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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아이들의 북유럽 적응기 – 제3편 : 난생처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자라온 나에게 겨울은 익숙하다. 하얀 눈, 겨울놀이, 겨울간식 등 12월이 다가오면 어디서나 내머릿속에 떠오르는 겨울세상이 있다. 특히, 하얀 눈속에서 맞는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낭만은 누구나 겨울속 최고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남가주에서 태어난 나의 두딸에게는 이런 겨울의 정취는 늘 그림책의 한장면이었다. 겨울에 한국방문도 해본적이 없었기에, 미서부 사막의 비내리고 바람불고 쌀쌀한 정도의 날씨가 아이들의 유일한 겨울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날씨 좋은 곳, 일년내내 따뜻한 태양이 내리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이들은 사계절을 구분하기 힘들어한다. 항상 큰 딸아이는 달력을 보며 “엄마, 이제 9월이니까 가을이겠지?” “12월이 되었으니까 겨울이다!”하면서 변화하는 계절을 폈다 지는 꽃 나무들과 길었다 짧아지는 해의 변화정도로 느낄 뿐이었다. 모두가 살기 좋아하는 눈부신 캘리포니아 출신들은 의외로 변화없는 단조로움에 지루함도 느끼기도 한다. 항상 입는 옷차림도 캘리포니아 아이들은 한결같다. 짧아지고 길어지는 정도의 상하의복과 추울때 걸치는 재킷정도면 아이들 키우는데 별 무리가 없다. 갈수록 답답한거 못참는 큰딸은 사시사철 반바지와 Flip Flop 신발만 고수해서 내가 지루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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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아이들이 북유럽에 왔다. 처음에는 미서부보다 더 시원한 기후에 상쾌하고 즐거웠다. 확 뛰어들 바다나 수영장이 좀 아쉬웠지만, 자연에서, 태양 아래에서 뛰고 노는 환경은 더 조건이 좋았고 더 자유로왔다. 10월부터 화창한 가을날씨 속에 급격히 떨어지는 싸늘한 밤이 찾아왔다. 상점마다 겨울채비 옷과 신발등이 나오고, 얄팍한 옷들만 있는 우리가족은 서둘러 두터운 겨울 겉옷 장만에 들어갔다. 두툼한 형태의 다운 점퍼를 사주려니 답답하다고 짜증을 부렸다. 얼마나 추운지 실감을 아직 못하니 털모자, 목도리, 장갑 등을 사주기는 더많이 설명이 필요했다. 옷위에 더해서 입는 스노우 점퍼와 팬츠는 아예 너무 답답하고 헐렁해 바보같아 보인다고 입어보지도 않았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이나 우리가족이나 비슷한 느낌이 들겠다 싶었다. 겨우 추위를 설명해가며 제일 가볍고 부담없는 겉옷 하나와 장갑, 목도리대신 가벼운 면스카프정 도로 일차 월동 준비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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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느날 영하 가까이 떨어진 추위에 당황하여 걷지도 못하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웃음과 함께 떠오른다. 둘째 꼬마는 “너무 추워!”만 외치면서 얼굴을 감싸고 울상이었다. 추울수록 빨리 걸어서 실내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냥 아이들은 거리위에 정지 자세가 되었다. 매서운 추위를 겪은 그 첫날은 어떻게 외출을 끝내고 집까지 왔는지 나도 힘든 하루였다. 다행히 올해 스웨덴을 비롯 북유럽이 매우 따뜻한 겨울이라 큰 도전은 안하고 있다. 첫번째 매서운 칼바람 한번 느껴보더니 아이들은 날로 추위에 다행히 익숙해 진다. 오히려 실내에 들어오면 기온이 확 올라가니 또다른 당황한 기색이다. 미서부는 겨울철 실내외의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을 정도로 나무로 지어진 실내 난방이 매우 선선(?)하다. 이곳은 보통 20-22온도를 나타낼 정도의 따뜻한 실내환경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어디서나 겉옷 벗기 바쁜 아이들…여러가지로 첫 겨울나기가 참 부산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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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덕에 목이 빠지도록 아이들이 기다리던 첫눈은 2013년 12월 5일에 스톡홀름에 내렸다. 10월말이면 첫눈이 온다더니, 정말 길고 긴 기다림이었다. 이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는 아이들의 흥분된 감격을 잊을 수 없다. 나도 한국 떠나고 17년만에 눈을 맞았다. 미서부 근처 스키장의 쌓인 눈은 봤지만, 하늘에서 펑펑 쏟아져 내집 앞에 하얗게 쌓이는 눈은 정말 황홀했다. 둘째 아이는 처음에 내리는 눈을 한참 들여다 보면서도 눈이 아니라고 떼를 썼다. 그림책에는 ‘동그라미’였는데 왜 긴 줄같이 보이냐고 이유를 말해주었다. 정말 귀여운 아이의 마음에 미소가 나왔다. “까만 돌맹이가 하얗게 되었어요. 다 하얗게 되었어요!” 그제서야 하얗게 눈으로 덮인 세상 모습에 흥분했다. 하얀 눈밭을 정신없이 뛰고 놀며 아이들은 드디어 생애 첫겨울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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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찡하게 얼어붙는 콧끝과 소복히 쌓인 눈을 느끼며 겨울 정취가 무엇인지 느껴가는 아이들… 사계절이 있어 한국이 아름답다고 무심코 어린시절 배웠던 나도, 이제야 아이들의 새로운 적응을 지켜보며 사계절의 묘미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4월까지 이어지는 북유럽의 긴겨울을 이제야 시작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길 꿈꾸고, 스케이트, 썰매, 스키등등 배우고 싶은 겨울 스포츠에도 아이들의 호기심이 가득하다. 앞으로 또 어떤 모험담을 얻게될지 궁금해 진다.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도 아이들의 세상이 또 한번 넓어져 간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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