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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찰음식과 북유럽의 채식 레스토랑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사찰음식을 알게 되었다.  내 일생에 몇 번 접한 적도 없고, 그나마 기억에도 남지 않은 경험이 북유럽의 한 문화와 겹쳐졌다.  한국에서 불교가 뿌리를 내리며 많은 풍습이 현재에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이는 종교를 떠나 한 문화 속에 역사를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불교의 사상은 살생을 금하는 자비에서 시작되어, 사람의 욕심을 자극하는 여러 음식들을 금해 왔다.  육류와 매운맛을 가진 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 등의 오신채를 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거는 한국에서 먹는 식재료가 아니니 잊어도 되겠다.

한국에는 불교의 역사만큼이나 깊게, 많은 곳에서 불교의 식대로 음식을 고집하는 사찰들이 많다.  검색만 해도 금방 사찰음식을 표방하는 수많은 스님들과 사찰은 많다.  그들이 모두 다르다거나 누가 더 정통인가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불교식 사찰음식이 어떻게 북유럽과 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경기도 이천 감은사의 우관 스님에 의하면 “밟고 있는 것이 다 먹을 것이고 자연”이라고 한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음식의 섭생은 제철 음식을 먹고, 자연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 또한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계절도 흐름이라 어느 계절은 먹을 것이 귀한 때가 있다.  이때를 위해 저장음식을 만들고 때를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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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음식은 지극히 자연적이다.  싱겁고, 어떤 것은 무미에 가깝다.  또 어떤 것은 말도 못하게 짜다.  북유럽의 과자는 달지 않다.  조금 단맛이 있다면 그건 과일이 들어가서 일께다.  북유럽에서 아이들이 열광하는 과자들은 모두 수입식품이다.  그 흔한 스팸도 수입이 안되는 나라에서 달고 또 단 과자들이 수입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북유럽의 음식은 그래서 자연에 가깝다.  어떤 것은 자연의 모습까지 닮은 음식들과 상차림이 당연하다.  북극권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가 아는 흔하디흔한 과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짜부라져서 그 모습이 흉측스러운 사과나 배가 있고 한국에선 산딸기라고 불리는 베리 종류가 수도 없이 많다.  밀, 쌀, 보리 등도 귀해서 귀리나 수수 같은 추운 지방의 곡물들로 빵을 만들고 퍼석퍼석 한 맛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시대가 웃긴 것이 이런 거친 음식들이 건강식으로 호평을 받고, 한국의 마켓에 북유럽의 밍밍한 과자가 진열될 줄은 몰랐다.  이것이 북유럽의 음식이고, 바로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제철의 음식이라고 해도 종류가 많지 않으니, 요리법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생선들은 저장되고, 빵과 치즈도 장기간 저장 가능한 용도로 만들어진다.  통조림의 발명이 있기 몇백 년 전부터 북유럽에선 저장음식을 만들었고, 이는 한국과 같다.  사찰음식의 자연에서 온 식재료, 제철 음식, 저장음식과 균형 등은 정확히 북유럽의 음식문화와 같다.

나는 한국식 비빔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뒤죽박죽 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비록 맛보고 좋아질 수는 있어도, 비빔밥을 만드는 모습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비빔밥은 가장 균형 있고, 자유로우며, 평등한 음식이다.  여럿이 같이 비비고, 나누고, 맛을 같이 한다면 자연과 인간이 같이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으로까지 극찬된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문화다.  언어나 태생, 부모, 지식 등을 훨씬 뛰어넘는 고집과, 절대 바뀔 수 없는 뿌리를 가진 관념이다.  나는 이 음식의 관념처럼, 문화의 관념이 허물어지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사고의 유연성, 이해심, 그리고 흡수력으로 적응된다.  나는 북유럽에 최근 유행하는 채식 레스토랑을 한국의 사찰음식으로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  채식의 단순함은 잘 알지 못할수록 느껴진다.  흔히 생각하는 채식의 모습에 한국의 사찰음식을 겹쳐보라.  마치 원시 문화에 비교된 현대만큼이나 그 차이가 보일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움과 사찰음식을 주재료로 한 채식 문화, 그들의 문화적 소통과 한국 식재료, 각종 강연과 이벤트들, 부가적인 참선, 수행, 요가, 명상 등의 사람의 깊이를 만드는 프로그램, 연계된 한국 방문 등은 꽤 재미있는 기획 프로젝이 될듯하다.

“한 가지가 통하면 모든 것이 통한다”라는 말처럼 한국의 음식과 북유럽의 음식이 통하니 다른 것도 분명 통할 것이 많게 보인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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