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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과 유럽의 가치, 기본에 충실한다

Photo by Simon Paulin / imagebank.sweden.se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나이가 더 들어서인지, “시차는 사치다”라고 외치던 호기는 찾을 수 없고 한동안 멍한 시간들을 보냈다.  짧지만 길게 보냈던 여행 중에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이 있다.  항상 기본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로마 제국의 화려한 영광과 스페인 제국의 힘은 이제 한물간 이야기가 되었다.  수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같이 사실로만 봐도 옛 영광의 건재함은 한풀 꺾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선진국과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 유산과 문화 때문이다.  내가 본 바는 그랬다.

재방송으로 본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에서 한 형제의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삶의 한 단계를 거친 백종원 씨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그곳에서의 반응은 이랬다.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도 못하면서 시간 절약을 위해 미리 조리를 하고, 많은 양도 아니면서 소스를 대량 생산으로 공급받고, 미리 주문을 받은 것처럼 재료를 냄비에 담아두는 것들이 지적을 받았다.  백종원 씨는 아직 기본도 자리가 안 잡혀있으면서 대형 프랜차이즈를 흉내 내는 못된 것을 배웠다고 야단을 친다.  그가 얘기하는 기본이란 건 무엇일까.

국가의 발전은, 특히 경제 발전은 생산과 판매뿐 아니라 기술과 지식도 크게 중요하다.  만들고 팔아서만 잘 산다면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같은 작은 부국들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산업의 기반은 제조업과 무역, 그리고 카피였다.  그러나 더 이상 대한민국이 제조업에 알맞은 나라가 아니다.  세계 대기업의 공장이 왜 다른 나라들에 퍼져있는지 그 이유도 같다.  제조업에 유리한 국가로 산업이 옮겨가는 것이다.  그럼 남는 건 그 제조업들을 개발하고 운용할 기술과 지식이다.  이것에 대해 대한민국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가라고 묻는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나 공부하겠다고 답할 것이다.

내가 쓴 “노르딕 소울”이란 책에서 나는 북유럽의 여러 기업에 대해 얘기를 했다.  특히 기본에 충실한 예를 많이 들었다.  이케아가 가진 기본, 레고가 지금까지 지키는 기본, H&M, ACNE 등 여러 기업들이 창업 당시 가슴속에 새겼던 기본들이 있다.  지금 세워진지 수십 년, 길게는 100여 년 된 기업들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초기의 기본이 아직까지 잘 지켜지는지 찾아보면 된다.

요식업의 기본은 “맛과 서비스”다.  단지 유행처럼 시작하고 권리금 받아 팔 생각의 시작이 아니라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 맛도 재료, 레시피, 위생이 기본이다.  다 썩은 재료와 엉망인 주방에서 얼마주고 사온 레시피가 뭔 소용인가.  음식을 만들었어도 힘들고 하기 싫어, 퉁명스러운 서비스에 맛집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  이것들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다음에 그릇이며 인테리어며 이름에 장식까지 까불어도 된다.  기본이 힘드니 딴 것으로 흉내 내려는 그 거짓을 기본이 안 돼있다고 한다.

어느 기업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쉽게 보인다.  남이 다 해놓은 건 왠지 나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경험은 노르딕후스에서도 종종 있다.  사업 미팅에서 솔직하게 다 오픈하는 내 스타일을 보고 어떤 이는 신뢰를 가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기도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가보다.  그래서 섣부르게 진행하다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증기 기관차 시절엔 이게 먹혔다.  국제 전화에 팩스만 난무하던 시대에 다른 회사가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베끼기를 보지 않는 한 어찌 알겠는가.  그것도 더 싼 가격에 오히려 가짜가 더 유명해진 경우도 생기고, 그것마저 베끼는 웃긴 일도 있었다.  다른 문화에서 새로운 걸 배우고 그대로 가져온다고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기본이 없는 문화에서는 프로젝 이름만 나와도 옆을 기웃거리며 베끼는 게 습관이 되었다.  베끼려면 제대로, 공부해서 베끼는 게 훨씬 더 좋지만 시간 탓, 지원 탓하며 예전엔 다 그랬는데 왜 안되냐고 따지는 기업문화가 몸에 배었다.

“적당히”란 단어는 참 쓸모 있는 단어다.  답답하고 힘이 들어도 끝까지 해보는 인내 대신 적당히 멈출 수 있고, 조금만 더 해서 과학 기술이 하나 더 보일 수 있는데도 적당히 해서 그냥 정기 논문 정도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렇게 적당한 시스템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탤리와 스페인은 경제적으로 요즘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물론 건설 투자 등 여러 지표들은 한국보다 좋지만 그 문화의 왕년에 비하면 나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터부가 있다.  안 그랬는데 하며 개인마다 느끼는 양심의 소리다.  이 양심의 소리가 강하면 강할수록 기본이 살아있는 문화다.  독일이 그렇고 북유럽은 물론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내 사회가, 미래의 조국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나 한 사람이 망칠 수 없다는 의협심마저 보인다.

이런 기본은 개인을 위한 것이다.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요렇게 빠지고 저렇게 옆길로 가고…  골목길 운전이 아니라 한 삶의 모습이다.  바쁘게 살았음을 핑계로 배운 요령들이다.  요령을 많이 알수록 경험이라고 착각하는 중년의 믿음도 무섭다.  그래서 막상 기본을 묻는다면 이런 요령들을 기본이라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떠든다.  일생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기본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안 한 것 아닌가.  “이웃을 항상 생각하며 산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기회가 오면 반드시 도전한다.”  “사업 확장은 욕심내지 않는다.”  “가족이 우선이다.” 등의 자기 삶의 기본은 무엇인가.  개인들이 삶에 기본이 없는데 사회적 기본이 있을 수 없다.  기업과 학계의 기본이 없는데, 국가적인 기본이 있을 수 없다.  기본이 없는 브랜드가 어디 있고, 기본이 없는 첨단 기술이 어디 있나.  우직한 기본들이 아쉽다.  바보라고 떠들어도 난 기본을 지키는 그 바보가 더 좋아 보인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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