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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아이들의 북유럽 적응기 – 제2편: 영어가 아닌 또다른 언어를 만나다

만국 공통어는 영어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국제행사에서 영어는 첫번째 공식언어로 채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고, 누구나 영어 우월주의를 느낀다. 근현대 세계사를 이끌어온 영국, 이어 미국이 거대하게 버티고 있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나도 한국에서 내내 영어교육을 받았고, 남보다 더 잘하기위해 개인적 투자와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영어를 배웠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었다.

미국이민생활을 하게되고 두아이들은 미국에서 낳고 키웠다. 언어가 경쟁력이고, 개인의 아이덴티를 위해 아이들에게 한국말도 열심히 가르쳤지만, 학교에 가면서 아이들은 영어로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하는 다문화의 미국이지만 영어라는 공용어로 똘똘 아이들은 뭉치게 되고, 미국을 배우고 미국이 중심이라고 마음에 강하게 새긴다.

캘리포니아에서 학교를 처음으로 가게되면 Mother Language가 별도로 있는지 써서 내게된다. 난 당연히 한국어만 기르쳤기 때문에 ‘한국어 사용’을 적어냈고, 딸아이는 “ELD”란 수업이나 학급으로 분류되어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English Language Development Standards의 약자이다. 일정 테스트를 통해 학생의 부분별 영어능력이 1부터 5까지 등급으로 결정되며, 학교에서는 ELD수업을 통해 담당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을 빨리 이해하고 따라갈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다. 매년 치뤄지는 테스트에서 모두 5등급이 되던지, 아님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ELD를 마칠수 있다. 그만큼 영어를 하루빨리 잘하도록 해야겠다는 초조함이 ELD 학부모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며, 걱정이 앞서게 된다. 일부 한국부모들은 ELD를 교육적 배려와 서비스가 아닌 열외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가정내에서 한국어 사용을 숨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선생님 면담때 부모의 영어능력이 결국 들통나므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솔직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서반어도 캘리포니아의 공식언어이지만, 영어가 백프로 지배되는 곳이고, 모든 아이들 가슴속에 영어 하나만 새기게 된다. 내아이도 ELD를 통해 빠르게 영어를 배워갔고, 내 걱정을 달래듯 기대보다 빨리 끝내주어 주변의 칭찬도 받았고, 주변의 영향으로 아이의 마음에도 영어가 모든세상을 살아가는 만국 공통어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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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스웨덴에 오니, 아이들은 혼란스러웠다. 비슷한 알파벳인것 같으나, 읽을수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답답하고 공포와 소외감도 느껴진다고 했다. 다행히 스웨덴 사람들은 누구나 굉장히 영어를 잘한다. 영어로 뜬금없이 물어봐도 두려움과 어색함없이 바로 영어로 소통한다. 아이들을 위해 다행이라고 그나마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더욱 당황하고 놀라워했다. 자연스럽게 스웨덴어와 영어를 오가는 모습을 신기해 헀다. 미국에는 영어이외의 외국어에 능통하기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다. 조금 안다고 해도 영어로 초지일관 나가기 때문에 다른 언어 연마에 별로 마음쓰지 않는다. 그런 미국에서 온 아이들의 눈에, 모국어를 하고 또다른 언어에도 자유로이 넘나드는 세상이 새롭고 놀라운 경험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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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학교를 보내니, 이곳 사람들의 언어에 대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더욱 다가왔다. 스웨덴 선생님들도 어김없이 영어를 훌륭히 구사하였다. 미국에서 전학온 아이와 학부모를 돌봐주기에 힘든 점이 없었다. 스웨덴의 입학서류에도, 가정에서 다른 Mother Language를 쓰는지 문의하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미국에서처럼 ‘한국어’를 쓰고 있다고 기재하였다. ELD같은 스웨덴어 집중교육을 위한 자료로만 생각했는데,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거주하는 시에 학생의 모국어를 꾸준히 배울수 있는 소개와 자리를 신청할수 있는 신청서를 주는 것이었다. 스웨덴에서는 외국어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각자의 모국어를 배울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제공한다. 아주 소수의 이민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참 놀라운 배려였다. 딸아이와 나는 매우 놀라고 감사했다. 스웨덴어를 모르는 외국아이를 위한 수업도 미국처럼 따로 분리하여 가르쳐준다. 다만 미국처럼 등급을 처음에 정한다거나 Standard에 맞춘 내용이 아니며, 각 학생의 적응하는 능력에 따라 주어지는 내용이 다양하다.03-1 03-2

미국의 주처럼 유럽국가들은 작은 대륙안에 긴밀하게 붙어있고, 왕래도 EU로 인하여 자유로와졌다. 영어로 묶인 한나라 미국과 달리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유럽인들은 그만큼 다른 언어에 대한 관심과 적응력이 뛰어난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언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리라 걱정했던 아이들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북유럽인들을 만나면서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더많은 언어를 배우고 싶은 동기가 생겨났다. 나는 한국의 고질적인(?) 외국어 울렁증 교육을 체험했었기에, 유연하고 흥미롭게 스웨덴어에 다가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사하고 있다. 영어로 인해 자기 스스로를 ‘고자세’로 묶어버렸을지도 모르는 미국에서 새로운 나라로 오면서 얻은 귀한 경험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얼마전 나들이때 겪은 일화가 떠오른다. 중고교 하교시간쯤에 아이들과 버스에 올라탔는데, 큰아이만 한칸옆에 앉게되었다. 우르르 올라탄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학생들 중에 한 금발머리 소녀가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 내릴때까지 큰아이와 계속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소녀.. 다른 칸의 친구들에게 돌아서며 자랑하는 말이 언뜻 눈치로 알아듣기에…”영어로 하는 아이인데, 내가 영어로 얘기한다~!” 배운 외국어를 써볼 수 있어 즐거워하는  그 여자아이가 인상적이었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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