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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너무 민감한 한국

북유럽의 10월은 눈이 내릴 정도로 날씨가 추워진다. 잠깐 즐겼던 여름과 아주 짧고 아쉬운 가을이 낙엽들과 함께 저물어 가고, 겨울이 성큼 나가오는 10월이 된다. 북유럽에 있을 때 갑자기 추워지는 매서운 바람과 어두운 오후 시간 등이 드라마틱하면서도 기센 북유럽의 겨울을 긴장 속에 맞게 하였는데, 한국에서 10월을 맞아보니 20년 가까이 잊고 있었던 여유롭고 풍성한 가을을 즐기게 되었다. 미국의 서부에서도 심한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 낮에는 여전히 따가운 햇살 등 사계절 속의 가을과는 좀 다른 느낌이고, 북유럽의 가을은 운치 있고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너무 짧게 지나가니 쓸쓸한 마음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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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게는 모든 게 포근하고 안락한 한국의 가을인데 주변의 사람들 모습은 벌써 겨울을 맞이한 느낌이다. 아주 두꺼운 기능성 겨울 외투를 뒤집어쓴 사람도 쉽게 볼 수 있고, 벌써부터 부츠에 스웨터에 모두 겨울옷 차림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요즘 정도의 기온이면 북유럽에서는 여전히 햇살을 즐기며 가벼운 옷차림과 마음으로 신 나게 뛰고 노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기온이 내일 아침 뚝 떨어집니다. 아주 추워집니다.” 하고 겁주는 일기예보에 긴장하며 내용을 보면 여전히 5도 안팍이니, 나에게는 ‘포근하고 상쾌한’ 기온이다. 뜨겁다는 미국 서부의 아침과 밤의 온도도 10도 미만은 예사로운 일이고 (사막의 일교차는 훨씬 심하다), 북유럽에서 춥다는 의미는 눈도 펑펑 오고 얼음이 꽁꽁 얼 정도의 ‘제대로’ 기세를 부리는 겨울 날씨를 말한다.

무엇보다 10월도 되기 전부터 기능성 겨울 외투의 광고가 TV에 엄청나게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북유럽만큼 눈이 오거나 춥지도 않은데, 알프스나 로키산 등을 겨울에 등반하지도 않을 텐데, 저런 옷들이 왜 필요할까 궁금해하였는데, 10월 말이 되니 아예 한국의 길거리에서 몇몇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북유럽 같은 지역에서 필요에 의해 개발된 옷이지만, 사실 북유럽에서 더 가볍고 다양한 겨울옷 차림을 즐긴다. 날씨와 상황에 따라서  의복의 보온이나 방수 기능을 필요로 하면 입게 되고, 그런 외투안에도 그렇게 여러 겹으로 두껍게 입지는 않는 편이다.

내아이들은 여전히 한국의 10월은 날씨가 너무 따뜻한다면서 가벼운 옷차림에 뛰고 놀다 보니 동네에서 요즘 신기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난방도 아직 시작을 안 했고, 약간은 서늘한 실내에서 오히려 추우면 옷으로 조절하던 생활습관이 여전히 우리 가족에게는 익숙하다. 춥다고 웅크리고 걷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도 아직은 낯설고 왠지 모르게 애처롭다. 북유럽의 사람들은 모두들 익숙해서 그런지 종종걸음으로 뛰거나 어깨를 움츠린 모습들은 한 겨울 속에서도 별로 볼 수 없다. 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이 매서워도 북유럽의 아이들은 소풍도 가고 운동도 하면서 추위를 맘껏 즐긴다. 실내 기온도 너무 온도를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외투안의 옷차림도 북유럽 아이들이 훨씬 간소하다. 가볍게 뛰고 놀 수 있는 옷 위에다 눈에 굴러도 끄떡 없는 방한 복 하나만 확실히 무장해 주면 어떤 바깥 활동도 거뜬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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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계절이 얼마나 지구 상에서 선택받은 축복인지, 다른 곳에서 살아보니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주 어릴 적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요’라고 반복하며 공부할 때는 몰랐는데, 한국은 정말 계절마다 알맞게 즐기고, 적당한 간격으로 변화를 맞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아직 한국은 낙엽이 아름답고 하늘이 청명한 완연한 가을이다. 하루하루 맞이하는 한국의 눈부신 가을은 북유럽 사람들에게는 일 년 중 기억에 남을 만큼 날씨를 즐기며 감사하는 그런 날들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겨울을 재촉하면서 외투에 몸을 웅크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라고 바짝 긴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추워질 겨울에도 좀 더 여유 있고 즐기는 모습으로 바깥을 다니는 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벌써 10월부터 겨울이 시작된 북유럽에서도 모두들 개의치 않고 겨울을 즐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겨울에 또 하나의 축복이 있다. 점심 먹으면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북유럽의 겨울을 생각해 보면, 한국의 겨울과 추위 또한 감사할 계절이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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