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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최대 명절, Easter(부활절)

한 해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준비하는 달력… 스웨덴의 공휴일에 적응하고자 새해 초에 둘러보았더니, 전반적으로 빨간 글씨는 한국, 미국에 비해 적어 보였고, 유독 4월에 연달아 있는 공휴일에 눈이 갔다. 바로 부활절의 전후로 있는 연휴이다. 미국에서는 11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에 있는 추수감사절과 함께 주말까지 쉬는 연휴가 가장 눈에 띄는 휴일 기간인데 비해서, 북유럽은 부활절이 큰 국가 명절이며 모두들 쉬어가는 제일 긴 공식 연휴이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달력에는 부활절 전 금요일과 부활절 다음 월요일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하루가 더 많은, 부활 전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그다음 주 월요일까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토요일은 휴무일이고, 일요일인 부활절을 기념해 월요일을 쉰다. 특히, 노르웨이의 연휴는 일반적으로 수요일 오후부터 시작되어 화요일까지 쉬는 분위기로 북유럽 국가 중 제일 길다. 대부분 아이들은 이미 부활절을 기다리는 한 주간이 방학기간이라 많은 가정들이 개인 휴가도 곁들여 길게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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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은 매년 날짜가 달라진다.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동방교회의 유월절 주장이 폐지되면서, 매년 춘분 후의 만월이 지난 다음 일요일을 부활절로 제정하게 되었다. 성경 기록을 따지자면 유태력을 따라야 하겠지만, 역사 속에서 종교들 간의 분쟁과 우여곡절로 오늘날은 같은 방식으로 정한 부활절이 가톨릭, 개신교 등 대다수 크리스천들의 공통된 축일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의 기념일로 개인에 따라 선택하는 분위기이고, 국가 공휴일도 아니다. 다만 학교에서는 봄방학이라고 정해서 부활절 즈음에 맞춰서 일주일 정도씩 쉰다. 그에 비해 유럽은 전통적으로 역사적 배경이 되었던 기독교의 영향으로 부활절의 전통도 깊고, 이제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전 유럽의 큰 명절이며 긴 휴가가 되었다. 마치 동양권에서 문화와 관습에 불교와 유교적 모습이 이어지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역사적 배경이다. 부활절도 영어의 Resurrection Day가 아닌 Easter로 불리는 유래가 사실 유럽 튜튼족의 새벽과 봄의 여신에서 기인하였고, 그만큼 사실 부활절의 계란, 토끼 같은 상징도 기독교의 관계와 의미가 아닌 다양한 다른 신화, 축제 등의 여러 전통들이 자연스레 섞어지고 융화된 모습이며, 그러기에 이젠 유럽의 부활절은 종교적 의미를 뛰어넘는 가장 큰 일반 명절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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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가장 큰 명절이고 긴 휴일 기간이라 하여 처음에는 굉장히 분주하고 들뜨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미국에서는 공휴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들뜬 기분에 맞춰 부활절 한 달 전부터는 상점마다 예쁜 파스텔톤의 봄 빛깔과 함께 부활절 장식, 사탕, 초콜릿, 선물 등 사람들 마음을 한껏 취하게 한다. 북유럽은 늘 그렇듯이 ‘특수’를 노린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고, 사람들도 그만큼 들뜨고 열광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는 시즌별 행사의 요란함이 재미였다면 그런 걸 생활에서 잃은 아쉬움도 있다. 한편으로는 가족의 만남과 휴식, 여행 등으로 휴일을 조용히 즐기는 북유럽만의 내적 의미가 편안히 다가오는 좋은 점도 있다. 모두들 일을 쉬고 가족들과 즐기는 부활절 연휴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제일 허무한 일이다. 상점과 거리는 고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제대로 밖에서 외식도 못하고 인적 드문 조용한 밤거리를 헤맸다는 교포들 이야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외국 생활을 하고 있음을 그 나라 명절 때 제일 실감하게 되고, 그래서 가까운 이웃, 친구 한 명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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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요즘, 스웨덴  대부분의 상점들은 평상시처럼 잔잔하고 꽃집이 그나마 제일 변화가 많다. 부활절 상징인 노란 수선화 화분들이 하나둘씩 쌓여가고, 부활절 꽃꽂이에 쓰이는 화려한 깃털도 새롭게 나온다. 북유럽의 긴 겨울이 지나고 부활절은 ‘봄소식’이란 기쁨 하나만으로도 반기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생기 넘치는 색상의 인테리어만큼 북유럽인들은 자연을 좋아하고, 집안에 장식하는 걸 좋아한다. 부활절을 맞이해 꾸미는 데커레이션은 봄맞이를 표현하며 매우 화사하게 장식한다. 꽃과 함께 전통적인 수공예로 만든 북유럽 스타일의 닭, 토끼, 계란 등의 인형, 패브릭 등이 곁들여진다. 무엇보다 부활절 계란이 대표적 상징으로 화사하게 꾸미고 나누면서 즐긴다. 모두 모인 가족들과 함께 풍성한 식사를 준비하고 즐기는 게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의 모습이다. 생선, 닭, 양고기, 햄 등을 준비한다. 북유럽에서는 반드시 부활절 전날인 토요일에 가족과의 만찬을 나누며 전통적인 뷔페 요리인 스웨덴어로 Smörgåsbord가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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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마다 고유의 부활절 전통도 이어지고 있다. 주로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행사들이다. 핀란드에서는 여기저기 숨겨둔 계란을 찾아 담고 그 안의 캔디 등을 먹는 Egg Hunt를 많이 하는데, 미국에서도 동네 공원이나 유치원, 교회 등에서 제일 크게 치르는 부활절 행사이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다. 덴마크에서는 발렌터인데이에 누가 Easter Poem을 전했는지 맞춰서 예쁜 계란을 전하는 전통을 즐기고, 노르웨이에서는 부활절 시즌에 맞춰 나온 Easter Thrillers (스릴 있는 소설)을 읽으며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재미를 즐긴다고 한다. 심지어 부활절에 나오는 우유 박스 옆에까지 Easter Thrillers는 실리기도 한다.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의 오래된 옛이야기인 마녀 놀이가 아이들의 또 다른 부활절 전통 중 하나이다. 부활절이 오기전 성목요일에 마녀들은 마을의 먹을 것을 담아 Blåkulla (푸른 산)으로 악마를 만나러 날아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마녀처럼 긴 드레스에 머릿수건, 얼굴 페인팅 등으로 차려입고 동네 이웃을 돌며 캔디를 얻는 놀이를 즐긴다. 미국의 핼러윈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오랜 전통일뿐 미국처럼 활발하게 동네를 다니는 모습보다는 부활절 분위기로 아이들이 차려입는 것을 더 즐기는 분위기이다. 마녀 이야기와 함께 마른 나뭇가지들을 태우며 그런 잡귀들을 멀리 가게 한다는 Bonfire의 전통도 토요일에 행해졌지만, 요즘은 주로 부활절 기간보다는 4월 30일, 즉 Walpurgis Night(May Day 전야)에 Bonfire을 한다.  빼놓을 수 없는 북유럽 부활절 연휴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막바지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여행이다. 봄기운에 반가움이 큰 만큼, 겨울의 낭만과 운동을 사랑하는 북유럽인들에게는 아쉬움도 더해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설원이 남아있는 북유럽의 여행지들은 부활절 휴가와 함께 시즌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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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어둡고 추웠던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고, 새순이 피어나며 새들이 지저귀는 봄이 다가오는 가장 바쁜 계절이다. 긴 겨울잠을 깨우는 느낌이 더욱 실감 나는 이곳 봄의 시작은 북유럽에서 제일 큰 축제의 기간이다. 낮의 길이가 밤과 같아진다는 춘분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부활절은 그래서 더욱 북유럽인들에게 더 큰 의미가 보태어지는듯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들떠 보이지 않지만, 봄의 기지개를 펴며 따스한 햇볕을 새삼 고마워하는 내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북유럽인들의 흥분된 감사와 즐거움을 가늠할 수 있다. 봄을 별다른 감동 없이 맞던 캘리포니아에서 북유럽에 오니 새삼 통통 튀는 Spring, 새봄을 자꾸 재촉하며, 결국 사람은 자연에 순응하며 가장 큰 감사와 기쁨을 깨닫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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