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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공공 안전

Public safety, 공공 안전에 관해 글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것이 디자인에 속한 이야기인지, 사람이 사는 얘기인지 아직까지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생각했던 것이 초기 의도였음으로 디자인에 비추어 얘길 시작하려고 합니다.  넓은 의미의 제품 디자인이니까요.
 
유럽, 그러니까 특히 제가 있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은 도로 사정이 안 좋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눈이 많이 내려서 그렇다고 애길 해야겠지요.  일 년 중 7개월을 스노우 타이어를 권장하고 그중 4개월은 의무 사항임에 비추어 보아도 얼마나 눈이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하시리라 봅니다.  그리고 호수와 강을 많이 끼고 있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핀란드의 내륙에는 한겨울 눈이 녹을 새 없이 계속 쌓이기만 하고 무거운 25톤 이상의 화물차도 얼어있는 강이나 호수를 그대로 건너다닙니다.  아무리 눈에 익숙하고 일 년 중 반을 눈을 보며 살 정도로의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눈이 없는 것보다는 도로 사정이 안 좋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도로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은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는 걸 의미하고, 인명 손실도 의미하겠지요.  인간 중심의 북유럽 사람들의 사고를 볼 때 악화된 도로 사정으로 한 명의 인재를 잃는다는 건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므로 그에 대한 대비는 당연합니다.  제가 처음 북유럽에 왔을 때 도로 옆 가로등을 보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가로등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약해 보이고 힘 좋은 사람이 발로 차면 휠 수도 있을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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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궁금증을 자극한 것은 왼쪽의 일반적인 가로등이나 표지판용 기둥 대신 오른쪽의 가는 철골 구조의 기둥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의 철 구조를 좀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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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군데의 주 철골의 둘레는 성인의 엄지손가락의 둘레이고, 지그재그로 각 철골을 이어주는 부 철골은 그보다 훨씬 가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네 기둥이 서로 연결될 정도의 역할만 해주는듯했습니다.  이런 기둥들은 가로등, 표지판, 신호등 용의 기둥으로 흔히 쓰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용은 일반적인 기둥에 비해 훨씬 비싸고, 설치도 용이하지 않으며, 유지 보수도 힘들고 내구성도 당연히 약합니다.  이런 구조물을 굳이 설치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입니다.
 
차량 충돌시 이 구조물은 쉽게 휘어지고, 잘려나가지 않습니다.  마치 엿가락을 옆에서 누르는 것 같이 휘어질 뿐, 잘려나가서 그 무게로 인해 뒤따라오던 차량이나 인명에 발생 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고, 혹시 쓰러지더라도 한 번에 팍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슬로우 모션으로 넘어지듯 무게를 최대한 바닥으로 직접 전달하지 않게 설계돼 있습니다.  최근에 할리웃에서는 폴 워커라는 배우를 사고로 잃었습니다.  자동차 사고였는데 부주의였던 피할 수 없는 사고였던, 차량이 가로등과 충돌하며 1차 원인을 맞았고, 차량에 전해진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2차 원인으로 탑승자 2명이 동시에 사망하였습니다.  이 기사를 보며, 만일 캘리포니아의 공공시설용 기둥들이 이런 구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물도 비용이 비용인지라 무조건 설치할 수는 없고, 사고가 우려되는 차도 가장자리, 고속도로에는 무조건 설치되고, 동네의 외진 가로등, 시골길같이 인적이 드문 곳은 기존의 솔리드 구조물이 설치됩니다.  다음은 두 구조물이 같이 설치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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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가까운 쪽은 철골 구조 가로등으로, 멀리 떨어진 곳은 기존의 솔리드 구조물로 설치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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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외에도 일몰이 이른 편이라, 어둡다는 것을 감안한 안전시설 중에는 보행자 신호등 점멸시 횡단보도에 들어오는 안전등이라든지, 미끄러운 길을 걸을 때 도움을 주는 턱이 없는 보도 블럭 등이 있습니다.  턱없는 보도 블럭은 겨울철도 그렇지만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보행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계단에는 무조건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와 함께 보행자를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시설들이라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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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유모차와 휠체어를 위한 높낮이 조절 버스나 365일 켜게 되어있는 Daytime Running Lights은 보행자를 사고로부터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제가 몇 가지 중요한, 그리고 제가 살면서 알게 된 대표적인 것들을 적어 보았습니다만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제가 더욱 부러워했던 것은 이런 모든 시설이나 시행령들이 약자 우선으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보행자, 자전거 운전자, 승용차 운전자, 대형 차량 운전자 순으로 안전 우선 순위가 결정되고, 운전자보다는 보행자들이 더 안전할 수 있게 시설이나 시행령이 이루어져 있고, 더욱 부러운 것은 대도시 부촌에서부터 시골 외딴곳의 작은 집까지 같은 시설과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십 배, 심하면 수백 배의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평등한 조건을 위해 시골 구석구석에 이 모든 시설이 모두 설치돼 있습니다.  박애 정신이 남아 있는 걸까요?  아니면 사회주의 성격이 이렇게 만든 걸까요?  더 알아봐야 할 문제이지만 인간을, 생명을 존중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큰 희생도 감수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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