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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준비를 위한 달콤하고 탐스러운 북유럽의 크림빵, Semla

성탄절, 새해가 지나면서 북유럽의 연말 분위기를 한층 북돋았던 특별한 먹거리들은 상점에서 모두 사라지고, 요즘 새로운 빵 하나가 진열대에 가득 쌓이고 있다. 모양새만으로도 달콤하고 탐스러운 빵들이 두 개씩 한 박스에 팔리거나, 베이커리에는 진열대 한가득 만들어 놓았다. 이건 또 무엇일까. 왜 2월에 들어서는 이맘때 특별히 만들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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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타임, Fika와 함께 쿠키, 베이커리를 즐기는 북유럽은 상상이상으로 케이크와 빵이 다양하고 정말 맛있다. 매우 부드럽고 너무 달지 않아서 나처럼 입이 담백한 아시아인들도 한번 맛보면 즐기게 된다. 요즘 북유럽의 베이커리를 꽉 채우고 있는 새로운 빵은, 하얀 크림이 넘쳐나도록 통통한 빵 한가운데 채워져 있다. 미국에서 발견했다면, ‘분명 목이 메도록 진하고 달달한 크림일 거야’라는 추측에 먹어볼 엄두도 내지 않았겠지만, 이미 Prinsesstårta (프린세스 케이크), Vaniljmunk (크림 도넛) 등의 북유럽 Sweet Deserts에 빠져있는 우리 가족은 탐스러운 크림 맛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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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을 가득 채운 Semlor (Semla의 복수형)

북유럽 국가마다 이름은 좀 다르다. 스웨덴 이름, Semla가 제일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형태도 북유럽을 대표해 보편적인 모습이 되었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같은 맛과 모습인데, 이름은 Laskiaispulla로 불린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Fastelavnsbolle로 부르는 잼과 위의 설탕 장식이 더 곁든 빵을 같은 시기에 특별히 먹는다. 궁금한 마음에 스웨덴의 Semla를 먹어보았다. 예상대로 적당히 달콤한 크림은 아몬드 맛이 가미되어 있었고, 위아래를 감싸고 있는 빵은 부드러웠는데, 계피향이 곁들여진 게 독특했다. 나는 Semla를 진한 커피와 함께 디저트로 먹었지만,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Semla를 통째로 푹 담가서 함께 먹는다. Hetvägg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북유럽인들이 아주 즐기는 맛이다. 옛날 Hetvägg을 좋아했던 스웨덴의 아돌프 프레드릭 (Adolf Frederick) 왕은 1771년 안타깝게도 Semla를 우유에 담가먹다가 탈이 나서 죽었다는 역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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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노르웨이식 Fastelavnsbolle

성탄절을 기념하며 먹던 금빛 빵, Lussekatt (루시아 빵)은 물러가고 Semla가 왜 뒤를 잇는 걸까. 오래전부터 Semla는 북유럽에서 사순절을 시작하는 “Ash Wednesday (재의 수요일)”의 바로 전날인 “Shrove Tuesday (고해의 화요일)”에 특별히 먹었기 때문이다. 성탄절이 지나고, 봄의 부활절을 맞기 전 40일 동안 단식과 금식을 했던 가톨릭 역사의 옛날 유럽은 시작 전날인 Shrove Tuesday의 음식이 아주 특별했다. 지난번 팬케이크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유럽 지역에서는 사순절 전날에 팬케이크를 먹는다고 소개했었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오래전 사순절을 준비하면서 달콤한 Semla를 우유에 적셔서 먹었다고 한다. 포만감이 많고 열량이 높은 Semla와 우유는 단식 전에 딱 알맞은 선택이었다. 지금은 루터교가 지배적인 북유럽에서 Semla를 Shrove Tuesday, 하루만 먹는 전통이 조금 달라졌다. 사순절 시작부터 부활절을 맞는 일요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Semla를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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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vägg: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Semla를 통째로 푹 담가서 함께 먹는다.

북유럽 스웨덴인들의 Semla 사랑은 매우 대단하다. ‘Semmelmannen’라는 블로그는 2011년부터 매년 사순절을 앞두고 2월 1일부터 Shrove Tuesday까지 기간 동안  스톡홀름 일대의 Semla를 맛보고 평가하여 알린다. 또한, 스웨덴의 신문, 잡지 등에서는 그해 최고의 Semla를 선정하기도 한다. 스웨덴 일간지, Svenska Dagbladet로부터 ‘2011년 최고의 Semla’로 뽑힌 Vettekatten라는 베이커리는 그해 14,000개의 Semla를 팔기도 했다. 최고를 하나 뽑는다기 보다, 그해마다 새롭게 소개하는 의미이며, 베이커리마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맛을 취향에 따라 고르고 즐기는 분위기다. 블로거 ‘Semmelmannen’는 “딱 한 곳의 Semla 한 개만을 맛있다고 뽑는 것은 무의미하다. 빵과 크림, 그리고 곁들여지는 아몬드와 계피향 등의 적절한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라고 지혜로운 Semla 맛의 정답을 이야기한다.

생활이 단조롭게 보이지만, 북유럽은 다양한 전통과 음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많이 갖는다. 제품이나 음식을 더 팔려고 요란을 떠는 모습이 아니라, ‘아! 벌써 이때가 왔구나.’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을 즐겁게 준비하는 정도이다. 쌓인 눈처럼 하얀 크림이 사랑스러운 Semla를 먹으며, 길고 긴 겨울도 서서히 가는 걸 느끼고 새봄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다음은 어떤 특별한 음식을 먹게 될까… 궁금해진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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