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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Lagom, 라곰과 삶에서 지우고 싶은것들

Photo by Werner Nystrand / Folio / imagebank.sweden.se

Lagom, 라곰은 적당함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을 때 적당히 하고 싶지만,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고 미루는 것도 라곰이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 얻은 게임처럼 내 일은 내팽개치고 매달리는 것도 라곰은 아니다.  그 적당함이 어디, 누구의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또 판단은 다르다.

스트레스성 집착과 결벽증이 있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가 유학하던 시절 극심한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질질 때면 나는 청소를 했다.  남이 보면 참 긍정적인 소모로 보일 테지만, 이 청소는 끝날 때를 몰랐다.  예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록 가수 한 분이 하루를 넘도록 청소만 했다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청소도 그렇지만, 모든 일에 (100%는 존재하지 않으니, 99%로 하자.) 완벽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99%의 완벽함과 90%의 완벽함은 사실 눈을 크게 뜨고 찾기 전에는 잘 모른다.  한두 시간이 걸려 작은 스투디오였던 내방을 치우고 나면 무척 깨끗해졌다.  그냥 보통의 청소라면 20분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결벽증적인 눈으로 보면 다시 먼지들이 보이고, 오랜 때들이 눈에 크게 띈다.  그걸 또 닦기 위해 다시 한두 시간은 더 걸린다.  일도 마찬가지고, 가정일도, 인생계획도,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변수가 많은 일을 90%의 완성도와 여유로 즐겨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일이다.  심지어 70%의 마음으로 잘 사는 가족들도 무척 많다.

90%의 완성도와 99%의 완성도는 그 결과와 완성도에서 차이가 거의 없지만, 그 9%를 더 높이기 위한 투자는 어마어마하다.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들 수도 있다.  멈추는 시점, 이만하면 됐어 하고 넘어가 주는 그 상태가 라곰의 시작점이다.

사회는 스트레스로 변형되었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들은 못 참고, 같은 대화라도 더 강하게 해야 하며, 같은 계획이라도 더 완벽하게 세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회는 완벽주의자들을, 결벽증 환자들을 만들어 간다.  행복은커녕 하루하루의 삶도 재미없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가 왜 힘든지도 모르면서 그냥 힘들다.  뜻대로 되는 일은 유년기 이후 거의 없었다.  이 상태는 드물지 않게 보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요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누구나 사진은 자주 찍는다.  그래서 사진 폴더에 가족이나 자신의 사진 한두 장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본일이 있는가?  누구나 그 사진은 예쁘다.  실물로는 부족하고, 눈에 띄지 않는 외모를 가진 사람이어도, 자신의 사진 폴더에 들어 있는 사진들은 다 예쁘게 나온 사진들이다.  뭐, 포토샆을 했던, 45도 셀카샷을 했던 어쨌든지…  그러나 그건 현실이 아니다.  자신이 그냥 예쁜 순간, 예쁜 모습들만 기억하고픈 마음이다.  조금 떨어져 보자.  중요한 건 그 사진이 아니다.  그 사진이 담기던 그 현장이고, 그 시간, 그 감정이다.  결국 그때의 기쁨, 행복, 슬픔 같은 가치를 기억하고픈 거다.

누구나 살면서 아픔은 온다.  생각해 보면 아픔은 삶과 함께하는 절대적 가치다.  100년 후 아픔의 센싱을 제거하는 수술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아픔은 인간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감성가치다.  이와 같은 절망, 실패, 이별, 고통 같은 가치들도 내 삶에 있어서는 없어선 안될 기억이다.  이걸 지울 순 없다.  오히려 시간의 흐름으로 아름답게 바뀌는 그 기적을 경험해야 한다.

자신의 삶은 셀카샷같이 골라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게 싫어, 좀 못나 보이는 내 삶이 싫어서 99%의 삶으로 만들기 위한 강박은 내 삶을 다시 힘들게 한다.  내 삶이 90%의 계획과 만족으로 살아가면 어떤가.  내 인생이, 내 자녀가, 내 가족이 단지 9% 더 완벽해 지려고 노력하는 그 시기에, 차라리 라곰으로 그만두는 건 어떤가.  좀 더 남은 시간, 여유는 활용도가 무척 많을 것이다.  어느 순간 뜻밖에 경험에 “아, 이런 즐거움을 가족 모두 갖은 것도 별것 아닌데 왜 그동안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바람에 깃털같이 소리 없이 다시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곤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워버린 그 사진들이다.  오히려 더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그 사진들이 현실이고, 내 인생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삶의 미운 부분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나아가 아예 만들지도 않으려고 완벽한 삶을 꿈꾼다.  그 아무 의미 없는 9%의 완벽을 위해,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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