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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을 통해 달라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나의 모습과 생각 <2> 가족간의 정직과 믿음 ‘부모도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Photo by Ann-Sofi Rosenkvist / imagebank.sweden.se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가지면서 우선 어떤 이야기부터 전할까 생각하다가, 북유럽 스웨덴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그들의 투명함을 떠올리며 첫 번째 주제를 골랐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결여되고 지금까지 모두가 소홀히 여긴 가치이기도 한 서로 간의 정직과 믿음은 가족관계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지켜져야 하는 가치이다.  부부관계나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기 전에 우선 나 자신에게 나는 과연 솔직하고 있는지를 나는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마음속에서의 외침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것을 알지만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계속 모른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보고 대답을 할 수 있어야만 남편과 아이들에게 전하는 나의 마음도 진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포장된 모습으로 소통한다.  사회적 이해와 절차, 또는 관례 등의 이유를 앞세워 포장된 관계와 의견들이 나이가 들수록 내 주변에 더욱 복잡하게 형성된다.  아이들에게는 어릴 적부터 아빠 엄마가 꿈꾸는 미래 아이 모습을 미리 정하고 그려놓은 포장지가 마련된다. 나도 두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면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들 몇 가지에 미리 흥분하고 상상하며 내가 꿈꾸는 모습대로 자라기를 바라고 이끌어 주려는 강한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의 모습뿐 아니라, 남편은 이렇게, 그 옆에 있는 나의 모습은 또 이렇게, 나의 상상대로 꾸며지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건 노력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핑계와 거짓말, 포장과 위선이 뒤섞이는 생활로 이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너무 과격한 표현을 썼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에도 엄마는 아이들에게, 가족들에게 늘 자기 합리화, 자기만족을 위한 거짓말을 수도 없이 쏟아낸다.  나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니 정말 쉽고 습관적으로 그랬었고, 주변을 봐도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은 핑계와 거짓말로 상황을 넘어간다.  어찌 보면 가족끼리 더 많이 감추고 속이고 포장된 모습과 마음으로 살고 있을 것 같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아주 갓난 아이 때부터 아빠 엄마의 포장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진실을 꿰뚫고 있다.  백 퍼센트 점장이처럼 시시콜콜 알아맞히지 않더라도, 엄마는 지금 핑계를 대고 있는 건지, 사실이 아닌 것을 보여주고 있는지, 뭔가를 따로 숨기도 있는 건지 느낄 수 있고 조금씩 나와 아이의 사이는 멀어져 간다.

똑바른 표현을 하지 못하던 어린 시절은 그래도 아이들과 친밀하고 솔직하게 교감한다. 그러다가 점점 아이의 의견이 섬세해지고 정확해 지면 아빠 엄마의 언성이나 무시하는 태도도 늘어난다.  어른보다는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솔직한 의견에 아빠 엄마는 선뜻 대화할 용기조차 없기 때문에, 그 순간을 넘어가기에 가장 편한 방법을 택한다. 단지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란 표현으로 아빠 엄마의 거짓말은 매번 상황을 넘기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아이를 키워 갈수록 진실이 배제된 채 만들어져 가던 상황마다 더 많은 부모의 ‘숨겨진’ 모습들은 들통나게 된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다 보면 그와 똑같은 잘못을 이미 오랜 시간 해왔던 아빠 엄마의 모습이 가족들 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아빠 엄마로부터 연결되어 나왔던 여러 잘못된 상황들을 아이들이 지적한다고 해서 아이의 태도가 버릇없고 황당한 일은 아니다. 아이에게도 말하고 싶은 의견이 있고 특히, 잘못된 점의 출발을 따지자면 결국 그런 영향을 주었던 부모가 지적당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어느 순간 나와 많이 닮아 있는 아이들을 솔직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엄마인 나를 보고 따라배운 잘못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그걸 일깨워 주는 아이들이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에 대해 아이들과 나는 편해졌고, 서로의 좋은 것은 칭찬해주고, 서로를 다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하게 되었다. 나와 똑같이 닮아 있는 나쁜 습관과 버릇도 오히려 “엄마도 그런 모습 때문에 지금도 힘들어서 고치고 싶지만, 오래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힘들어. 너희들은 지금부터라도 노력해보면 엄마보다 편해질 거야”라고 이야기해주니, “그럼 나도 엄마가 그럴 때마다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줄게. 엄마도 고칠 수 있어” 하고 오히려 용기를 준 적도 있다.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오히려 서로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 주고 진심으로 함께 이야기를 해주면 서로에게 더 큰 응원과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무시되거나 설명해주지 않고 숨겨버리는 일도 많다. 내 딸들은 질문이 매우 많은 편인데, 그에 대해 온갖 설명과 토론을 벌이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아이들이 뭐를 안다고’ 란 표현을 또다시 꺼낸다. 어른들이 하던 대화대로 설명해줄 수 없기에 아이들의 이해에 맞게 풀어서 설명하고 알려주려면 사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뭐든지 궁금해하고, 또한 다 함께 주어진 상황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아이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이것저것 ‘너희들은 몰라도 돼’라고 숨겨버리고 대충 다른 이야기로 지어낸다면 아빠 엄마의 모든 것은 베일 속에 감춰지고,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도 아빠 엄마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미궁 속에 점점 빠져 들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라고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오히려 주변의 부모들에게 원망을 들을 때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뭘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냐고, 어른이 좀 그럴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참 비겁하다. 모를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을 할 수도 있지만, 어른이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것은 결국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거짓과 핑계, 위선을 가르치는 순간순간이 되는 것이다.  아이와의 직접적인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거짓말은 더욱 많아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대충 둘러대는 엄마를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비난을 서슴지 않고 살아가는 아빠를 바라보면서 아이들은 서로 신뢰하는 관계보다는 위기를 모면하는 거짓된 모습이 필요한 삶의 방법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솔직하게 다가오지 않는 아빠 엄마와 아이들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열 수 없다.  어른이니까 대충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아빠 엄마의 마음으로는 아이들의 진심을 이해해줄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표현을 매우 아끼기도 하지만, 만약 그런 표현을 하는 경우에도 “아유~ 뭘 그러세요.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같은 어린 상대방의 ‘공손함’을 미리 기대하고 하는 인사치레 정도이다.  내 감정이 많이 앞섰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면, 아이의 입장을 무시했다면, 약속을 지켜주지 못했다면, 나쁜 행동을 보였다면, 듣기 싫은 표현을 했다면, 내 스스로 이미 아이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그냥  그 순간을 피해버렸는지 부모들이 진심으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넌 몰라도 돼!” “네가 뭘 안다고!” “다 그런 게 있어!”라는 부모들의 말이 옆에서 듣는 나의 마음에도 비수처럼 아프게 꽂히는 말들이다.

북유럽 사람들의 정직한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의 모든 일들은 투명해졌다. “엄마, 이거 진짜 비밀인데…”라는 말도 우리 가족끼리는 절대로 쓰지 않기로 한 약속이다.  깜짝 생일 파티나 선물처럼 곧 밝혀질 비밀이 아닌,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끼리 속닥거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건 남편이 몰라야 하고, 이건 우리 아내가 알면 큰일 나고, 애들은 알 필요도 없고, 아빠 엄마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그랬으니까 우리도 그냥 아무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일들이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털어놓고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가길 바란다. 서로 투명한 가족 안에서 아이들은 아빠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힘을 얻기 때문이다.

 

By Ang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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