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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친구, Moomin (무민)

미국에서 아이들 책을 골라줄 때부터 눈에 익었던 하얀 하마같이 생긴 가족들. 화려하고 표정이 강렬한 다른 책들의 주인공들에 비교해 좀 희미했는지 그 당시에는 기억에 크게 남지 않았다. 북유럽에 와서 생활하니,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곳곳에 그 하얀 두리뭉실한 가족들은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그림뿐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제품의 형상이 되고 패턴과 장식으로 이용될 정도로 북유럽인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었다. 남편과 딸아이가 알고 있었는지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Moomin (무민)이라고 불린다. 핀란드 태생이며 세명은 아빠, 엄마, 아들로 세 가족이고 앞머리가 살짝 내려온 여자아이는 걸 프렌드이다.

미국은 불멸의 미키마우스가 있고, 스누피도 있으며, 이렇게 몰려다니는 가족을 떠올리자면 파란 스머프들이 떠오른다. 일본은 핼로 키티가 이젠 전설적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고, 우리나라는 아직 그만큼의 파워는 축적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전 세계의 모든 한국 혈통의 아이들은 뽀로로가 대통령이다. 북유럽 스웨덴의 말괄량이 삐삐는 캐릭터의 상징성보다는 스토리 자체로서 북유럽 아이들의 자유롭고 건강한 모습의 대표로 느껴진다. 반면에 캐릭터로 볼 때 북유럽에서는 단연코 무민이 어디서나 보인다. 처음에는 희미하고 특징 없어 보였지만, 찬찬히 살펴볼수록 캐릭터로서 친근함, 편안함, 그리고 심플하고 쉬운 형태라는 강력한 비주얼 효과를 모두 갖추고 있어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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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마우스(1928년생)보다는 후배지만, 무민도 꽤 나이 많은 어르신이다.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에 핀란드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인 Tove Jansson (토베 얀손)에 의해 탄생되었다. 긴 전쟁으로 황폐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토베 얀손은 오히려 전쟁 속에서 늘 동화책을 스스로 만들며 아름답고 순수한 세상을 그려왔다. 그녀의 완성도 있는 작품이 14세 때 처음 만들어진 정도이다. 그러한 토베 얀손의 순수한 세상에 대한 끝없는 동경은 무민이란 순백색의 맑은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무민은 핀란드에서 태어났지만, 맨 처음 스웨덴어로 쓰인 동화책이었다. 헬싱키에서 태어난 토베 얀손은 왜 스웨덴어 책을 핀란드에서 출간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녀의 부모는 모두 스웨덴 출신의 조각가와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집에서는 스웨덴어를 계속 쓰게 하는 이민 가족이었고, 첫 디자인 공부도 스톡홀름으로 건너와 대학을 다니면서 시작하였다. 토베 얀손은 헬싱키에서 나고 헬싱키에서 죽었지만, 그녀의 무민은 스웨덴어를 하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 사이에도 이민 가족과 그에 따른 핏줄과 감성, 문화적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느껴진다. 미국, 북유럽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내가 다시금 토베 얀손을 통해 짚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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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이 1945년부터 연달아 펴낸 무민 시리즈는 1952년 ‘Comet in Moominland and Finn Family Moomintroll’이 영어판으로 번역되어 나오면서 북유럽을 넘어 전 유럽의 관심을 받게 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영국 신문에 무민은 만화로 연재를 시작한다. 1954년부터 6년간 21개의 무민 스토리는 만화로 소개되었고, 마침내 스웨덴에서 영어 버전 무민 만화책이 발간된다. 토베 얀손의 일생을 영원히 함께 하며, 작가로서의 모든 영예도 안겨준 무민 가족은 그녀의 모습, 그녀의 가족을 표현한 것이라고 그녀는 늘 말했다. 주인공 무민트롤과 친구 리틀 마이는 작가의 자화상처럼 투영된 자신의 생각들이며, 무민 아빠와 엄마는 토베 얀손과 함께 해준 부모님들, 그리고 배경은 항상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라온 자연과 살아온 동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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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은 하마일까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북유럽 고대 신화에서 유래된 존재이다. 요즘 화제의 디즈니 영화 ‘겨울 왕국’은 물론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에도 나오는 돌멩이 괴물이다. 트롤이라고 불리는 상상의 존재로, 사실 무민의 주인공 아이 이름도 무민트롤이다. 토베 얀손의 어린 시절도 아마 트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을 것이다. 마치 한국 아동 고전의 도깨비나 용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주는 북유럽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토베 얀손에게는 거칠고 무서운 돌멩이 괴물이 아닌 하얗고 친근하고 순수한 모습의 친구가 되어서, 전 세계 모두에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알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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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만화책, 그리고 만화영화로도 무민은 쉽게 접해볼 수 있는 시리즈이다. 아빠인 무민파파, 엄마인 무민마마, 사랑스러운 아들 무민트롤, 여자친구 스노크 메이든, 그 밖의 무민트롤과 함께 세상을 알아가는 여러 친구들과 이웃들이 숲 속의 무민 마을에 모여 살며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너무나 북유럽 다운 계절과 자연환경, 무엇보다 북유럽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름답다. 어찌 보면 뜬금없는 호기심이나 중요하지 않은 질문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고, 당돌한 돌직구를 날리는 친구들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유럽에 와서 여기 사람들과 익숙해져가다 보니, 무민의 모습과 마음이 극히 이곳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저자는 옮겨 놓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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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 왔을 때 내가 잊거나 관심이 없던 삶의 부분이 이들에게는 큰 가치였고, 나를 짓눌렸던 삶의 문제들은 이들에게는 아무런 고민거리가 아닌 모습에 한참 동안 혼돈스러웠다. 무민 친구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내가 마음의 힐링을 얻고 있는 것처럼 모두에게 결국은 마음의 저 아래 묻어두었던 아름다운 감성을 이끌어 내어줄 한권의 책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지만, 지친 부모들의 마음도 함께 위로해줄 북유럽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무민의 아름다운 장면과 대화들을 많은 사람들은 감동 속에 소개하고 있다. 토베 얀손이 쏟아낸 수없이 많은 장면들 중 나도 하나를 옮겨 놓으며 다시 마음을 적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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