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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축구팀의 스토리, 기적은 없다

Photo: 아이슬란드 축구팀과 관중의 바이킹 박수

기적을 믿는가?  난 기적을 믿지 않는다.  다만, 그 기적 속에 숨은 인간들의 엄청난 노력이었다는 것을 믿는다.  종교적 믿음으로 생각해 보아도 신이 인간을 통해 기적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나는 러시아 월드컵의 한 경기에서 아이슬란드 팀의 기적을 보았고, 팀원 모두와 그들의 조국 아이슬란드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확신을 또 얻었다.  북유럽의 전통 가치는 아직 건재하며, 세계의 모든 사람을 위한 축복이란 것을 말이다.  전혀 다른, 아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두 문화의 역사와 차이는 90분간의 경기에서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

아르헨티나의 영광을 기억할 것이다.  인구보다 가축의 수가 몇 배나 더 많은 나라, 끝없는 삼림과 풍부한 자원, 아름다운 계절의 축복이 함께하는 나라 아르헨티나는 세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다 가진 나라였다.  그들의 감성, 낙천성, 음악과 예술이 그냥 쏟아져 나올 정도의 여유를 국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왜 모두 다 가진 것 같은 사람들이 형편없는 삶을 사는지,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나아가 남미의 그 풍요를 얻기 위해 각국이 식민 전쟁으로 흘린 피를 생각하면, 타고난 환경이 더 값져 보이기도 한다.  거기까지인가.  축복에만 쌓여있는 것 같이 보이는 그들은 멈추고, 쉬고, 놀다 지치기를 반복했고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비슷한 축복을 공유하는 다른 문화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머리가 썩은 부잣집 아들의 모습이다.

이에 비해 아이슬란드를 보자.  뭐하나 부러운 것이 있다면, 내셔날 지오그래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란 명성, 더 잃을 것도 없어서 전쟁이나 분쟁의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는 뉴스가 고작이지만 무엇보다 북유럽의 문화 가치를 공유한다는 큰 부러움이 있다.  인구가 30여만 명 조금 넘어서는 국가라는 둥, 축구 감독이 의사고, 골키퍼가 영화감독이라는 뉴스, 가장 유망한 선수 한 명은 소금공장에 근무한다는 스토리 등을 좀 잊어보더라도 난 그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가 왜 그렇게 뛰어난 근성을 가질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한 지구 반대쪽의 나라가 국가적으로 수십 년간 부르짖던 그 “근성”의 문제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룰 수 있었는지 한참 궁금해 했다.  누구는 아이슬란드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또 누구는 국민적 단합과 부단한 노력이라고 한다.  나는 그러나 북유럽의 정신이라 보인다.  풍요 속 복지정책에 남녀평등 가치에 머리 썩은 부잣집 아들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북유럽에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보이게 하는 가치는 내가 믿는 그것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는 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북유럽의 “근성”이고 아이슬란드에게 기적을 만들어준 숨은 이유다.

인구로 모든 것이 다르게 변하지는 않지만, 풍부한 소스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도 있다.  인구 33만의 아이슬란드는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무한한 자연에 둘러싸인 섬이다.  주로 어업과 광물업등에 종사하며, 첨단 산업이나 예술 분야도 뛰어남을 가지고 있다.  직업은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세 가지의 직업을 가진 경우가 흔하다.  과거의 유럽 인물들이 시인, 의사, 기술자, 교수, 건축가 등의 여러 직업을 겸임한 것을 기억한다면, 그런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아이슬란드는 다른 북유럽 국가의 이름 작명 전통을 비교적 모범적으로 따르는 문화다.  그들의 이름은 성이 없다.  그래서 “누구의 아들 또는 딸인 누구”라고 표현한다.  Son이 남자의 성 뒤에 많이 붙는 이유다.  덴마크는 Sen이 붙고, 스웨덴은 다시 Son이 붙는다.  요한 미켈손이란 북유럽 이름은 미켈의 아들 요한이 된다.  아이슬란드는 연평균 기온이 7도가 안되는 지역이다.  눈보라의 수준도 감히 따뜻한 남쪽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2000년대에 들어가며 국가 정책적으로 축구를 장려했으며, 실내 축구장을 세웠다.  몇 개 안되는 프로 팀 중에는 실내 경기장이 홈인 곳도 있다.  레이캬비크의 국제 축구 경기장의 입장 인원은 1만 5천 명 가량이지만, 2016년 유로 챔피언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암스텔담으로 응원을 간 아이슬란드인은 3만 명을 넘었다.  이마저도 항공사가 취할 수 있는 최대의 편의를 제공한 결과다.  아마 아이슬란딕 에어나 북유럽의 SAS 항공사가 더 많은 항공기를 보유 했었거나, 루프트한자가 호의를 베풀었으면 아이슬란드 국가 자체가 텅 빌뻔했다.  잉글란드와 프랑스와의 경기 TV 시청률은 98.7%로 믿을 수 없는 숫자다.

아이슬란드 팀은 자신들이 부족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감독도 자신의 연봉의 수십 배가 넘는 큰 연봉을 받는 상대 감독이나 선수들이 존경스러웠을 것이다.  상대 팀은 이미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적인 스타니까.  그래서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아마 속으로 “우와~ 메씨다.  나 메씨 만났어.  진짜 잘할텐데…” 라고 속으로 충분히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아이슬란드 감독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그렇게 존경하던 화려한 전략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감독들이 부러웠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스토리다.  그럼 어떻게 할까.  어떻게 이 열세와 우리의 부족함을 채울까?  한국식으로 말해보자.  “열심히 죽을 때까지 해라.”  “안되면 되게 하라.”  “노력해도 안되면 또 노력이 부족하다 생각해라.”  말이 되는가?  난 수십 년 전 부터 이 썩은 교육에 신물이 난다.  현재 한국의 모든 건 다 이런 식이지만, 아이슬란드는 다른 결정을 했다.  아주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기본에 충실한다.”  “각자 맡은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너무나 북유럽식이어서 다시 반성을 한다.  까불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란 말이다.  어느 땐가는 내가 컨디션이 더 좋을 수도 있고, 더 성장한 것 같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뛰면 슛을 날릴 찬스가 올것 같기도 하다.  내가 쪼금 더 잘하니 다른 포지션을 도와주어도 될것 같기도 하다.  어느 다른 나라 이야기 같은가?  이것들이 까부는 행동이다.  다만 축구라고 다르고 경제 활동이라고 또 다르지 않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기본에 충실한 것이 북유럽의 정신이고,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는 그 마음이 신뢰와 근성이다.  그런데도 진다면?  슬프지 않다.  난 최선을 다했고, 즐겼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니까.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오만가지 생각이 경기를 보며 다 스쳐갔다.  현란한 발재간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도 각자 자리를 지키는 그 늠름함이 보였다.  구단 전체 운영비의 몇 배를 자신의 연봉으로 받는 메씨도, 태어나면서 축구공을 가지고 나온다는 아르헨티나의 그 어떤 선수들도 “Huh”의 바이킹 박수를 뚫지 못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는 조급해졌다.  왜 안될까라는 생각은 그들의 모습이 아니다.  우선 밀어붙이고, 화내고, 불평하는 것으로 사회가 돌아간다.  비교적 다른 면을 보여주려던 아르헨티나도 인내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더운 기후의 문화에 그리 긴 인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참을 만큼 참은듯했다.  멋쟁이 아르헨티나 감독의 발걸음이 경기장에 다가갈수록, 선수들의 불평이 보이고, 스스로 포기하는 듯 하게도 보였다.  수비축구라는 아이슬란드, 그럼에도 왜 그렇게 박진감을 주는 경기였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자리만을 지킨 아이슬란드 감독의 운동복 유니폼과 관중의 바이킹 박수소리가 아직 여운으로 남는다.  왜 그렇게 열악한 북유럽의 모든 나라가 세계 문화와 철학 가치에 중요한지 알고 싶다면, 아이슬란드 축구 경기를 다시 보라.  내가 조금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이 조금씩 우스워 보인다면 아이슬란드 축구의 수비를 기억하라.  이젠 내가 스스로 혼자 잘한다고 오만이 솟아난다면 함께하는 친구도 그런지 물어보라.

아이슬란드에게 축복을!

 

아이슬란드 축구팀 골키퍼 Hannes Þór Halldórsson, 하네스 토르 할도르손이 감독한 아이슬란드 축구팀과 코카콜라 광고 : https://youtu.be/fdS6lVtzZ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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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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