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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과 정체성, 넓게는 국제 비즈니스와 아이덴티티의 문제

Photo by Carson Arias on Unsplash

금주나 금연을 시작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음주와 흡연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발생의 원인을 밖에서 찾는 이 자세는 결국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결론 난다.  내 영어 스승이었던 이 선생님은 영어를 잘하는 방법 중 하나로 한국어를 마스터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나의 언어에 대한 능력과 확장성은 내 모국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달려있다는 말씀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민이나 유학, 더 나아가 해외 비즈니스에 대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난 단호하게 “정체성을 찾아라”라고 답한다.  정체성은 내가 가진 내 특수성이다.  아이덴티티라는 워드는 정체성뿐 아니라, 여러 브랜드 컨셉, 철학, 디자인, 심지어 소설 속 주인공의 창작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는 유학생활을 좀 늦게 시작했다.  철이 들 나이였지만 지금 생각하기엔 아직 철이 좀 덜 들었던 것 같다.  영어와 미국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내가 썼던 방법은 차단이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과 같았다.  한국 문화와 언어를 잊을수록 더 미국 문화나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무식한 방법이었다.  학교생활이나 프로젝에서 스스로 미국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은 빠르게 들었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살았다.  마치 거울을 쳐다보기 전까지 내 모습을 모르는 상황과 비슷했다.  음식이나 언어는 물론이고 정치나 국방 같은 분야까지도 난 그렇게 스스로 미국인이 되어갔다.  그러다가 다시 나를 되돌아보기 시작한 계기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 때문이었다. (나도 유학생이었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양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휴학을 해야 하는 상황, 건강과 질병, 동거나 결혼, 취업과 인터뷰,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 신청 등 그야말로 똑같은 상황이 하나도 없을 지경으로 각자의 이야기는 다 달랐다.  IMF를 막 지나고 어려움이 끝났다는 시기였지만 아직 실물 경제가 좋아지기 전의 이야기였다.  할 일 없을 때라도 땅굴을 찾아 뒤지는 습성을 가진 들고양이처럼 난 미국의 모든 것이 궁금했고, 내 이웃들은 어디 타주쯤에서 온 학생으로 알 정도였다.  그 궁금함 때문에 쌓인 내 잡지식은 한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카운셀링을 해 주면서 빛을 냈다.  나중에는 아시아권의 거의 모든 유학생들이 알 정도였다.  공화당 변호사라는 내 별명은 이민법과 미국 체류 규정에 관해 탁월했고 직접 변호사들을 추천하고 학생들을 보내주기까지 했다.  병원, 각종 단체를 소개해 주고, 짧은 여행이나 요즘 말로 맛집 소개는 늘 있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난 나를 다시 찾았다.  미국 내의 이야기들을 미국 밖의 사람 눈으로 보면서 내가 있는 자리를 다시 알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의 내면화라는 교육은 나에 대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가르친다.  모든 복잡한 시스템에서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확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북유럽 교육은 문화의 이해나 습득보다 내가 바탕이 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미리 깔고 있다.  이 시기보다 지금의 상황은 더욱 내가 누구인지 알기 힘들거나, 애매한 공허함이 떠도는 모습이다.  소셜 미디어가 필수가 된 지금은 내가 보는 내 모습이 누구인지 모를수록 더 인기가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혼란과 판단하기 힘든 상황에 쌓이기도 한다.  지금 소셜 미디어의 모든 이야기 중 90%는 창작이고 왜곡된 것이라면 어떨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 중요해진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 자체가 왜곡된 것이라면 얼마나 혼란할까 생각한다.  나는 다시 언어와 북유럽의 교육으로 돌아가 내가 가진 모국어와 나에 대한 내 아이덴티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요즘 다시 깨닫고 있다.

샤넬 브랜드의 로고가 중국의 음양 팔괘거나 일본의 욱일기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한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샤넬이 백여 년 넘게 클래식 럭셔리 브랜드 중의 하나로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때문이다.  애플도 벤츠도, 삼성도 그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이덴티티고, 그것이 정체성이다.  너무 굳어진 정체성을 더 확장하기 위해 바뀔 수는 있지만 처음에는 이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쓰는 것이 각 회사들의 업무다.  사람도 난 같다고 본다.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요즘 다시 이민이나 유학에 대한 문의가 자주 일어난다.  해외 비즈니스에 대한 요청도 늘고 있다.  그러면서 수년간 변하지 않은 한 질문은 거기 어떠냐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무엇이 어떤지, 그 직업이나 사업이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난 자신의 이야기로 말을 돌려 묻지만 마치 모든 것에 적응을 할 수 있다는 눈치다.  “시켜만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누구든 자리에 앉으면 다 할 수 있다.”  “안되면 되게 하라.”  이런 말을 아직 믿는 분이 있을까.  다 이해는 되는 말이지만 질과 시기가 크게 다르다.  아주 단순한 노동과 말로만 유지되는 상상의 직업과 노력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는 없지 않은가.  또 이런 자세로 자신이 원하는 세계의 문화를 설득시킬 수도 없지 않은가.  브랜드의 가치를 아이덴티티에서 찾듯 내 아이덴티티를 알아야 한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내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걸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와 그 아이덴티티를 정리했어야 했다.  만일 해외 비즈니스와 이민, 또는 유학을 계획한다면 말이다.

해외의 어느 문화에서 무슨 일이 필요하다고 그 일이 내 일이 아닌 것처럼, 해외 어느 나라에서 그 상품이 없다고 내가 팔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없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해외 뉴스를 읽고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즉흥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면 무슨 일이, 어디서 가장 유용할지 자연스레 떠오르는 일이다.  유학은 이민은 이렇게 이어져야 한다.  내가 그 문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가 나를 이끌어야 한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시작할지 밖에서 찾는 것은 매일 바뀐다.  그러나 내 것이 정해지면 그것을 어디서 가장 필요로 하는지 금방 나온다.  내 것은 다시 정체성이라고 불린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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