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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북유럽, 세계 모두가 마음의 사랑을 나누는 St. Valentine’s Day (밸런타인데이)

연말연시의 들떴던 마음도 잔잔하게 가라앉는 2월이다. 북유럽에서는 해가 길어져 제법 오후 4시경까지 머물러주니 봄을 재촉하는 마음이 생기는 변화 정도가 전부이다. 그러던 지난주 큰아이가 하굣길에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다가 “엄마 다음 주가 밸런타인데이잖아! 우리 학교에서도 이벤트 한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어.” 그 순간 잊고 있었던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는 게 떠올랐다. 미국에 있었으면 마켓부터 온갖 상점에 한가득 쌓인 초콜릿, 캔디, 인형, 꽃등으로 한껏 들뜬 분위기였을 텐데, 북유럽에 오니 별다른 장식과 광고가 없어서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미국에서는 2월 시작 전부터 학교에서도 발렌타인 준비가 시작이다. 학급 일을 대표로 챙기는 엄마 대표 (미국식 표현으로 Room Mom)로부터 발렌타인에 있을 학급 행사와 간식에 대한 소식도 전해지고, 큰아이 다니던 학교는 강제는 아니지만 대부분 적극적으로 부모와 함께 친구들과 선생님을 위한 사랑의 메시지를 마련하고,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우편함 만들기 과제 등 여러 가지 준비로 분주해졌다. 항상 만들기를 자주 하고 즐겨 하는 나와 딸들에게는, 밸런타인데이가 카드와 선물을 만들고 장식하고 무엇보다 전하는 기쁨을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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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준 Valentines

한국과 같이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하는 ‘황당하고 부담스러운’ 행사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역사나 유래를 따지자면 가톨릭 성인인 성 발렌티누스 (St. Valentinus)의 축일이며, 유럽에서 발전된 이후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나누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매우 상업적으로 강조되고, 분위기를 한층 화려하게 단장시킨다. 내가 농담으로 아이들의 캔디와 초콜릿 과다 섭취가 시작되는 첫 시즌이 밸런타인데이라고 얘기하는 이유이다. 친구들과 연필 한 자루, 지우개 등과 함께 초콜릿, 캔디 하나 붙여진 ‘Valentine(사랑의 메시지)’를 한가득 받고, 까먹는 재미에 한창 신나한다. 그 후로 이어지는 부활절 캔디, 그다음 핼러윈의 캔디, 성탄절 캔디 등 미국 캔디 회사들의 일 년은 바쁘게 치러진다. 상업적인 수단이 되어 버리는 씁쓸함은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느꼈지만,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하는 날’이라는 개념과 정의까지 만들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모습은 미국에서는 없다. ‘사랑’이란 의미가 연인끼리 느끼는 정열적인 마음뿐이 아닌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이고 소중히 느끼는 게 밸런타인데이라는 걸 미국에 살면서 다시 배웠었다. 비록 초콜릿과 캔디를 많이 구매하고 나눠 먹게 되는 부담은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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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요란하지 않은 밸런타인 상품 진열

그러다가 북유럽의 고요하게 묻힌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하려 하니, 한편으로는 아이들 학교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홀가분한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그냥 지나가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지난주 큰아이의 학교 행사 얘기를 듣고는 “그렇지… 여기도 카드 써서 돌리겠지” 바로 추측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계획한 학급 행사는 나에게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서로 친구의 이름을 몰래 뽑아서 일주일 동안 비밀로 하면서 그 친구에게 마음을 다해 친절하게 다정하게 해주는 게임이었다. 그러고 나서 밸런타인데이에 누가 사랑을 전했는지 맞추는 이벤트였다. 엄마들이 도와서 준비할 다과 파티도 없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전할 카드도 없겠지만, 내 아이가 그 어느 때보다 밸런타인데이를 재밌고 멋지게 보내겠구나 생각된다.

1960년대 일본의 한 초콜릿 회사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여성의 사랑고백”이란 빗나간 의미와 초콜릿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밸런타인데이에 심어 놓았다. 한국이 그 영향을 받고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다. 상업적 분위기로 초콜릿 등의 구매가 늘어나는 미국이라도 사랑의 표현은 훨씬 더 다양하고 자유롭다.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미국식 표현에 비해 조용하고 아쉽기도 한 북유럽의 밸런타인데이지만, 상품의 소비보다는 수줍은 마음을 조용히 표현하는 북유럽식 밸런타인데이도 뜻깊고 기쁜 하루이다. 세계 어느 곳이든 어떤 의미나 유래를 떠나서 모두가 마음의 진정한 사랑과 감사를 보여주는  따뜻한 하루이길 바란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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