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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돈은 누구 것인가

Photo by Photo by Tove Freiij / imagebank.sweden.se

글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 글이 북유럽의 리빙에 들어갈 것인가 고민을 했다.  이야기는 한국의 문화를 말하지만, 북유럽과 또 다른 문화와 비교된다는 점에서 자유스러운 Fika 섹션이 아닌 리빙에 넣기로 했다.

주제는 아주 간단하다.  부모가 가진 돈은 누구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별 고민 없이 넘긴 주제라 생각한다.  우린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 오던 대로 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 문화가 바뀌고 있다.  바뀌어야만 하는 게 더 옳게 느껴진다.  과거의 어느 문화에서는 장자 상속이란 풍습이 있었다.  또 다른 문화에서는 후계자 상속도 존재한다.  다른 점은 자손의 첫 번째 자식이 후계자인가 아닌가의 차이이고 현대의 용어를 빌리면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차이쯤일 것이다.  이런 풍습은 물론 대가족 문화가 바탕이 된다.  한 가족의 장자가 모든 가족과 늙은 부모의 봉양을 책임지며, 자연스레 그 가족의 Legacy, 가문, 또는 Inheritance, 유산을 상속받는 방식이다.  그래서 장자는 자신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비교적 손쉽게 가문과 가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장자가 아닌 사람들도 Heritage, 가문의 전통이란 넓은 의미의 유산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장자의 권위는 이을 수 없었다.

이는 왕가의 왕권부터, 귀족이나 지주 같은 유산 계급의 지배계층, 또는 평민 중이라도 전문 기술이나 숙련공 등에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였으며, 심지어 뭐하나 이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부모의 이름을 이어받아 후세에 전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겼다.  이런 이야기가 통하던 시기에는 가문의 재산은 부모와 자식의 공동소유나 다름없었고, 더 넓은 의미로 공식적인 가문의 재산도 존재했다.  부모가 은퇴하고 늙는다는 것은 후세대가 전세대를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래서 당연히 유산이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럴 이유가 충분했음은 모두 인지하는 바이다.  그리고 요즘도 경제의 재벌가라고 불리는 부분에서는 이런 상속의 문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서양의 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장자 또는 자식의 한 사람이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는 이유는 가문과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 것이란 말보다 우리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면서 내 부모가 가진 가구, 자동차, 집 등을 우리 것이라고 불렀다.  단지 단어의 선택이 그랬었다는 말이 아니라 나는 그 단어 속에 부모의 것을 내 것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깔려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에서 나보다 부모를 내세우고, 내 것과 부모 것을 동일시하는 풍습은 너무나 잘 아는 일이다.  인맥과 신원조회로까지 이어지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재산에만 국한한다.  모두들에게 부모의 돈이 과연 누구 것인지 나는 묻고 싶다.  1인 가구가 절반으로 향하는 지금 부모 봉양과 가업의 계승을 이유로 들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또 비록 부모라도 자식들에게 뭐 하나 물려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절약하는 모습들을 숱하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 늙어가는 부모에게 당연한 듯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싸움도 여럿 보았다.  책임은 피하고 잇속은 챙기는 지독한 이기주의를 본다.

알로 태어나는 생명체는 알을 깬다는 표현을 듣는다.  나는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참된 독립체가 되기 위해 알을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내가 같은 유기체로 연결되었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한, 60세가 넘어도 어린이인 것을 본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Adult Children, 성인 아이란 말은 서양의 요즘 단어다.  집값의 이유거나 취업 후에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독립을 안 하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자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 호시탐탐 부모의 남은 재산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누구도 말은 안 한다.  형제자매가 많을수록 누구도 말은 안 하고 살지만, 부모 돈을 내 것이라는 마음은 내가 겪은 한 상당히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는 법으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정해놓았다.  효도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부모가 늙었을 때 봉양해야 하는 의무를 자식에게 지우고 이를 어겼을 시의 규정도 정해놓았다.  일본은 노인을 우대한다.  노인을 위한 여러 법뿐 아니라 사회적 기반이 비교적 역사가 있다.  북유럽의 노인 복지나 연금 시스템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스코틀랜드와 미국의 노인들을 위해서는 연금과 노인 아파트,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의료 서비스 등이 존재한다.  한국도 좀 늦긴 했어도 연금과 생활보조, 주거지원, 의료 서비스 등이 비교적 훌륭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사고는 아직 대가족의 상속 시스템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한국 어디에도 없을듯한 상상을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꿈꾸기에 바쁘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의 상상은 요즘 너무 벌어져있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의 돈은 부모 것이다.”  이 간단한 공식으로 나는 무수한 집안싸움, 갈등,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재산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부모의 생활이 다를 뿐이다.  사후 공식적인 상속액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생전에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바꾸지 못한다.  그리고 정상적인 평균 사람들은 평생을 살고 돈을 모아도 그렇게 큰 금액이 될 수 없다.  이것이 상식적인 사회이고 살면서 올바르게 살았다는 증거다.  남보다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시작하라는 부모의 마음 씀씀이는 듣기에 고맙지만, 난 부모의 재산으로 성공한 인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던 일들을 망치고 자신의 삶마저 흔들린 사람들을 보았다.  얼마 안 되는 부모 돈을 들고 세상 끝에서 혼자 살 계획이 아닌한 잘 생각해 보면 그 돈이 내 인생을 도와줄 수 없다.  왕가와 거대 재벌 같은 특수한 경우를 빼곤 말이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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