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 말구" 와 "배 째라" 마인드

작성자
Luke
작성일
2019-05-14 10:37
조회
175
이들 사고는 지금도 내 가치에 혼란을 주고 있다.

중학교 친구들이 잡지에 나온 상품을 보며 대화를 한다.
친구 1 : 너 이거 어디 가면 사는지 아냐?
친구 2 : 큭큭, 얘들이 알겠냐?
친구 3 : 나 이거 동대문 지나갈 때 봤어. 거, 무슨 극장 옆에 가게던데...

친구 1 : 진짜 봤어? 어디야?

지나가던 한 친구가 대화에 껴든다.
친구 4 : 야! 멍청아 그거 일제야. 잘 봐 파는 것도 아니잖아. 회사 설명하려고 껴논거구만. 멍청아.

친구 3을 쳐다보며,
친구 1 : 야. 너 봤다매? 어디서 썰을 풀어?

겸연쩍은 친구 3이 고개를 숙이며,
친구 3 : 미안해. 난 똑같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친구 모두 : 핫핫핫. 그니까 뻥치지 마.

아주 일상적으로 오간 내 기억이다. 요즘같이 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검색이 안되던 시절, 정보의 오류는 흔했다. 누가 뭐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소문이 여럿 죽이고 살린 적도 있다.

서해 바다를 순찰 중인 해양 경찰이 중국 어선을 정선시켰다.
경찰 : 왜 영해로 들어왔습니까?
중국 선장 : 고기 잡으러 왔어요. 여긴 고기가 많잖아요?

경찰 : 그래도 남의 나라에 들어오면 안 되죠.
중국 선장 : 왜 안돼요. 못 오게 선이라도 그어 놓았나요? 잠깐 있다가 나가는 건데 뭐 자국이라도 남습니까?

경찰 : 영해는 국경선이고, 국경선을 넘어오려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 이 선박은 한국 해양 경찰에게 아무런 허락도 받지 않았습니다.
중국 선장 : 맘대로 하세요. 나 만 넘습니까? 저~기 보세요. 또 넘잖아요? 왜 나만 가지고 뭐랍니까? 다른 사람도 다 잡든지... 나만 가지고 뭐라 그러는 거 불법 아닙니까?
경찰 : @@

이런 배 째라는 어떤가. 실제 오간 대화다. 이 선장은 벌금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다시 오겠다고 실실 웃으며 돌아갔다.

이들 가치가 어제 생긴 것들이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30년 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르신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오가는 농담들을 들어보면 한국 전쟁 이전, 심지어 일제 강점기에도 일단 질러보고, 땅바닥에 드러눕는 사고 가치가 있었나 보다. 이쯤 되면 조선이나 고려 시대도 의심이 가고, 중국 내 사회의식을 보면, 아 정말 중국과 한국은 같은 문화였구나 하고 느끼게도 된다.

아님 말구와 배 째라가 그저 친구들이나 사람들 사이에서만 흥했다고 보면 또 오산이다. 충분히 공식적이어야 할 국가 문서에도 이런 내용이 발견된다. 나는 요즘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내가 상대하는 산업의 변화에도 아님 말고식 사업이 생기고 없어지길 반복하고 있다. "지식이나 기술이 차별화된 전문적"으로 보통 시작되는 회사의 소개를 요즘에는 찾기 힘들다. 적어도 수십, 수백억이 투자되는 회사들도 넘치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남들 안 할 때 시작하는 척하다가 6개월 내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문 닫는 회사나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더 많게는, 치킨집, 세탁소, PC방, 카페 등은 무슨 생각으로 시작했나 할 정도로 초등학생의 학예회를 넘나드는 운영을 하다가 쓰~윽 아님 마는 가게들이 또 부지기수다. 한 창업 컨설턴트가 한국에서 신 업종은 처음 6개월, 그리고 3년이 고비다 라고 이야기한 건 그 산업 생태를 말한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속의 인내력의 한계가 6개월인 것으로 요즘엔 판단한다.

하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내 스스로 내가 뭘 잘못 알고 있었나, 혹은 내가 신 경영 방식 중 뭐 하나를 놓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님 말고에 사기로 고소를 당해보고, 배 째라에 내 모든 게 압류되는 상황을 해학적으로 풀어 삶에 녹인 것으로 믿고 싶다. 아님 말고와 배 째라는, 정말 웃기는 얘기지만, 전 세계에서 다 찾아볼 수 있다. 단 한국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해 마시길 바란다. 나는 이 사고 가치들을 정말 웃음으로 즐기는 사람 중 하나이다. 간혹 미팅 때도 "아님 말구 정신?"이라고 내가 대꾸하면 상대는 겸연쩍어 하지만, 난 정말 그 순간이 즐겁다. 모두 어린이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렇다. "아님 말구"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