다. 적을 죽여야 살아남는 전장에선 살인이 정의고 애국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생각하는 그 평범은 누구에겐 꿈일 수도, 너무 하찮을 수도 있다. 평범은 변하는 것이다. 나의 평범도 마찬가지다. 결론은 이렇다. 잘 삶을 사신 분들은 자신이 잘 살았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간다. 정말 평범하게 사는 분들은 자신의 기준이 없다. 스스로의 죽음에 또 삶에 충실하게 임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