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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엇인지 아는 북유럽

Photo by Susanne Walström / imagebank.sweden.se

유치원생도 바쁜 나라가 있다.  직장인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학생은 바쁘다.  심지어 전업주부도, 집에서 쉬고 있는 백수들도 바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정말 바쁘길래 바쁘다고 하나 의심하게 된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 그렇게 바쁜 일이 없다고 했더니 놀고먹는 팔자라고 부러워한다.  진심 부럽기보다는 비웃음이 깔려있는 태도다.  회사를 운영하며, 이렇게 글도 쓰고, 일 년에 책을 한 권씩 출간하고, 매달 모임에, 엮여 있는 프로젝이 서너 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난 그렇게 바쁘단 생각이 없다.  글이나 보고서를 써야 할 땐 밤이 훌쩍 깊어지기도 하지만 늦은 밤까지 일을 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난 태어난 일벌레인가?  그 이유를 언젠가 고민한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집중 효율이 있다.  지구력이란 좋은 단어도 포함한다.  이것들은 서로 연관되고 같이 작용한다.  가장 좋은 것은 능력과, 지구력과 집중력이 동시에 좋은 것이지만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짧은 시간에 높은 노동 효율을 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예전 같지 않은 집중력을 보인다.  이것들이 다 떨어질 때 쓰는 마지막 방법이 있다.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창의성이 있든 없든 같은 일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기계적인 동작을 시킨다.  숙련인이라는 포장된 단어를 사용한다.

북유럽 스웨덴은 일을 적게 하는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다.  Fortune 지 조사 2015년 통계를 보면 주당 노동시간은 30.9시간이다.  하루에 6시간이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비슷하고, 노르웨이, 덴마크는 하루에 5시간 30분쯤 된다.  5시간이 아주 조금 넘는 독일이 OECD 중 가장 노동시간이 짧은 나라이다.  스웨덴은 일의 성격에 따라 하루의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주 4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노동법에 의한 의무적 유급 휴가가 주말을 제외하고 1년에 25일이고, 성별에 관계없이 480일의 유급 양육 휴가를 받는다.  미국은 주당 35시간, 일본은 34시간, 한국은 41시간이다.  한국보다 더 오래 일하는 나라는 멕시코로 42시간이다.  아마 이 얘기에 많은 분들이 “에이~”를 외칠 것이다.  한국에서 9시에 정확히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이 통계는 좀 많이 고칠 것이 있어 보이지만, 공식 통계이므로 이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한다.

사회는 백 년 전에 비해 말할 수 없이 복잡해지고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단순노동, 생산으로 노동 시간을 규정하던 사고는 이제 바뀌고 있다.  어떤 직업은 노동 시간이 유연해질수록 더 높은 효율을 내는 일도 있고, 연락과 대외 업무는 오전에 집중해야 하는 일도 있다.  하루 종일, 늦은 밤까지 일을 붙잡고 있는 것이 일의 효율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마치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아 책상 정리만 한참하고 피곤하다는 꼴이다.  사람들은, 내가 만나본 바쁘다는 사람들은 일이 원래 많기에 제시간에 처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그 조직은 시스템이 없는 구조다.  자신의 일이 워낙 많은 경우라면 그 조직에서 개인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조직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비 도덕적인 경우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근무 환경이 이해되는 경우도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경우이다.  조직을 사랑하는 자발적 봉사, 비상 운영 시의 대처, 시기를 다투는 업무가 절실히 필요할 때같이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고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아직 근대화를 거치지 못했다.  첨단이라 외치며, 세계 제일인 것처럼 떠드는 그 기술들은 졸린 눈을 비비고, 수백의 가정에서 볼 수 없는 부모를 그리다가 지친 결과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노동 사고로 일을 했으면 못했을 일인가.  그렇지 않다.  하루 6시간 집중력 있게 일했어도 할 수 있었다.  노동자가 행복했다면 말이다.  조직은 조직원을 믿지 못한다.  자신이 놀며 시간 때우던 시절을 생각하니 남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관리자는 앞날을 보여 주기보다, 조직원을 감시하는게 주 업무다.  OECD를 제외하면 북한의 수용소가 (영문으로는 Labor Camp라 표현했으나 아마 정치범 수용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당 112시간으로 가장 길다.  노동 시간만 길뿐 기본적 사고는 현재 한국과 같다.  효율과 능력, 개성보다 책상에 앉아있어야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고를 가졌다.

나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에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있기에 생겨났고 지속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다.  노동자들이 인간성과 자신감을 가장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 안에서 속임수와 얕은꾀를 부려 눈에 띄는 일을 처리하는 습관은 전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 짧은 사고에 그칠 확률이 높고, 이런 노동 환경에 익숙한 노동자들은 막상 새롭고 혁신적이란 일에 다가갔을 때 그 의미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경우를 보았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은 자신의 능력을 150% 이상 쓰면서 살았다고 자랑할 때 나는 그의 가족이 말하는 쓸쓸한 외침을 들었고, 차라리 인생의 여유나 삶의 의미란 단어조차 모르는 편이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물 밖을 궁금해하는 개구리가 가장 불안할 때는 손을 우물 밖으로 내밀어 우물 밖 따스한 공기를 느낄 때다.  어쩌면 우물 밖을 알지 못하는 편이 더 행복한 삶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이 어떤가.  해외나 다른 문화를 알고 있는 친구들을 모두들 한둘씩은 가진 지구촌이 아닌가.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이론이 시끄러울 때, 긴 노동시간으로 때울 수 있는 것은 없다.  새로운 혁명의 키는 창의성이다.  수십 년 전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술이며 사물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만들어 내야 할 때다.  가르쳐줄 것도 배울 곳도 없다.  이 물결이 새로운 산업 혁명이 맞다면 이미 4-5년 전 같은 조건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생각하는 법을 배워도 사회 구성원들이 창의성이 생기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래 노동시간을 갖는다고, 매일 바쁜척한다고 진짜 바쁜것 같은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정말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매일 노는 것 같이 보이는 사람이다.  여유와 일을 적절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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