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esign / 일반 / 한국의 패션 브랜드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한국의 패션 브랜드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한때 한국의 의류 수출을 위해 일을 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회사들과 방송사를 거쳐 미국에 유학을 가기 전 약 1년 반의 시간 동안 난 밤낮이 거의 바뀐 생활을 했다.  남대문과 동대문의 상점들과 작은 공장들을 쉴 새 없이 다녔다.  일본어에 영어가 짬뽕된 (아~이것도 비속어다) 정체 모를 단어들이 익숙해질 무렵, 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난 그때 한국 의류업계의 상황을 몸소 체험했고, 다신 그 바닥에서 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난 재빠르게 머리를 굴릴 줄도, 현금을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기 죽일 줄도, 그리고 한줌 후회 없이 내 상품을 넝마(악성 재고를 그렇게 불렀다)로 넘길 줄도 몰랐다.  그나마 해외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그 하나로 난 떼돈(?)을 벌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 사는 나라가 여러 번 바뀔 즘 난 다시 패션 관련 작은 프로젝을 하나 시작했다.  정확히는 둘이다.  독일의 잘란도 온라인 플랫폼에 한국 패션 상품을 파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해외에서 유명 브랜드를 사서 한국의 유명 플랫폼에 넣는 일이다.  그 사랑하는 북유럽과 유럽의 브랜드들을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서서, 그들과 얘기하고 일하는 상상은 몇 달 만에 날아갔다.  내가 아는 그 바닥은 이탤리에도 파리에도 스톡홀름에도 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지만 해외의 유명 브랜드는 그 바닥의 일을 조금 더 우아하게(?) 하는 것처럼 보일뿐이었다.  하나의 의문점은 한국의 패션 의류업이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가와 해외의 유명 브랜드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하고 있는지였다.

한국의 섬유 패션 산업 협회의 “한국판 뉴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패션 의류 생산은 2011년 약 50조 원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43조 원, 2016년 41조 원, 2018년에는 30조 후반으로 떨어졌다.  아마 지금쯤이면 경기 침체와 코로나의 영향으로 또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비슷하게 해외 수출도 2000년의 188억 불을 정점으로 2015년 145억 불, 2017년 137억 불, 2019년 130억 불로 하락했다.  이유는 코로나 확산, 생산 부진, 수출단가 하락, 경기 둔화였다.  고용 상황도 좋지 않아서 부자재, 인건비 등의 직접비 상승과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인한 종사자수 감소, 취업 기피로 인한 고령화가 심각하다.  해외 상황에 따라 내놓은 새로운 정책들은 한국의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한국의 섬유 패션 산업을 만들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다.

 

65534_29049_2016

 

65534_29050_2134

 

65533_29057_5433

 

65533_29055_5040

 

65533_29056_5142

 

이런 내용들이다.  약 1조가 넘게 들어가는 정책사업인데, 마음이 안 놓이는 이유는 답이 미리 정해진 느낌이랄까, 또는 일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매뉴얼을 보는 느낌일 수도 있고, 섬유학과의 학점을 받기 위한 보고서로만 보인다.  종업원 10인 이하의 영세 업체가 90%를 차지하는 한국의 현실을 아는가.  왜 한국은 설명서에 따라 만드는 건 잘했는데 내 것은 왜 만들지 못했을까.  결국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섬유 수출을 이끈 건 한국의 저력이 아니라 단순노동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Classic Luxury라는 말은 전통적인 고급 브랜드, 명품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을 이 가치로 보는데 이견이 없다.  그나마 샤넬이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져서 100여 년 정도이고, 나머지는 1800년대의 유물이다.  그래서 클래식이란 이름이 붙는다.  그 외의 Contemporary Luxury라는 이름도 있다.  Premium이라고 바꾸어도 부르고, Modern이라고 앞에 바뀌어 붙기도 한다.  이 브랜드들은 이름 그대로 요즘 것들이다.  만들어 진지 길어야 몇십 년에서 몇 년 만에 확 호응을 받은 브랜드들이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쓰면 알렉산더 맥퀸, 골든 구스, 아페쎄, 오프화이트 등을 이 카테고리에 넣는다.  말 그대로 요즘 것들이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하고, 선호도가 확실하다.  몇 년 안에 호응을 받은 브랜드들과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경계선 위에 있는 브랜드들도 있다.  이티스, 보스, 악셀 아리가토, 바이론, 롬보트 등이다.  특히 악셀과 바이론, 롬보트는 현재 나와 일하는 브랜드들이고 FW 용 오더도 늦게나마 해야 하는 시간이다.  요즘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도 이 프리미엄 카테고리에 들어가길 원하고,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대하여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  나이키 사카이, 리복 베컴 등이다.  나는 이 같은 브랜드들, 특히 요즘에 큰 호응을 얻는 브랜드들을 보면서 다시 옛 기억으로 돌아갔다.  한국의 뛰어난 제조기술로 수출을 이끌던 그 상품들이 다른 브랜드를 달고, 미국이나 유럽의 큰 상점에서 팔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도 한국 브랜드를 만들려던 수많은 패션업체들을 알았고, 얼마 전에도 같은 목표, 같은 상상을 하는 업체도 만났다.  왜 한국은 수십 년간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도 우리만의 브랜드들을 만들지 못했는지, 또 겨우 2014년에 유럽 변방에서 태어난 한 브랜드가 한국에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는지 나는 답답했다.  이 부분이 중장기 한국의 섬유 패션 발전 정책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에 집중한다고 밝혔던 모 회장과 국가 브랜드를 외쳤던 한 정치인은 모두 앞선 생각을 가지고 실천했던 분들이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한국의 기업인들, 상인들, 디자이너들 모두 같은 생각으로 한때 임했으리라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패션 의류 부분의 브랜드는 정말 열악한 상태다.  그 이유를 나는 태생적 한계, 오너의 끈기 부족, 수익을 앞세우는 단기 계획 등으로 판단한다.  소도시 정도의 국가를 이루던 유럽의 지리적 상황은 태생적으로 밖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진다.  디자인이 어떻든 소재가 무엇이든 각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작은 철학이 있다.  돈을 버는 것이 철학이 될 수 없다.  숨 쉬니까 산다는 이유는 근본적인 삶의 답이 될 수 없다.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유럽 각 브랜드들의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 이유가 맞는 시장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한국의 지리적 상황이 섬나라와 같다고 위안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과 영국의 아름다운 브랜드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하여 이 철학을 다만 몇 년이라도 유지할 책임이 오너에게 요구된다.  내가 좋고 능력이 있어 시작한 패션 의류가 아니었다.  그냥 만들어 달라고 했기에 돈 벌려고 시작한 태생적 이유가 내 것을 가져야 할 이유보다 앞섰다.  내가 만드는 유명 상품들이 내 것인 것 같았고, 반응이 좋다는 주문자의 의견이 나에게 한 것 같았기에 내 것은 그냥 그렇게 내일로 미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글쎄, 한국의 브랜드가 인정받으려면 이라는 물음을 달기 이전에 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나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너무 다른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닌지, 내 상품을 써주는 사람들이 좋아서라는 단순한 답을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부자가 된 것 같다.  기술적 접근으로 감성이 지배한 패션 산업의 정책을 말하는 것이 참 부끄럽다.  조그만 가젯하나 달았다고 첨단의 패션 상품이 되거나 소재하나 친환경으로 바뀐다고 그 브랜드가 호응을 받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작지만 철학 있는 브랜드들, 그리고 그것들을 믿고 유지하려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그중에 해외 시장에서 호응을 받는 것은 또 시간문제일수 있다.  지금 내 책상에서 기억나는 몇 브랜드가 몇 년 안에 생긴 걸 안다면 말이다.

 

by Luke

You may also like
Skono, 스코노 이야기 (4)
Skono, 스코노 이야기 (3)
Skono, 스코노 이야기 (2)
Skono, 스코노 이야기 (1)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