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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아이들의 북유럽 적응기 – 제4편: 미국학교와 같은듯 다른듯, 북유럽 스웨덴 학교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면 여러 가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일이 다양한데 그중 앞선 고민 하나가 아이들의 교육시스템과 적응이다. 큰 변화에 아이들이 되도록 빨리 편안히 느끼고 즐기게 될 수 있기를 부모들은 희망하면서 서로 긴장된 모습으로 새로운 곳의 새 학교에 첫발을 내딛는다.

아이가 둘인 내게, 아직 유아기인 둘째보다 미국에서 2학년까지 마치고 온 큰아이의 시작이 큰 관심이었다. 미국에서도 영어 한마디 가르치지 않고 용감하다 못해 거의 무모해 보이는 듯한 엄마의 모습으로 아이에게 모든 걸 도전하라 던져놨었지만, 솔직히 그때는 미국의 언어인 영어를 내가 수월하게 할 수 있으니 그런 용기도 생겼던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나도 ‘까막눈’인 처지에 함께 어리둥절하면 그런 나의 모습이 아이를 더 불안하게 할까 하는 고민이 보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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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초등학교들
시간이 흐르니 고민했던 일들도 또다시 하나둘씩 내 삶의 추억이 되고, 벌써 겨울방학을 맞았다. 제법 아침에 알아서 잘 일어나주는 부지런한 편인 아이도, 방학이 시작이라니 늦잠잘 수 있다고 환호성이다. 처음으로 아주 깜깜하고 (겨울에 북유럽은 8:30이 넘어야 동이 튼다), 오들오들 떠는 추운 겨울에 등교하는 일이 꽤 힘들었다고 이제 와서 얘기한다. 방학숙제는 미국처럼 없고, 우리 아이는 스웨덴 말을 따로 보충 받기 때문에 방학 동안 외울 단어들만 받아 왔다. 부모가 직접 뜯어 보도록 되어있는 성적표도 가져왔지만, 거의 의미 없는(?) 두 단계 구분의 간단 명료한 내용이다. 학기마다 공부나 재능으로 상을 주거나 학교에서 경쟁을 시키는 대회가 없다. 미국에서는 매달 매학기마다 다양한 Award가 있어서 아이의 학습목표가 되었다. 미국은 상위권을 더 끌어올려 그 상위권이 전체를 끌고 나가는 리더로 만드는 교육이란 인상을 많이 받았었다. 미국 사회 자체도 상위 3%가 미국 전체를, 아니 세계를 리드한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상위그룹에서 낙오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특히 동양계 부모들은 열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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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초등학교 수업, 시상식
북유럽은 교육 개념부터 그런 미국과 확연히 구분된다. 하위권에 집중하고 모두 낙오되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하위권이 문제없이 도태되지 않고 사회의 준비된 일원이 되도록 만들어야 사회 전체가 무리 없이 운영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교육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웨덴 말을 모르고 갔지만, 우리 아이만의 현재 능력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 주었다. 무엇보다 말을 몰라 외톨이 같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선생님들이 신경 써주어 고맙고 다행이었다. 미국처럼 따로 스웨덴어 능력을 평가하여 레벨을 정하는 시스템도 없으며, 다만 시간을 조정하여 따로 모아 스웨덴어를 기초부터 배우는 아이들을 가르쳐준다. 처음에 부담될까 숙제도 내주지 않아, 오히려 내가 왜 숙제가 없느냐고 질문을 하니, 선생님은 아이가 숙제를 할 마음의 부담감이 없는지, 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자는 의견을 보여 나를 무안하게 하였다. 결국 삼자가 모인 만남에서 의논하고 약속하여 숙제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함께 참석시켜 셋이서 얘기 나누는 선생님 면담 시간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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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초등학교들
우리 아이는 미국에서 2학년을 만 7세부터 8세가 되는 해에 모두 마치고 왔지만, 스웨덴은 일 년이 늦어서 다시 2학년을 다니게 되었다. 한 해를 손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단편적인 생각을 하는 나에게 교장선생님은 또래들과 사귀며 공부하고 노는 게 중요하며, 모르는 언어 속에서 학업적 부담을 덜 주는 게 좋을듯하다고 조언해 주었다. 북유럽은 모든 일에 아이의 마음을 매우 중요시 살피는 걸 느꼈다. 그룹의 앞에서 끌어주는 방식의 미국 선생님들과 다르게, 뒤에서 지켜봐 주고 있는 스웨덴 선생님들의 모습이었다.

전체적 모습은 미국 서부에서 다니던 학교와 비슷했다. 밖의 놀이터 공간이 미국처럼 저학년 고학년 등으로 나눠진 것과 밖에서 나가 노는 휴식시간도 비슷했고, 남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내내 지켜봐 주는 등 익숙한 모습이었다. 자유로움이 미국처럼 느껴지는 학교 교정의 정취에 아이의 첫 등교는 설레었다. 선생님들 모두 유창한 영어실력에 특히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미국 남편과 한때 미서부에서 산 경험도 있는 여자분이셔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위트 있는 성격이 아이를 학교는 재미있는 곳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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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초등학생
미국 학교와 닮은듯하면서도 아이는 매일 새로운 발견을 얘기해 주었다. 우선 학급당 정원은 미국보다 한 열 명쯤 더 적었다. 특히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는 별도로 분리된 구역에서 더 많은 보살핌을 받고 있다. 미국도 유치원 때는 보조교사가 있었고 3학년까지는 어머니들의 학교 봉사로 담임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어린아이들을 돌봐주었지만, 이곳은 보조교사뿐 아니라 전체적인 엄마 노릇을 하며 저학년 구역을 챙겨주는 교사가 따로 있다. 체육, 음악 등을 담당하는 교사가 따로 있는 등, 요즘 주정부 재정위기로 위태로운 미국 서부 학교에 비해 교사와 시설은 여유롭게 운영되고 있다. 학교에서 요청하는 보조교사일, 봉사일, Donation(기부) 등의 부담이 사라져서 솔직히 마음이 편해졌다. 학년초마다 구입해서 보내야 할 School Supply(학용품)가 미국에서는 요구되었는데, 스웨덴은 철저히 모든 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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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초등학교 내부,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는다.

매일 싸주던 도시락도 가져갈 수 없었다. 특별한 건강상 사유가 있지 않으면 학교 급식을 식당에서 먹는 게 원칙이다. 미국에서는 급식이 있지만 줄이 길어 사 먹기 번거롭고 입맛에도 별로였는지 항상 도시락을 원했다. 일단 실내에 마련된 식당이 밖에서 먹는 미국과는 달랐고, 모두에게 똑같이 무상으로 제공되며, 기대 이상으로 다양하고 알차게 나오는 양식에 아이는 집에 와서 그날 먹은 점심 메뉴부터 신나서 얘기해주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북유럽도 한국처럼 실내화를 주로 신는다. 젖은 외투를 간단히 말릴 수 있는 세탁 드라이어가 구비되어 있어서 비와 눈에 젖은 외투와 신발 걱정을 덜 수 있다. 미국 서부는 지진으로 인해 단층인 학교 건물이 대부분이지만, 스웨덴은 복층으로 되어 있어 어린 시절의 한국학교가 떠올랐다. 또한 한국을 떠나온 이후 잊었던 벽을 따라 설치된 스팀 난방기구가 참 반가웠고, 아이는 아주 신기해했다.
제일 신기했던 경험은 체육시간 이후 학교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체육이 자주 있는 대신 갈아입는 체육복도 없었다. 편한 차림으로 첫날 그냥 보냈더니, 선생님이 다음 체육시간을 위해 다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운동복 지참과 함께 샤워 후 필요한 타월을 가져가야 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땀 흘린 채로 계속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는 미국 얘기에 선생님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밖이 추워서 실내에 마련된 체육관에서 뛰며, 실내 온도가 덥다고 아이는 짧은 운동복을 내내 가져갔다. 실내 체육관, 체육복 지참 등 한국에서의 추억이 또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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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학교앞 도로 싸인

미국처럼 스웨덴도 방과 후 학교에서 계속 아이를 돌보고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은 사실 직장인 부모를 위한 아이 돌봐주기식 내용이어서, 그 프로그램에 의존하려는 학부모는 많지 않았다. 미국과 달리 스웨덴은 거의 모든 전교생이 After School Program에 참여한다. 여러 기관이 해당 학교, 시와 연계해 아이들의 다양한 예체능, 학업, 취미생활을 이끌어주고 있다. 스웨덴 교육 복지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아주 저렴한 비용과 함께 흥미로운 수업에 필요한 도구, 악기 등은 모두 대여해준다. 약간의 비용 지출도 스웨덴에서는 아이들 앞으로 교육지원금이 매달 지급되기 때문에, 결국 계산해 보면 무상 지원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악기 하나 배우고 싶다 하면 여러 가지 고민과 계획이 앞섰던 경험이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과 비슷하게 방과 후 보충 과외 열풍이다. 학구열에 불타는 동양계 사회일수록 끝없이 많은 과외 과목과 내용, 높아지는 과외비가 교육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유럽 같았던 미국이 점점 한국 같아지는 이유는… 솔직히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부모라면 씁쓸하게 이미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미국 와서 아이에게 주고 싶은 값진 선물이 무엇일까 부모들은 매일 고민 중일 것이다.

스웨덴에 와서 나와 아이에게 제일 인상적인 학교의 차이점은 ‘평등’이었다. 미국에서도 자유와 평등을 충분히 학교에서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발견이었다. 지체 장애아들이 미국 공립학교에도 있지만, 별도의 그룹, 숨겨진 그룹이란 느낌으로, 그들의 존재도 쉽게 인지하지 못했다. 스웨덴 학교에서는 훨씬 여러 증상의 지체 장애아들이 제일 출입이 편하고 충분한 시설이 갖춰진 교실에, 무엇보다 복도에서 자유롭게 마주치며 생활하고 학교를 함께 다닌다. 지체 장애아를 따라다니는 선생님들의 정성 어린 모습에 참 교육자의 감동 어린 마음이 느껴지고, 내 아이를 비롯해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시선과 행동으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참 놀라웠다.

스웨덴의 아이들은 초등학생들도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혼자 통학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길이 안전하기도 하고, 대중교통이 편리하기도 하다. 하루 종일 아이를 자동차에 태우고 다니는 미국 서부와 다른 모습이다. 우리 아이도 이제는 자신 있다면서 혼자 다니게 해달라지만 난 아직도 주저하는 걸 보니 미국에서 키우던 마음이 아직도 그대로인 것 같다. 외국 생활을 하면 쉽게 마음을 열고 적응하는 아이들의 용기가 기특하고 부러워진다. 교육방식, 학교 시스템을 시시콜콜 따지기 전에 부모들이 아이들의 순수하게 열리고 적응하는 값진 열매를 발견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한살 한살 커나갈 때마다 스웨덴 학교 안에서 내 아이의 마음과 함께 엄마인 내 마음도 잘 따라가고 있는지 깨어있으려 한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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