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Edu & Society / 일반 / 몇 등인지 중요한 한국, 등수가 무의미한 북유럽

몇 등인지 중요한 한국, 등수가 무의미한 북유럽

얼마 전 읽은 한국 기사의 제목이 이러했다. “한국,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 30위”… 처음에 이해가 쉽지 않은 제목이었는데,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국제 구호개발 NGO Save the Children에서 세계 178개국 여성의 보건·경제·교육 수준과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여성과 아동의 생활환경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어머니 보고서’의 내용을 옮긴 것이었다. 이 결과에는 역시나 북유럽의 핀란드(1위), 노르웨이(2위), 스웨덴(3위), 아이슬란드(4위), 네덜란드(5위) 같은 나라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기사 내용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항상 세계 순위 안에서 관심 국가인 미국과 일본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뒤를 이어 31위, 32위에 나란히 올랐다고 덧붙인다.

북유럽 국가들이 이번 조사에도 역시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국가별 위치가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삶의 질이 세계 178개국 중 30위이란 사실이 내 마음에 들어온 기사도 아니었다. 왜 이런 수치와 등수가 뉴스로 다뤄지는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외국에 살면서 뉴스의 분위기, 어조, 시각 등에서 한국의 뉴스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은 걸 느끼는데, 그중 하나가 무엇이든 비교하고 그래프와 숫자들을 총동원해 등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세계 지표 등 여러 기준으로 분석한 등수에 대한 뉴스가 많고, 그에 대한 동향과 예측에도 한국 사회는 민감하다.

01-1 01-2

그런 한국과 비교해 미국이나 북유럽의 뉴스를 보면 어떻게 다른 나라들이 돌아가는지, 내 주변이 어떠한지 무관심하게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주변과 비교하는 상대적 평가와 문제의식 갖기보다는 절대적 가치와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현상 분석과 문제 해결도 다루기 때문이다. 요즘 여러 복지혜택, 사회시스템, 삶의 질 등의 ‘순위 겨루기’에서 항상 우등생인 북유럽이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그러한지도 모른다. 스웨덴인들에게 요즘 북유럽이 세계 관심의 중심인 이유, 북유럽 핫 트렌드 등을 얘기해주면 생전 처음 듣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놀랄 뿐이다. 우리가? 왜? 진짜? 이들의 반응도 그때의 흥미뿐 자랑거리나 성취감 같은 그 이상의 의미나 호들갑도 전혀 없다. 시작부터 세계 일등이 되기 위한 최종 목표나 동기부여가 북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과정에는 없기 때문이다.

북유럽에 살면서 처음에 의아하기도 했고, 나 자신도 이들의 평등한 개별적 존재감을 받아들이고 적응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서서히 내 삶의 가치도 바뀌고 늘 스스로 겨루던 상대적 평가의 부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안정을 찾았다. 이전에는 항상 속해 있는 집단, 나와 비슷한 그룹에서의 처한 위치나 조건, 평가를 기준으로 분석하고 해석하고 살아왔다. 가족들의 능력과 위치, 아이의 발육과 성취도, 심지어 내가 느끼는 세세한 실생활의 행복지수까지 상대적 평가와 나의 등수가 중요했다. 북유럽에 와서 수평적, 개별적 위치에 각각 놓이게 되면서 그동안의 순위 매김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02-1

백 점을 받아도 같은 학급에 백 점 받은 다른 아이들이 몇 명인지를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가 아니라, 점수를 떠나 아이가 노력했던 과정과 그에 따른 결과에만 집중해 줄 수 있는 엄마로 변하게 되었다. 내 삶과 행복을 다른 이웃들로 인한 ‘상대적 우월감이나 박탈감’이란 표현으로 평가하는 것도 사라지게 되었다.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떠들어대는 ‘스칸디 맘’을 정작 북유럽 엄마들은 들어보지도 못 했다. 무슨 기준과 내용으로 자신들이 차별화되는지도 모르고 그다지 중요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등수를 가리기 위해 꼭 필요한 지표나 기준, 평균치 등의 의미에 모두들 무관심하다. 올림픽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고도 고개 숙인 한국 선수와 참가만으로도 기뻐하는 외국선수의 대비되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된다.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도 항상 위의 등수를 쳐다보며 쉽게 좌절하는 상대평가 속에 놓여 있다. ‘발전’이란 이유로 갖고 있는 상위 등수의 목표가 과연 각자의 삶에 어떤 포상을 내려주는 건지, 위를 보면 한없이 오르고 싶고 내 밑을 내려다보면서 안도하는 수직적 잣대가 각자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 수평적인 북유럽 사회 안에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참고>

한국 미국 유럽, 북유럽 학교교육 이야기

한국 미국 유럽, 사고의 차이와 창의성의 문제

한국 미국 유럽, 미국과 북유럽 사람등의 삶의 목표

 

By Angela

You may also like
북유럽 커뮤니티 “노르딕후스”와 “스칸디나비아의 루크와 안젤라”의 사용 설명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인 한국에서 혁신을 바란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은 끝났나?
PARENT의 여섯 글자로 풀어본 북유럽 부모의 자녀교육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