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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와 북유럽 스웨덴에서의 주부생활 <1>

미국 남가주에서 거의 20년 살다 북유럽에 오게 되니 여러 곳의 지인들이 모두 묻는 공통된 질문이 있다. “미국과 북유럽 어디가 좋으세요?” “아님 한국이 그리우세요?” 내 대답은 어디서나 어떤 경우나 같다. 다 좋을 수 없고 다 힘들 수 없고 결국 내가 적응하고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이런 대답이 성의 없고 짜증 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민 생활이란 계속 발견하는 여러 가지 차이에서,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그것을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나의 긍정적인 삶이 빨리 자리를 찾는 인생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세한 장단점을 알고 싶어 하는 이어지는 질문들을 받으면서, 내가 경험한 차이와 새로운 발견을 많은 이들과 공유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특히,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한국인 가정의 주부로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나의 체험이 궁금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유학 자취 시절부터 거의 20년 가까이 살림에 익숙해지고 잔뼈가 굵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북유럽의 생활은 애송이 단계이니 앞으로도 지금과 다른 발견과 깨달음이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기억하고 얘기하는 것은 즐거운 기록이다. 다만 지금은 초창기 생활의 일상 단면들부터 얘기하는 게 맞을듯하다.

<장보기와 식생활>

주부들 하루 생활에 제일 큰 부분은 가족들의 식생활일 것이다. 미국 서부는 식생활의 천국인 걸 다른 나라에 가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더할 것이다. 이민자가 골고루 있다 보니 각국 나라별 대형마켓과 함께 미국 마켓도 일반 동네 마트부터 유기농 상점, 할인 매장 등 즐비하다. 차로 운전하며 일주일 내내 가족 입맛 따라 여러 종류의 마켓을 돌아다닌다. 낱개보다 묶음이 싼 경우가 많으니 갈수록 트렁크에 한가득, 엄마들은 장보기를 위해서도 큰 자동차를 선호한다. 재료가 다양한 만큼 메뉴도 뭐든 가능하다. 나가서 사 먹을 수 있는 선택도 자유롭고, 미국은 한마디로 먹거리는 풍성하다. 다만, 내 경우에 아이의 점심 도시락은 꼭 챙겨주었다. 냉동 위주의 즉석식품이 많다 보니, 아이가 금방 급식에 싫증을 냈고, 비만의 원인 나트륨이 과다한 메뉴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유럽에 오면서 일단 식생활은 큰 도전일 거라 나름 비장한 각오를 했었다. 물론, 전 세계 먹거리가 넘쳐나던 미국에 비해, 각 나라의 다양한 식재료 찾기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의외로 북유럽인들의 식단이 신선하고 건강했다. 마켓에는 개방화된 여러 나라의 수입 식품도 많고, 특히 고기와 해산물, 치즈 등을 다양하게 먹는다. 해산물은 이곳이 세계에서 제일 방사능과 수은으로부터 안전지대라 마음이 놓인다. 다만 한국 음식을 위한 채소들, 특히 무가 아쉽다. 그러나, 오늘날은 인터넷 세상… 독일의 온라인 쇼핑 업체를 통해 웬만한 한국 식재료와 식품을 주문해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 급한 건 아시아 마켓 등에서 구할 수 있다. 또 다른 걱정 한 가지는 스웨덴의 높은 세율(25%)로 인한 장바구니 물가였는데, 과거에 비해 미국의 물가가 더 오른 듯,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해서 안도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 값 절감 효과의 이유가 있다. 스웨덴인들은 사재기식 장보기를 하지 않는다. 나 또한 북유럽에 온 이후로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가까운 마트에 다니는 생활이니 그때그때 필요한 장보기만 하게 된다. 여기 오니 500크로나, 약 75불 정도의 구매를 하면 할인해주는 마켓 쿠폰이 많다. 500크로나가 쿠폰 기준인 이유는 한 번에 그만큼 구매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미국에서 백 불 넘게 장 보는 것도 흔한 일인데, 놀라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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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마켓, 풍부하고 저렴한 유제품

다시 한번 기본적인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풍족한 만큼 쉽게 사고 버리게 된다는 것을… 미국은 물자와 소비의 나라인 만큼 나의 지출 감각이 함께 무더져 있었던 것이었다. 불편한 만큼, 아쉬운 만큼 계획해서 먹고 아이들도 미국에서보다 “엄마가 직접 만든” 한국 반찬 하나에도 맛있다고 감격하며 먹어준다. 미국의 냉동, 패스트푸드 식품을 싫어하던 우리 아이들이 다행히 이곳의 양식은 잘 먹는다. 큰아이의 이유를 들어보니 덜 짜고 덜 느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 급식도 미국에서보다 환경이 나아졌다. 아예 추운 곳이니 실내의 독립된 카페테리아에서 수프, 빵부터 메인, 사이드까지 정찬으로 나눠준다. 미국과 달리 모두 무료 급식이다. 물론 도시락 지참은 금지이고, 간단한 스낵은 싸줄 수 있지만, 쵸코렛이나 과자 같은 스낵은 금지이다. 큰아이의 스낵은 다른 아이들처럼 항상 과일이다. 남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의 과일은 풍성하다.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식품법 기준이 가장 까다로워서 아주 자극적이거나 몸에 안 좋은 성분의 함량 기준이 엄격하다. 그 덕에 불량식품 같은 군것질거리나 탄산음료에 신경이 날카로왔던 내가 한층 마음이 편해졌고, 아이들은 좀 아쉽고 입이 심심해졌다. 전체적으로 비만이 없는 이유를 지내볼수록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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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넣고 뽑아야 하는 스웨덴 쇼핑카트  

외식도 미국이 훨씬 편하고 다양하다. 선택의 종류나 가격대나 다양성에서 비교할 수도 없다. 야식배달까지 되는 한국이 외식의 편리성은 세계 최고일 테고, 그다음이 미국 서부 일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Food Court(푸드코트)의 개념이 스웨덴에 급속히 퍼지기 시작하면서 외식이 서서히 다양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은 패스트푸드 체인도 한정적이다. 오히려 점심만 하는 유럽식 카페테리아, 간단한 샌드위치나 수프 등을 먹으며 차 마시는 카페 개념이 많다. 미국은 점심에 간단히 Lunch Box(도시락)을 지참하는 사람이 많지만, 스웨덴인들은 도시락을 싸지 않고 꼭 밖에서 사 먹는 걸 선호한다. 스웨덴의 모든 직장인들은 점심 값이 따로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Fika처럼 휴식, 만남, 여유 등의 삶의 한 부분을 매우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스웨덴 외식의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Pizza Hut의 ‘변신’이었다. 미국에서는 배달 위주의 동네 구석에 있는 가게 모습이 흔한데 (사실 인기도 많이 떨어진 추세), 스웨덴에서 Pizza Hut은 제대로 서비스 받으며 먹는 아메리칸 훼밀리 레스토랑이다. 메뉴도 다양하고 맛있다. 그밖의 TGI Friday, Texas Longhorn 등 미국 식당 체인이 인기몰이다. 다른 유럽의 식당 체인들도 EU 이후 급격히 증가 추세이다. 술을 같이 주문할 경우 외식비가 꽤 올라가지만,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큰 차이는 줄어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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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 진출한 레스토랑 스타일의 Pizza Hut

 

참, 식생활에서 중요한 한 가지… 스웨덴은 얼음을 즐겨먹지 않으며, 미국 식당 빼고는 물과 음료에 얼음을 서비스하지 않는다. 처음에 온 가족이 답답해했다. 뜨거운 미국 서부에서는 얼음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얼음 나오는 냉장고도 없다. 따로 조금씩 Ice Tray에 얼려 먹는다. 그리고 스웨덴의 수돗물은 마시는 물이다. 영어로 Tap Water라고 하는데, 사실 미국 가정, 식당에서는 전체 정수기를 달고 Tap Water를 마셔도, 석회질이 많은 미국 서부의 물은 좀 찝찝한 느낌이고, 대부분 마시는 물을 구입하거나 차를 마신다. 스웨덴 와서 처음에 수돗물 직접 먹으려니 찜찜… 상쾌하고 시원한 물맛에 이제는 어느 수도꼭지에서나 따라 마시는 광경이 한국의 약수터에 온 듯 익숙하다. 


<청소와 위생>

앞서 말했듯이 스웨덴의 자랑거리 첫 번째는 깨끗한 물과 환경이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어 깨끗하고 훤한 기분을 들게 하지만, 이곳 환경은 한국과 미국의 딱 중간이라고 느껴진다. 빌딩 숲과 복잡한 도심도 있고 시골 같은 전원과 탁 트인 바다의 자연환경이 공존한다. 공기는 매우 맑고 집안에 날라드는 미세먼지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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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에서 청소할 때 힘든 점 하나는 석회질 물로 인한 화장실 얼룩과 더운 날씨로 인한 곰팡이 때이다. 게다가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는 건식 스타일이라 정말 청소하기 까다롭다. 북유럽에 오니 다시 한국 고향에 온 듯 물청소로 부담 없이 빡빡 닦는다. 물이 깨끗하여 물때 곰팡이 없이 물기를 닦는다. 춥고 건조한 날씨라 곰팡이가 없고, 대부분 욕실에는 타올 건조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축축하지 않게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화장실 청소는 미국 서부가 정말 힘든 곳이다.

미국은 세탁실이나 아님 별도의 공간에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시설도 물론 밖으로 물새면 재앙을 만나는 이해할 수 없는 건식이다. 차라리 차고 쪽에 설치된 집들이 편한 점도 있다. 스웨덴은 대부분 화장실 안에 설치되어 있다. 임대용 아파트 등은 세탁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미국 유학시절에도 세탁장 내려가서 동전 넣고 빨래하고, 자리 맡다 다투기도 하던 기억에 덜컹 겁이 나서 스웨덴 환경을 보니 이곳은 시간 예약 시스템이다. 자신의 카드 열쇠를 가지고 가능한 시간대를 예약하고, 약속시간 동안 철저히 혼자만 잠겨진 세탁장을 이용할 수 있다. 돈은 필요 없고, 집안에 세탁시설이 있어도 공동시설의 커다란 건조대와 다림질 기계 등은 이불빨래 등에 쓸만하다. 또 하나 세탁에서 차이점 하나…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항상 쓰던 섬유 유연제 페이퍼, Bounce로 대표되는 그 종이는 북유럽에서 쓰지 않는다. 아직도 그 종이가 습관이 되었는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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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일반적인 세탁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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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공동 세탁장 입구 싸인


청소기 모양도 다르다. 미국은 카펫에 효과적인 일체형 스탠드형식을 선호한다. 카펫을 누르는 묵직함이 만족스러운데 끌고 다니려면 좀 무거운 단점이 있다. 미국은 영국제품 Dyson에 열광하고 있고, 유럽에 가면 제대로 본고장에서 하나 사보자 계획했다. 예상과 달리 스웨덴 마켓에는 분리형, 소위 ‘동글이’ 타입만 팔리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추천받은 독일 분리형 청소기를 장만했다. 북유럽은 거의 나무 바닥 집이라 깊게 눌러주는 무게감보다는, 미국 집보다 작은 공간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한국식 청소에 가까운 걸 알게 되었다. 

참고로 미국과 전압도 다르다. 정확히 말해서 ‘미국만’ 110볼트이고, ‘미국만’ 다른게 많다. 전압도 측량단위도.. 소소한 거 같지만, 온통 생활용품과 사고를 바꿔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스웨덴 집안에서 다른 거 하나를 꼽자면, 가스를 쓰지 않는다. 모두 전기이다. 안전성과 인체에 해롭다는 이유로 가스오븐, 가스 드라이어는 어느 가정이든 찾기 어렵다. 전기오븐으로 불 조절하기 만만치 않다. 요즘은 스웨덴을 비롯 미국 또한 혁신적인 Injection oven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소 다음에 할 일은 항상 쓰레기 처리이다. 이 부분은 미국이 무책임하다 싶을 정도로 무방비다. 그만큼 주부의 수고는 덜수 있지만, 늘 죄스러운 마음이었고, 한국에서 놀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 당황했다. 재활용의 중요성을 많이 알리고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지만,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나도 아이의 학교에서 요청하는 몇 가지 재활용 품목만 신경 쓰고, 나머지도 편한 대로 재활용 쓰레기통에 담았다. 큰 행사나 소풍이 있는 장소는 더하다. 큰 쓰레기봉투에 모두 쓸어 담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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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분리수거 Station

스웨덴은 국왕 부부까지 뒷마당 분리 수거함에 다니는 모습이 찍힐 정도로 사회적 철칙이다. 쓰레기와 재활용의 구분이 아니라, 병, 종이, 플라스틱 등등 품목별로 나눠서 넣어야 하는데, 버리러 갈 때마다 감동하는 건, 정말로 아무도 섞어서 마구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스트푸드점에도 음료와 쓰레기를 구분하게 한다. 이런 분리수거에도 우리 가족은 처음에 쩔쩔맸는데,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아직 스웨덴은 멀었다, 더 철저히 세밀하게 나눠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쓰레기 위기의식,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세계 최고인듯 싶다. 그렇다면 넓은 땅에 쌓여가는 미국 쓰레기는? 걱정이다.

미국 서부와 북유럽 스웨덴에서의 주부생활 <2>

미국 서부와 북유럽 스웨덴에서의 주부생활 <3>

미국 서부와 북유럽 스웨덴에서의 주부생활 <4>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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