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Edu & Society / 일반 / 어설픈 모방은 발전이 아니다

어설픈 모방은 발전이 아니다

Photo by Sofia Sabel / imagebank.sweden.se

세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력 평가는, 영어 같은 외국어와 수학과 과학에 관해 나라별로 집계를 한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안 국가들은 항상 선두그룹에 들어있다.  반대로 북유럽의 나라들은 바닥 순위를 차지한다.  이것을 보고 낙관론자들은 혹시 인종에 따라 지능이 차이 나는 것 아닌가 의문을 품는 계기가 된다.  대학에선 완전히 역전되는 결과가 되긴 하지만 시작은 그렇다.  인간의 지능에 관한 논란은 지금도 끊임없이 조사 결과를 내놓는 좋은 연구 거리다.  우리들은 자라면서 한국인의 지능이 정말 높다고 믿어왔고, 세계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도 그 사실을 확인했었을 수도 있다.  정말 한국인의 지능이 높다면 왜 첨단 기술에선 발휘되지 못할까.

금융과 투자 부문에서 해외교류는 아주 흔한 일이다.  해외에서 자사보다 더 크고 강력한 협력 파트너를 만든다는 것은 다른 문화로의 업무 확대를 이끌거나 자국 내의 탄탄한 지위를 만들 수 있기에 거의 대부분의 한국계 금융, 투자 회사들은 해외의 회사들과 업무 계약을 맺는다.  그렇게 똑똑한 한국의 브레인 내 브레인들의 계약일지라도, 지나보면 상당히 불합리한 조건들을 수용한 결과가 많다.  이뿐만이 아니라 유명 해외 제품의 한국 진출에선 한국이 봉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반대의 경우엔 오히려 비굴한 수출로 보이기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생기는 식당들은 너도나도 유행을 따른다.  잘 되는 메뉴는 그냥 보질 못한다.  꼭 양념이라도 더 넣어야 하고 고춧가루라도 더 쳐서 맵게 만들어야 다르다는 소릴 듣는다.  그렇게 우리 주위에서 잘 나가는 메뉴들은 그냥 잡탕이다.  Fusion 이란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해도 어설프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들이다.  나는 요즘 시대의 첨단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맛있어 보이는 무언가를 다 섞어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고급스런 쓰레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미리 부연하자면, 지금은 상당히 많이 좋아졌다.  자신이 부족해 보이는 열등감도 한국에서 많이 사라졌고, 무언가 해도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가난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겁 없음이라 여기기에는 너무 자신만만하다.  그래서 뭔가라도 있는 줄 알았다.  르 꼬르동 블루를 들먹이며 이름 모를 향신료를 읊는 주방에서의 음식은 결국 볶음밥으로만 보인다.  모양은 그래도, 수 시간 동안 고깃국물을 내서 졸이고, 야채를 삶아 짜서 뭔가 비법을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결과는 냉동 종합 야채와 밥을 오븐에 구운 비빔밥 같은 느낌이다.  정말 거창한 이름으로 사업을 컨설팅하고, 창업 지원을 위해 투자자를 모아준다는 전문 컨설팅 회사들, 해외 네트워크로 한국 내 우수 인력을 취업시킨다는 모 기관들, 정부의 무슨 무슨 첨단 이름이 붙은 지원금들, 지자체가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따냈다는 해외의 아이디어들이 모두 그 뛰어나던 한국인의 머리로 세계의 흐름을 유도하는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다.

시골의 한 중국집에서 탕수육 소스를 만들기 위해 허비하는 앞 공정이 하루가 걸리는 줄도 모르고, 왜 이렇게 맛있을까 허무마저 하던 내 기억부터, 떡 반죽에 삼대가 달라붙던 떡 장인, 시계수리는 예술에 가깝다고 하던 한 수리점 주인이 생각난다.  어설픈 모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언가 보긴 했는데 할 줄도 모르는”에 가깝다.  새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 것으로 만들고 발전시킬 시간이 없거나 하기도 싫었던 아이디어가 첨단 유행으로 표현되는 걸 보면 참 머리가 좋긴 하다고 느낀다.  조금 멀리 바라보자.  한국 내 자영업이 그렇게 많은 비율로 망하고, 해외의 기관과 같은 시도를 한 국내 프로젝이 망가지고,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불공정한 계약이 흔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내가 머리가 좋다고 느끼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뭐 가진 것도 없는 게 허세만 가득한 그 구멍들이 숭숭 뚫려 보이는 이유다.  빨리해야 한다.  더 가져야 한다.  뭔가 달라야 한다.  이 세 가지의 굴레에서 이미 끝난 게임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도전들과 공상만이 남았다.  아마 이 대목에서 기본이 중요한 건 다들 눈치챘겠지만 왜 기본이 중요한지 느껴야 한다.  기본 없는 발전은 있을 수도 없고, 변형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목수라면 오래된 벽을 허물고 다시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눈가림쟁이들은 페인트와 벽지로 유행이라 떠든다.  그것이 하나둘 페인트의 겹이 여럿 생기면 정작 이 벽이 페인트칠을 한 벽인지, 벽지였는지, 나무인지 본인조차 알 수 없게 된다.  한때 온 나라에서 떠들었던 Fusion 이란 단어는 이것도 저것도 다 가지려는 의도였지만 다 망한 케이스다.  장점만을 모아 시행하는 프로젝, 아이디어, 기획, 정책들…  그 수많은 머리 좋은 것들이라도 기본을 갖추면서 이루어 나아가길 바란다.

 

by Luke

You may also like
북유럽 스웨덴 난민 수용 정책의 위기, Cultural Integration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나?
다양성에 비추어 생각해보는 진화하는 사회
북유럽식 행복의 근본, “자식과 헤어질 준비를 한다”
북유럽의 일과 행복의 상관관계, 사회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인가 또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인가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