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문화로 느끼는 우월과 위축

작성자
Luke
작성일
2019-11-21 08:19
조회
215
요즘 나는 일본에 관심이 많아졌다. 아시아가 아닌 다른 대륙에 오래 산 탓도 있지만, 일본과 별 교류를 할 일도 없었어서 늘 관심의 밖이었던 일본이다. 그러다가 다시 가까운 이웃나라가 되면서 방문이며 관련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모습이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일본인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치 중국에서 몽고 사람을 보았을 때같이, 아주 오랜만에 만난 먼 친척을 본 모습과도 비슷했다. 한국 내에서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나오는 한일 갈등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터지고 반일 감정과 반한 이란 말이 일본에도 돌았다. 그러면서도 끊임없는 관심을 한국에 두는 일본이 나는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한국에 대한 관음증같이 보이기도 했다.)

나는 역사와 언어를 좋아한다. 둘은 같은 뿌리라서 독창적인 언어와 독립적인 역사를 가진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문화적 자신감을 느껴도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시작한 일본 역사 공부는 며칠 지나지 않아 일본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세계 인류사에 유례없이 신석기 시대를 지난 일본 역사는 한국의 최종 배달지였다. 인류가 발전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도구와 농경사회라는 둘을 빼놓을 수 없다. 고교시절 배운 한반도의 빗살 무늬 토기가 농경사회의 한 문화였다는 사실이 일본에선 아니었다. 일본의 구석기 시대 유물 발굴 단장이던 후지무라 신이치가 1998년 고대 유물을 몰래 묻었다가 파내는 연출을 한 이유도 일본의 역사적 근원을 늘리려는 안타까움에서 나왔다. 다른 지역의 인류가 농사짓고 움막 지어 모여살던 그 시대에 아직 일본은 사냥으로 들판을 달려야 했다. 그 후 다른 인류가 청동기 시대로 넘어가던 그때 노래 가사처럼 어디선가 홀로 나타난 한 우수한 그룹으로부터 농사를 배우고, 도기와 도구를 전달받았다. 그래서 비로소 청동기로 넘어가서야 마침내 일본은 농경 사회로 진입한다. 어디선가 나타난 도래인은 당연히 한반도 남부에서 왔다. 그들이 규슈를 가로질러 일본 본토를 가운데로 가르며 북으로 이동하면서 사람들의 삶은 개벽을 했고, 문화가 비로소 생겼다. 이것이 야요이 문화다.

일본은 한반도로부터 두 번의 큰 선물과 한 번의 작은 선물을 받았는데, 첫 번째가 농경문화, 두 번째가 백제와 교류하여 받은 문화, 세 번째가 임진왜란 이후의 문화다. 어김없이 큰 선물을 받은 이후는 일본이 급 발전했다. 두 번째의 백제 교류 이후는 일본의 첫 번째 고대 국가인 야마토 정권이 탄생했으며, 아스카 문화로 발전했다.

이같은 사실을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해 혹시 문화적 우월을 느끼고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는 반대가 된다. 나는 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어떠한 느낌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한국의 입장에서 조그마한 우월감을 느끼는 만큼 중국에게는 반대의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유럽의 전 인류는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이집트인에게 감사를 해야 하며, 그들 또한 아프리카의 남서부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 문화의 전파는 물이 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류의 누군가가 물을 흘려보내 준 것이 아니라 물 스스로 흘러간 것이다. 척박한 북유럽의 얼어붙은 땅에 전파된 기독교와 선진 문화가 누군가가 아량을 베푼 것이 아니란 말이다.

문화는 역사에서 태어나 사람을 따라 전해진다. 어느 따스한 사람에겐 축복인 한 것이 찬 사람에겐 욕심으로 바뀌기도 한다. 같은 사실과 한정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한 학계에서도 논란으로 나뉘는 이유 중 하나다. 별로 오래지 않은(?) 12만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이 같은 땅이었던 것을 아는가. 지금의 동해라는 큰 호수를 품은 거대한 땅이었다. 반도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국, 블라디보스톡에서 규슈 남쪽까지 이어지는 원형의 거대한 반도 그림을 보면 한일 갈등이란 모든 문제가 다 이해되지 않는가. 다음 한일 협상의 테이블에서 모두에게 이 고대 지도를 보여 주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