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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현재 아시아의 맛을 찾고있다

해외 생활, 심지어 간단한 해외여행 중에도 사람들은 음식에 가장 민감하다. 아무리 경치가 좋고 놀라운 유적이 앞에 있어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며칠 괴로움이 이어지면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국을 떠나서도 제2의 한국이라 불리는 미국 남가주에 살았으니 사실 이 부분은 거의 해방이었다. 게다가 양식을 워낙 좋아하고,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맛의 마니아 남편 덕에 세계음식에 대해서는 좀 마음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래도 북유럽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때 식생활 환경은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아직 여러 가지 먹거리를 다양하게 챙겨줘야 하는 아이들 걱정, 그리고 거의 원하는 재료를 맘껏 누리며 요리를 편하게 했던 미국에 비해서 고충이 많을 거라 각오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은 지금이 처음이지만, 이미 25년 전의 북유럽을 둘러보았었기 때문에 그때의 제한적인 음식 환경이 걱정거리로 남아있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25년 전과는 다른 별천지 북유럽을 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이곳 사람들의 분석은 EU 회원국이 된 후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난민과 망명에 대해 세계에서 제일 많이 조건 없이 받아주고 있는 스웨덴의 정책으로 이곳은 예전보다 노랑머리의 키 큰 백인들 사이에 훨씬 다양한 인종을 만날 수 있다. (25년 전에는 거리에 나가면 까만 머리인 나를 모두들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의 마음도 더 개방적이 되었고, 이민을 통해 그들이 들여온 다양한 문화가 섞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20년 전 미국 생활을 시작하던 그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느낌도 들게 한다. 다양해진 생활 변화의 첫 번째 모습은 언제나 식생활이다. 식품법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북유럽에서 그동안 미국식 크림 도넛, 오레오 쿠키 등을 과거에는 찾기 힘들었다. 현재의 북유럽은 So Americanized…! 미국화의 모습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난민으로 왔던 중동인들을 통해 그들의 음식문화도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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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성공한 유명 프랜차이즈 태국 식당

그렇다면, 아시아의 음식은 어떠한지 나에게는 제일 중요한 이슈였다. 북유럽에 제일 먼저 발을 디딘 아시아 국가는 흥미롭게도 태국이다.
정치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태국인과의 결혼이 많아지고, 주로 결혼을 통해 이민 왔던 태국인들이 기반을 잡았다. 현재의 어떤 스타일의 아시아 식당이든 대부분 태국인들이 경영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관계를 밀접하게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특별이민 제휴로 과거부터 많은 일본인이 들어왔지만, 활발하지 못한 그들의 성향 때문인지, 아직까지 일본 문화의 커다란 영역은 눈에 띠지 않는다. 태국을 통해 동남아인들의 진출도 기회가 많아졌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외 이민에 발이 넓은 중국인들의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 결혼과 입양이외에 근래에 들어서 유학생, 주재원, 계획 이민의 사례가 늘고 있다. 다양한 아시아인들의 진출로 아시아 식당들은 많아졌지만, 대부분 메뉴가 섞여있으며, 아직 전문화된 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맛집 뒤지는 걸 좋아하는 내가 굉장히 애석해하는 점이다. 주로 태국식 식당에서 스시부터 중국식 만두까지 전천후 만들어 낸다. 그만큼 각각의 맛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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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아시아 식당들. 현지인들도 활발히 찾는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현지인들의 관심과 소비이다. 미국에 있는 아시아 식당들은, 스시집을 제외하곤 주로 현지 교포들을 상대로 한다. 그곳에서 백인이 식사하면 오히려 주목을 받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만큼, 각 음식들을 익히 잘 알지만, 그들의 관심은 제한적이다. 이민사회지만, 다른 문화끼리는 서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국의 단면이기도 하다. 북유럽인들은 생각보다 아시아 음식을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좋아한다. 태국 음식점은 이미 백인들의 일상 외식 메뉴 중 하나가 되었고, 인도식 카레와 중동식 음식도 인기가 높다. 일식과 중식, 그리고 한식도 열광하는데, 아직 미국보다 전문식당이 많지가 않다. 미국과의 또 다른 차이는 이곳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스웨덴 지인이 한식이 좋아서 한식 요리책을 샀다고 보여주었다.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어 하는 열정으로 구입한 것이다. 아시아 음식 레시피가 소개돼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만드는 각종 재료도 현지 마켓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식 간장을 동네 마켓에서 발견하고 놀랍고 신기했다. 기대도 못한 일이었고, 사실 처음에 한동안 아시아 전문 상점에서 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장을 발견하고 나니 내 눈에는 한국어로 분명하게 “곰”이라고 적힌 빵가루 봉지도 발견하였다. 자세히 보니 삼립식품에서 수입해온 한국산 제품이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중국, 동남아 소스와 가공 통조림들이 즐비하여 요즘 내 요리를 한층 편하게 해주고 있다.

북유럽 현지인들에게 구매되는 제품들을 조사해보니 놀랍게도 북유럽 현지인이 제조하고 수입하는 것이었다. 미국처럼 현지 교포가 본토의 음식을 상품화하여 어렵게 이민생활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 것이다. 스웨덴 현지에서 팔리는 제품 중 눈에 띄는 두 가지 브랜드는 Mrs. Cheng’s와 Risberg Import이다. Mrs. Cheng’s는 20개가 넘는 식품 브랜드를 소유한 북유럽 최대 식품회사 Procordia AB의 브랜드이다. 오랜 역사의 전통적인 북유럽 식품회사가 직접 아시아의 다양한 식품 제조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마치 미국의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 회사가 직접 간장을 제조하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발상인 것이다. Risberg란 회사도 재미있다. Björn Risberg가 30년 전에 창업한 이 회사는 꾸준히 아시아의 맛을 찾아 북유럽에 소개하고 있다. 그의 이름 Björn이 스웨덴어로 동물 “곰”이란 뜻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수입된 제품에는 한글로 “곰”, 그리고 중국에서 수입된 제품에는 한자로 “熊”을 표기한다. 그 전략은 나에게도 맞아떨어졌다. 마켓에서 “곰”이란 한글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바로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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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최대 식품회사 Procordia의 아시아 제품 브랜드 Mrs. Che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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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berg Import에서 수입하여 북유럽 마켓에서 현재 판매하는 아시안 상품들

한국 라면도 북유럽에 들어오고 있었다. “삼양라면”이 직접 북유럽 수출용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아쉬운 점은 충분히 현지인들이 원하는 라면 맛을 연구하지 않은 점이다. 반가운 마음에 종류별로 모든 맛을 먹어보았는데, 한국인이 늘 먹는 삼양라면을 기대하면 절대로 안된다. 마치,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Ichiban라면”같은 종잡을 수 없는 느끼하고 밋밋한 국물과 뻣뻣한 국수이다. 본래의 질 좋고 맛있는 장점을 왜 살리지 않을까 답답했다. 사실 북유럽인들은 한국의 진짜 라면 맛을 좋아한다. 매운맛도 중독성이 있다며 즐긴다. 김치도 한번 맛을 보면 완전히 매료된다. 이곳에서 “Lee Kum Ki” 회사의 Hot Sauce (이 제품도 Risberg 사에서 수입한다)가 사랑받는 현상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얼마 전 스웨덴 유명 쇼핑센터에 비빔밥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비빔밥은 한식 메뉴 중에 북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이다. 이유 중 하나는 각자의 기호와 취향대로 소스의 농도와 재료를 구성하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문을 연 비빔밥 전문점도 그 부분에 주목하여 각자 골라 먹고 만들어 먹는 아이템으로 중점 개발하여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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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일반 마켓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삼양라면

아시아의 다양한 음식은 이제 북유럽까지 큰 주목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다. 한식을 알고 싶어하고 먹고 싶어 하는 이곳 사람들의 관심에 좀 더 마음을 쏟아서 개발하고 진출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펼쳐질 수 있다. 북유럽인들도 직접 재료를 찾고 만들고 있는 열정을 볼 때, 한국인들이 이제는 북유럽인들의 마음에 성의 있게 응답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요리와 식품의 희망 있는 도전을 이곳에서 기대해본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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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이지수

    여기서 여쭈어보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북유럽에서 즐겨먹는 청어초절임을 서울에서 판매하는 곳이 없는지요? 병입된 각종 향신료별로 절임된 거요… 핀란드나 스웨덴 등등 북유럽 사람들이 서울에 적어서일까요? 그분들이 이용하는 식품점이 하나는 있을듯한데요…
    오래전부터 검색해보곤 했지만… 오늘도 역시했다가 이곳을 둘러보다 혹시나 해서 여쭈옵니다.

    1. 씰을 얘기하시는군요. 저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서울 주재 공관원들에게도 물어보았는데 직접 가져다가 먹는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케아에도 없었고 계획도 현재는 없다고 합니다. 찾으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시길…

      ABBA에서 나오는것이 씰중에 가장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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