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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디자인과 예술 이야기 프로젝트, 신뢰, “할아버지가 놀던 나의 장난감 레고”

모바일이나 컴퓨터 게임이 여가시간을 채워 주는 시대를 맞았다.  그렇다고 트렌드나 문화의 변화를 마치 추억이 없어지고 감성마저 사라지는 상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현상은 아마 인류가 태어나면서부터 겪은 변화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것들이 출현했다는 놀라움 정도일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접했던 먹거리나 장난감들은 요즘에는 찾기가 힘들다.  내 부모나 그전 세대들도 그렇게 느끼며 살았을 테지만,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수백 년간에 걸친 인류의 변화가 요즘에는 수개월 동안 이루어질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수백 년에 걸쳐 이루어진 서양 문화나 경제 발전을 수십 년 안에 따라잡았다.  서양에서는 할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공이나 줄넘기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나마 장난감으로 오감을 느끼며 노는 아이들을 칭찬해 주어야 할 정도로 한국의 놀이 문화는 빠르게 바뀌었다.  (내용 줄임)

개성이나 문화, 트렌드가 바뀌어도 그 줄기를 유지하는 것이 고급문화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은 개인의 개성만큼이나 다르다.  그러한 다양성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흐름이 바뀌고 더 좋은 것들이 쏟아져도, 대중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하나의 제품이나 문화를 즐기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개인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낸 공감대를 위해 기업은 이익을 떠나 생존을 걸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창업자나 회사의 목표이고, 약속이다.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회사의 본분을 레고뿐 아니라 북유럽 회사들은 잘 알고 있다.  작은 규모의 시작일 수록, 상품의 특징이 강할수록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기 마련이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작고 좁은 회사임에도 고객이 믿어주는 것에 대한 감사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고객과의 신뢰이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업의 양심이다.

이런 마음은 초기 레고의 정신을 잠시 잊고, 큰 욕심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으려 했던 레고의 반성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레고는 잃어버렸던 내 친구같이 먼 길을 돌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 친구는 쑥스러움에 피곤한 얼굴로 서 있지만 손에는 창업자 Ole Kirk Kristiansen,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만든 70년 전의 레고 블럭을 들고 같이 놀자면서 기다리고 있다.  내 할아버지가 가지고 놀던 그때의 그 블럭이다.  (내용 줄임)

l01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

창업자 크리스티얀센은 대공황 시기에 장난감을 만들며, 자투리 나뭇조각들을 모아놓고 있었다.  요요 장난감을 만들며 남은, 가운에 동그란 원형 나무토막을 가지고 트랙터를 만들어 판 일도 있었고, 그 당시 유행하던 나무 블럭을 만든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자꾸 쓰러지는 블럭에 홈을 만들어서 보강을 했다.  연결된 블럭은 훨씬 크고 강한 빌딩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블럭을 연구하여 유명한 “2×4 stud”가 나오게 되었다.  특허를 받을 무렵에는 나무라는 재질도 플라스틱의 일종인 Cellulose acetate로 바뀌었다.  (내용 줄임)

l02 LEGO, 1953

레고가 하락세로 들어선 1992년까지 레고는 많은 테마파크와 레고 랜드, 디스커버리 센터 같은 홍보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끝도 없이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은 생산 라인과 로열티에 투자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취향 변화와 컴퓨터를 주축으로 한 각종 게임 기기들이 인기를 끌면서 전통적인 장난감들은 외면을 받았다.  이미 큰 덩치로 성장한 레고는 관리 비용과 매출 부진이라는 악순환에 들어갔다.  2004년 회사는 1억 7천만 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고 마케팅 담당 부사장 Mads Nipper, 마즈 니퍼는 후일 거의 파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으며, 어린이들이 놀 시간이 갈수록 적어진다는 사실도 몰랐다.  서구의 시장은 점점 작아졌고 그것은 장난감 인구의 감소를 의미했다.  한마디로 어린이들의 관심을 받는 데 실패했고, 우리 회사가 알맞은 규모의 회사가 되도록 크기부터 줄여야 했다”라고 회고했다.  마침내 창업자의 손자인 Kjeld Kirk Kristiansen, 키엘드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가족이 아닌 전문 경영인인 Jørgen Vig Knudstorp, 요르겐 빅 크누드스톱이 새롭게 경영을 맡았다.

36세의 새 경영자 크누드스톱은 레고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개혁을 일으켰다.  “Turn-around Plan”이라고 불린 이 변화는 끝없이 조합이 가능한 레고 블록의 초기 아이디어로 돌아가 모든 기본 블록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시리즈 간의 조합도 가능한 레고의 기본 정신으로 제품의 초점을 바꾸자는 내용이다.  생산비 절감뿐 아니라 결국 레고만의 가장 강한 매력인 창조적인 완구로서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경찰관과 소방관이 등장하고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친구들과 집짓기를 하는 주제는 함께 놀아 주는 부모의 추억까지 불러일으키며 자극을 주었다.  또한 레고를 만들고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 주고 싶은 사용자의 마음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받아들이는 자세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마인드 스톰스, 레고 팩토리, 브릭페스트 등이 꾸준히 소비자의 마음을 열고 있는 레고의 창구다.  새로운 변화만큼 스스로 고통을 감수하는 노력도 주저하지 않았다.  인력, 생산 라인과 공장, 부품 등의 감축뿐 아니라 블록 제품 외에 벌여 놓았던 여러 사업들에 대해서 대대적인 정리도 단행했다.  라이센스 등의 권리만 남겨둔 채 테마파크, 비디오 게임 등의 다른 분야 운영권을 전문적인 기업에게 넘기고 내실을 강화한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었다.  크누드스톱의 “Turn-around Plan”는 현재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대비 2013년도 매출은 5배 이상을 기록했다.  순이익만 따진다면 장난감 업계 1위 바비 인형의 마텔 사보다도 앞서는 수치다.  여러 세계적인 기업들은 크누드스톱의 경영 전략을 연구하고 따라 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레고는 여전히 창업자의 고향마을, 빌룬드에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는 아이들의 꿈의 낙원, 레고랜드도 함께 있어 완전한 레고의 도시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최고 경영자, 크누드스톱의 사무실은 레고 블록으로 둘러싸여 있다.  딱딱한 비즈니스 명함 대신 그와 회사 경영진들은 작은 레고 블록들이 담긴 패키지를 회사의 얼굴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빌룬드에서 목수였던 크리스티얀센이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나무를 깎아 만들던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었다.  만들고 또 만들어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다른 블록으로 더 연결해서 달라지게 하고 싶고,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만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이 레고의 모습이고 레고의 강력한 힘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레고의 기본 조각들은 단순하다.  아이들의 마음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끝없는 연결성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상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아이들의 한없이 자라나는 상상력과 같다. 늘 단순하고 순수한 동기로 시작해 그 동기에만 최선을 다해 개발하여 결국은 모두에게 신뢰감을 받는 제품들로 이름이 알려진 북유럽 제품들이 꼭 레고의 모습과 닮았다.  한때 방황을 겪다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빌룬드 마을 목수 아저씨가 만들어 주는 레고로 돌아와 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레고 무비”나 게임의 흥행 속에서도 이제는 크게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난감 가게에는 기본 블록만 담아서 파는 레고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 시절 레고의 추억을 가진 부모들은 비디오 게임을 치우고 아이와 함께 레고를 다시 만지고 있다.  북유럽의 마음을 가지고 다시 자신의 진정한 매력을 찾은 레고를 보면서 부디 북유럽의 기업들이 조금은 둔해 보이고 조금은 답답해 보인다 해도 사람과 자연을 아끼는 북유럽의 모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사이트
레고 공식 사이트 : http://www.lego.com
위키피디아
http://astrumpeople.com/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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