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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웨덴의 와플 데이 (Våffeldagen)

3월이 되니 북유럽의 낮도 제법 길어지고 봄이 기다려진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낸 북유럽은 하얀 눈도 모두 녹고 더욱 봄기운을 서두른다. 이번 주 화요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Ash Wednesday (재의 수요일) 전날로 크림빵 Semla를 우유에 적셔 먹는 날이다. 그리고 곧이어 3월 25일은 온 나라가 바삭한 와플을 구워 먹는 날이다. 북유럽 스웨덴의 문화를 알고 즐기는데 중요한 한 가지는 달력을 보면서 특별한 날에 정해진 음식을 먹는 재미이다. 크림빵 Semla와 함께 와플(Waffle)은 3월 북유럽에 봄기운을 전해오는음식이다. (사순절 준비를 위한 달콤하고 탐스러운 북유럽의 크림빵, Semla :https://www.nordikhus.com:47780/?p=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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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은 원래 가톨릭의 기념일이다. 영어로 Annunciation Day 또는 Our Lady’s Day라고 하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예수 탄생 예고 대축일이라고 한다. 예수의 탄생일인 12월 25일에서 9개월 전인 이날을 선택해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성모 마리아가 계시를 받아 예수를 잉태한 성경 내용을 기념한다. 현재는 루터교를 따르는 스웨덴에서 왜 이날에 특별히 와플을 먹을까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알고 보니 연관성과 종교적 의미는 없다.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스웨덴어로 ‘Our Lady’s Day’를 ‘Vårfrudagen’라고 하는데, 그 발음이 와플 데이라는 ‘Våffeldagen’와 아주 비슷하다. 스웨덴 사람들은 자주 혼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와플이 떠올랐고, 모두들 와플을 구워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로지 비슷한 말 한마디로 와플은 스웨덴에서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하루를 얻게 되었다. 이미 17세기부터 스웨덴에서는 와플을 먹었다고 하고, 가톨릭 전통 속에 1953년까지 Our Lady’s Day를 국가 기념일로 갖고 있었던 기록과 맞물려 생각하면, 아마 와플 데이의 역사도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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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은 미국에서도 아주 즐겨먹던 아침식사 겸 후식 메뉴였다. 와플 반죽을 만드는 레시피도 있지만, 대부분 미국에서는 팬케이크 반죽 믹스를 사다가 응용한다. 뒷면의 설명에서 대개 와플을 원하면 오일을 첨가하고 물이나 우유와의 배합을 다르게 하도록 하여 팬케이크보다 바삭거리는 맛을 더 느끼도록 일러준다. 와플은 굽는 기계를 갖고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한국의 호두과자나 붕어빵처럼 틀안에서 예쁜 모양대로 구워지는 묘미가 있다. 스웨덴의 와플은 미국 스타일과 좀 다르다. 팬케이크도 미국 스타일에 비해 얇았던 것처럼, 와플도 아주 얇고 더 바삭하다. 와플 기계의 틀도 깊이가 훨씬 얕게 만들어져 있다. 그만큼 반죽도 농도를 묽게 만든다. 미국의 와플이 두툼한 모양 사이로 메이플 시럽이나 버터를 듬뿍 얹어 푹신한 식감을 즐긴다면, 스웨덴 와플은 다양한 Berry Jam과 함께 달콤한 생크림을 얹어 아기자기한 후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웨덴의 와플도 다양한 믹스를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미국 와플에 비해 우유와 버터를 더 많이 첨가하고 반죽을 곱게 섞는 게 요령이다. 두툼한 와플에 슈거 파우더가 뿌려진 모습이 한국에서는 유명한데, 그건 벨기에로부터 시작된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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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와플과 벨기에식 와플

와플은 스웨덴에 와서 우리 가족이 더욱 사랑하게 된 음식 중 하나이다. 달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기게 된 생크림과 북유럽 음식에서 어디서나 곁들여지는 베리의 조화, 바삭하게 씹히며 모든 토핑을 감싸주는 와플의 고소함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이번 달 25일에는 스웨덴 집집마다 와플 기계를 꺼낼 것이다. 직장, 학교 등 모두 와플을 먹으며 하루를 즐길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와플을 가지고 소란을 떠는 마케팅이나 모임 등은 없다. 함께 맛있는 거 먹는 재미난 ‘하루’이다. 단조로워 보였던 북유럽 생활이 살아갈수록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이벤트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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