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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사회

Photo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금방 머리에 떠오르는 착한 아이 신드롬, 정상적인 생활, 중용에 근거한 중도적 사고 등의 공통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단어들이 나타내는 착함, 정상, 중도 같은 단어들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 사람을 잡아먹고, 나쁜 이웃이라고 그 자리에서 처형하는 습관을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인류의 역사에는 사실 이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있어왔다.  지금 과연 누가 우리를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비정상이라고 정의할 사람은 누가 있을까.

며칠 전 노르딕후스 웹과 블로그를 다듬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다가 아는 게 병이라고 관련 플러그인을 건드렸고, 하루 이틀 그것에 관해 공부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덕후”라는 말은 일본의 “오타쿠”에서 온 줄임말로 알고 있다.  심지어 원 창작자보다도 더 많은 정보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 덕후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소위 정상적인 사회의 눈으로 보면 비정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일부는 자신의 분야를 자랑하고, 아는 바를 공개해 관심을 원한다.  덕후의 분야는 컴퓨터나 하드웨어 같은 일반적인 상상을 넘어, 만화, 음식, 필기구, 심지어 교통수단에까지 미치고 있다.  왜 한국 네이버의 검색에는 이들 덕후들이 만드는 자랑이 적을까.  왜 어떤 특정 분야의 정보를 보려면 꼭 구글이나, 그것도 영문으로 서치를 해야 더 자세한 정보가 나올까.  한국은 덕후가 없는 문화고 덕후는 비정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화의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 중에 미국을 빼놓지 않는다.  내 스스로도 미국의 영향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으며, 촌스러운 문화와 얕은 역사는 미국을 문화강국이라고 부르기 힘들게 만든다고 말했었다.  지금도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세계의 어느 문화보다 덕후들이 많고, 그들이 자랑스럽게 자신의 분야를 말하는 데는 미국이 제일이다 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물론 이것도 일반적인 평균이고, 기계나 금속, 자동차를 궁금해한다면 독일도 무섭도록 치밀하다.

이들은 비정상이라고 불린다.  사실이다.  정상인보다 한 곳에 더 많은 관심을 두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다음, 사회가 바라보는 비정상에 대한 시각을 생각해 보면 차이가 나온다.  그럴 수 있다는 미국을 포함한 서양과, 정상으로 이끌려는 한국에서 차이가 보인다.  더 극심한 예는 일본의 것들이다.  행동이 플러스되니까.  지금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정상적인 행동은 반드시 바뀔 것이다.  심하면 법률로 금지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정상과 비정상의 중간, 정의와 불의를 나누는 그 경계선, 도덕과 비도덕이라는 그 말들도 정의되거나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회는 다른 생각으로 발전하고 생존한다고 믿는다.  1%의 창작자들이 계획을 하고, 10%쯤이 실행하며, 나머지가 그 혜택을 입는다고 생각한다.  미친 짓이 결국 개인뿐 아니라 그 사회, 나아가 국가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음을 믿는다.  당시의 미친 짓은 핀란드가 먹을 것도 없는 와중에 다시 배우고 디자인을 공부하라는 교육정책이 그랬고, 사막 한가운데 하루에 차 한 대도 지나지 않던 미서부의 대륙을 세로로 종단하는 5번 프리웨이가 그랬다.  한국에는 보릿고개 넘던 시절 경부고속도로가, 모래땅 해안가에 포항제철이, 철 생산도 못하던 나라에서 현대 조선소가 미친 짓이었다.  지나고 보니 좋은 미친 짓이었지만 그 당시 나쁘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대전의 히틀러도, 일본제국주의의 도조 히데키도, 칭기즈칸도 자신의 정의로 자신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본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에 선은 없다.  마찬가지로 옳고 그름에도 뚜렷한 선이 없다.  지금 우리가 참조하는 그 수많은 정의의 선들은 그 속한 사회가 바뀜에 따라 마땅히 바뀔 것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용이다.  직접적인 위해나 손해가 있지 않는 한 이해하는 관용이다.  이 순간은 지극히 개인적인 눈으로 자신이 느낀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보며, 이해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면 된다.  이것을 사회적 관용도라고 부르며,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회가치 중 하나다.

 

by Luke

 

2020년 5월 18일 추가 사항

지난 주말에 만들어진지 120여 년이 된 미국의 JCPenney 백화점이 파산신청 절차에 들어갔다.  아울러 니만마커스 백화점도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몇 해 전 이미 파산한 시어스를 비롯해서, 1868년 시작되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락 점 고비키초벤마쓰도 폐업 신청했다.  한 시대를 넘어 유행을 만들고 시장을 리드하던 회사들이 문을 닫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특출난 것들이 일반화가 되고, 다시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흐름으로 보인다.  아마 지금 기술과 생활의 요구를 리드하는 삼성이나 애플, 구글 같은 회사들이 더 이상 신선하거나 기술을 선도할 수 없는 사회의 발전이 올 것이다.  첨단으로 불리던 것들이 정상적인 사고에 들어서는 것이다.  다시 이 회사들이 사회를 리드할 다른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백 년 또는 수백 년의 전통과 역사로도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간들은 우리가 살아온 시대보다 지금이 훨씬 빠르게 바뀐다.  불과 10여 년 만에도 지난 수백 년간의 흐름이 다 나타난다.

당시 유행하던 카탈로그를 보는것이 큰 즐거움처럼 느껴젔던 JCPenney의 경우나 한때 개인용 잠수함도 팔던 니만마커스도 있다.  가정용 가전제품으로 특화되어 미국 주방에 한두 개씩 꼭 있던 상품들은 시어스가 공급했다.  가부끼좌를 보며 먹던 도시락도 메이지유신 원년에 시작되었다.  이들 회사들이 물론 처음부터 이 같은 아이디어로 특화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유행과 문화에 커다란 리드를 하고 있었음은 사실이다.  이글의 취지에 맞게 나는 처음 시작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미친 아이디어들도 품어주지 못하는 꽉 막힌 사회라면, 또 이 또한 금방 흘러갈 것이지만, 정상적이라 여기는 생각들은 이미 한물간 사고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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