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Edu & Society / 일반 / 한국의 입양의 날에 생각하는 이야기

한국의 입양의 날에 생각하는 이야기

Photo :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전세기를 탄 해외 입양아들

북유럽과 문화를 말하며 아무리 떠들어도 지나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유, 모든 사회활동, 가족, 직장, 행복.. 이 모든 게 인간을 위한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무슨 달이 가정의 달이라고 규정짓는 것도 좀 우습기도 하다.  그런데 나를 더 놀랍게 만든 것은 어제 11일이 입양의 날이라는 것이었다.  달력을 며칠 건너 한 번씩 적는 무슨 날 중에 입양의 날이라니.  무슨 날일까 상상도 되지 않았다.  입양을 하자는?  하지 말자는?  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오랜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생긴 것도 아닐 테고, 국가에서 무슨 날이라고 정하는 것도 18세기를 연상시키는데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뉴스의 내용 중에는 “베이비 박스”라는 희생과 봉사의 이야기가 실렸다.  어느 목사의 봉사 이야기로 아기를 버릴 거면 안전한 장소에 버려라라는 취지로 설치한 생명의 박스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속 사정도 모르지만 아이를 버려야 할 사람들이 그곳에 “생명”을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또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Drop Box”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상영되었다.  나는 모순과 억압, 불평등과 악에 대해서도 화가 치미는 사람이지만 약자에 대한 폭력, 학대에는 남아 있는 관용도 없어지게 만든다.  서양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노인 학대”, “유아 학대”, “동물 학대”, “그 외 약자에 대한 폭력” 등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한 줌의 대답이나 저항도 하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폭력은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정신병이다.  베이비 박스는 물론 이 사실과 다르다.  당사자의 상황, 대책, 인식 등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아기를 버릴까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사람은 다 다르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건 무엇인가.  좀 먹고사는 나라를 꿈꾸던 사람들이 살만하니 모든 의식이 다 쉬운쪽으로만 생각이 되는가.

미연방 상무국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미국 내 200만의 입양아 중 해외 출생 입양아는 26만 명이다.  그중 12만 명이 아시아 출신, 한국 출신은 5만 8천 명으로 24%를 차지한다.  멕시코(2만 8,090명), 중국(2만 2,410명), 러시아(2만 208명)를 앞지르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인 입양아들이 많은 나라이다.  스웨덴에 약 1만 명, 덴마크에 9천 명, 노르웨이에 6천 명 정도가 있다.  현지 한인 인구보다 약 20배가 많은 숫자이다.  스톡홀름대학의 한국학 박사 토비아스 휴비네테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해외 입양아 중 한국인이 절반을, 스웨덴에서는 5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입양 한인 협회인 AKF(Adopterade Koreaners Förening)는 1986년에 스웨덴에서 생겼다.  90년대 초반에 덴마크와 노르웨이에 Korea Klubben이 생겼으며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관련 단체들이 생겨났다.  미국 입양 한인 협회는 90년대 후반에 생겼다.

스웨덴에서 사업 미팅을 하는 자리에 익숙한 생김새의 한 중년 여성을 만났다.  그녀의 첫 질문이 중국인이냐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질문을 잘 안 하는 북유럽 문화에서 의외였다.  자신을 한국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을 만나서 너무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왜 그녀가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생활한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궁금해한 이유는 미팅이 끝나고 같이 한 Fika, 커피타임에서 알게 됐다.  자신이 AKF 멤버라는 것이다.  다시 묻는 내게 한인 입양이란 말이 나왔다.  미국과 달리 인종의 다양성이 많지 않은 북유럽에서는 생김새가 눈에 띄기 쉽다.  그녀가 한국이란 말에 그렇게 반갑게 생각했고, 한국 관련 일이라면 그렇게 열심히 매달리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저 가난했던 시절의 아픔쯤으로 이해했다.  사람의 행복이나 삶으로 누구를 동정하거나 위로할 마음은 없다.  다 다른 삶을 내가 어떻게 좁은 식견으로 이해하고 측은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 사람을 대하는 게 더 중요하단 생각에 그랬구나 하면서 잊고 지냈다.

korean_adoption_ Photo from iamkoream.com

한국전쟁 이후로 16만 명이 넘게 해외로 입양을 보냈고, 그 아픔은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난 어제 알았다.  입양 쿼터제란 이름으로 2012년 매년 10%씩 해외 입양을 줄여 지금은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끔찍한 소리도 어제 처음 들었다.  1000만 마리가 된다는 반려동물, OECD 중의 주요 선진국, 교육과 기술로 나라를 발전시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뒷모습을 본다.  1057명의 작년 국내 입양아 중 357명은 해외로 보내졌다.  여아를 선호하고, 장애아를 기피하는 입양 쇼핑을 한다.  상속이며 재산에 남자아이는 걸림돌이 되고, 이왕이면 똑똑하고 예쁜 아이를 키우자는 거니 이쯤에서 생각하면 쇼핑이 맞다.  아이는 키우고 싶고, 내 자식은 아닌 것이다.  한 단체에 의해 비행기를 전세 내어 단체로 해외 입양을 가는 아이들은 장애아도 무척 많이 섞여있다.  왜 한국에서 오는 아이들은 많은 장애를 갖고 있는지 그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어느 사설은 정부에서 미혼모를 지원할 정책을 요구한다.  미혼모들의 무분별한 출산을 경계한다.  사람들을 입양에 눈을 돌려 자국민을 보호하고 아름다운 사회의식도 만들자는 운동도 있다.  다들 똑같다.  무엇 하나 터지고, 고칠 것이 있으면 그에 대한 대책부터 내놓는 건 정부건 국민이건 가난한 시절부터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더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입양의 문제이건, 시민 의식이건, 교육의 문제이건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다 사람을 위한 것이고 그들이 만든 것이다.  해결은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왜 자녀에게 내 목숨까지 내어줄 것 같은 애정을 쏟고 또 실망할 수밖에 없는지.  왜 부자들은 노동자를 평등하게 생각하고 존중할 수 없는지.  노인들은 봉사하며 사회에 도움을 주기보다 참견하고 발목을 잡는 일에 왜 관심을 가지는지.  그것에 대한 답은 사람의 문제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인식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왜 내가 살아야 하고 누구와 함께 가야 하는지 깊은 의식의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아직도 어느 농촌의 논두렁에서 걸어 다니는듯한 의식으로 메가 폴리스 서울의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싫으면 안 보면 되고 신고하거나 이사를 가야 하는 의식으로 이웃과 어울려 살아간다.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왜 이 직장에 다니는지도 모른 채 30중반을 넘어 내가 누군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살고, 누구인지 같은 아주 기초적인 의식이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누가 가르쳐 줄 일이 아이다.  배운 적도 없다.  최소한 내가 만나본 그 유명한 학자, 경제인, 교사, 심지어 종교인들도 그 답은 나이 들어 자연스럽게 얻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나 정말 북유럽이 부러운 점은 이 모든 아주 기초적인 삶에 대한 물음이 5세면 이미 시작되고 그것이 또 교육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크고 부모가 되어서 자녀에게 가르친다.  지금 한국이 갑자기 인생에 대한 생각을 시작해도 그것이 이어지려면 적어도 50여 년이 걸린다.  한국은 작은 나라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 시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가진 선진국이다.  작은 나라의 습관은 작은 문화로 이해되지만, 좀 큰 나라의 습관은 영향을 미친다.  이제 한국은 조금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by Luke

 

 

You may also like
북유럽의 세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
북유럽의 사회 교육, 나는 누구인가
죽음을 추모하는 자세
북유럽 디자인과 예술 이야기 프로젝트, 인간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