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Living / 일반 / 북유럽에서 소치 동계 올림픽을 보고…

북유럽에서 소치 동계 올림픽을 보고…

지난 몇 주 동안 전 세계의 관심 속에 많은 화제와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었던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다음 개최지로 대한민국 태극기가 펄럭이며 ‘평창’을 알리니 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내 마음도 벌써부터 설렌다. 항상 ‘목표 치’를 세우고 달려가기 좋아하는 한국인들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의 메달 수가 아쉬움으로 남는 일일지 모르지만, 사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메달 집계와 색깔에 한국 사람들만큼 열을 내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금메달 한 개가 다른 은, 동메달 보다 낫다는 순위 집계도 내 자신에게는 넌센스이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 아닌가.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규혁 선수는 늘 여유 있게 참가하던 올림픽이었지만, 이번에는 출전 자격 랭킹 안에도 가까스로 들게 되면서 참가만으로도 뿌듯함을 느껴보았다고 말했다. 특히, 북유럽에 와서 이곳 생활을 직접 경험하다 보니 겨울 스포츠에서 한국인이 세계 무대에서 참가하고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모두를 너무 존경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컸고, 미국 서부의 따뜻한 계절에서만 살아온 내게 동계 스포츠는 너무나 낯선 종목들이었다. 하지만, 북유럽에서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모두가 자연스럽게 즐기고 참여하는 겨울철 놀이이자 국민 스포츠이다.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가 낯설어하고 접해 보지도 않은 스포츠 종목들을 홀로 배워서 세계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할 정도로 무모하고 힘든 도전이었을까 느껴진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기대보다 훨씬 다양한 종목에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다는 사실도 대단해 보였다. 동계 스포츠는 장비도 갖춰야 되고 경기장 시설도 필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아예 시설이 없는 종목을 한국에서는 장비하나 제대로 구하기도 힘든 일일 테고, 경비의 부담도 엄청날 것이다. 북유럽에 오니 우선 동네 어디나 눈밭이고 얼음판이다. 계절과 환경도 다르지만 실내 빙상장과 스키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이 정말 잘 갖춰져 있다. 미국에서도 여름철에 관한 운동시설은 동네마다 무수히 많았다. 시설들만 훌륭하게 갖춘다고 절로 스포츠의 우수한 선수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교육에 관한 미국과 북유럽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급했지만, 미국과 북유럽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정말 운동을 많이 한다. 어른들도 생활에서 스포츠는 중요한 한 부분이다.

02-1 02-2

동계 스포츠 이야기가 중심이니 미국에서도 스포츠의 대중성과 다양성은 놀랍지만, 북유럽에서 놀라웠던 점들을 전하고 싶다. 겨울철이 시작되면 스케이트나 하키 스틱을 책가방에 넣고 다니는 애들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아이스 하키 한번 안 해 보고 자란 스웨덴 남자들이 없을 정도이니, 이번에 결승까지 올랐던 아이스 하키 강국도 놀라움은 아니다. 학업만큼 학교와 동네의 클럽에서 함께 운동하는 시간이 아이들의 생활에 중요한 일이고, 부모와 선생님들도 동의하는 생각이다. 수많은 스키장에도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모두가 스키와 보드를 즐긴다. 장비가 필요하니 돈 드는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어디든 쉽게 빌릴 수 있고, 자라는 아이들의 중고 장비를 구하는 것도 매우 쉽고 보편적인 일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빌려주는 비용은 어디서나 저렴하여, 부모 입장에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분위기이다.

03

네덜란드의 스피드 스케이팅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다음에는 한번 이겨보자 하는 마음이 들고 있다. 도전정신만 선수들에게 심어 주기 이전에 북유럽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네덜란드는 반드시 누구나 스케이트를 탈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수로이고 겨울철에 바로 집 앞부터 빙판으로 얼어버리면, 그들은 신발 대신 스케이트를 신고 건넌다. 출근과 등하교도 스케이트를 신고한다. 북유럽에서는 눈이 많이 올 때면 눈 위를 걷기 위해 자연스럽게 크로스 컨트리를 하게 된다. 가까운 동네의 넓은 눈밭에서 가족들이 어깨에 스키를 메고 나와 걸어 다니는 모습은 나도 흔하게 보는 일이다. 겨울 환경에서 아주 어릴 적부터 이런 겨울 스포츠가 그들에게는 누구나 재미나고 쉽게 할 수 있는 취미이자 삶의 방편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실내 빙상장은 계절과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동네마다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04-1 04-2

한국에서 아이든 어른이든 여유시간을 갖고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 해도 비용부터 시설까지 손쉽고 간편한 취미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직장인이 그런 시간을 낸다거나, 공부해야 할 내 아이가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면 부모는 걱정부터 앞서는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늘에서 내린 천재적인 선수도 여럿이 함께 편하고 즐겁게 좋은 시설에서 운동하는 분위기에 있다면 더욱 발전적인 미래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몇몇 선수들을 어렵게 찾아내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사명까지 어깨에 짊어지게 하면서 홀로 모든 것을 개척해 나가라 했으니, 얼마나 가혹한 일이었을까 느껴졌다. 

한국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그들에게 다시 평창에서 기대한다고 한껏 짐을 올려놓는다. ‘평창’이라는 미지의 겨울 나라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으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기량이다. 또다시 금메달 숫자를 따져가며 외롭게 도전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힘겹게 하기보다, 그들을 묵묵히 격려하고 지원해주고, 앞으로 먼 미래를 내다보며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생활 안에서 쉽게 즐기고 경험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환경의 변화부터 시작하는게 더 필요한듯 하다.

05

미국과 북유럽에서는 한국처럼 올림픽에 크게 흥분하지 않는다. 스웨덴의 컬링과 아이스하키 결승도 이곳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스포츠는 도전하는 정신이 아름답고 박수를 받아야 하며, 그러기에 승패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마음이 이유인 것 같다. 어떤 메달이든 좋은 결과까지 얻는다면 더없이 기쁘고 축하받을 일이다. 평창에서는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고 고개를 떨구는 한국 선수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모태범과 이승훈의 세계 4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러시아처럼 금메달을 위해 홈 어드벤티지를 이용하는 후진국 모습도 없기를 바란다. 더 많은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경험하고 개인의 꿈과 노력을 맘껏 펼치는 축제가 되기 바란다. 한국에서 스포츠가 자연스럽게 생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어떤 운동이든 아이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키워주는 ‘훌륭한 교육’임을 깨달을 때, 재능 있는 선수들도 더 많이 등장하고,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You may also like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북유럽 국가들의 유니폼은?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