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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의 나라, 북유럽 스웨덴

7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TV 외화 시리즈로 방영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말괄량이 삐삐’. 빨간 양갈래 머리의 주근깨 가득한, 천방지축, 용감무쌍, 초능력자 소녀 삐삐가 해적에게 납치된 아빠를 찾아 나서는 모험담이었다. 미국에서도 그 외화를 다시 극장 영화로 만들기도 하였고, 아직도 ‘Pippi Longstocking’는 미국의 인기 아동도서이다. 어린 시절 전 세계 누구나 한번쯤은 삐삐처럼 자유롭게 뛰놀게 만들었던 ‘말괄량이 삐삐’의 고향이 바로 북유럽 스웨덴이다. 삐삐를 탄생시킨 작가 Astrid Anna Emilia Lindgren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2002)는 스웨덴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추억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나의 큰 딸아이도 미국에서부터 즐겨 읽은 ‘Pippi Longsticking’의 주인공의 나라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하였다. ‘Pippi Longsticking’이외에도 이미 미국에서부터 린드그렌의 여러 동화책에 푹 빠져버린 딸들과 함께 삐삐의 고향에서 삐삐를 다시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시절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을 찾게 해준 아름다운 두 곳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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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전세계의 인기를 얻은 ‘말괄량이 삐삐’와 스웨덴 주연배우 Inger Nilsson의 현재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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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미국에서 즐겨 읽은 린드그렌의 동화들

동화의 나라, Junibac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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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holm 시내 안의 Djurgården 섬에 위치한 Junibacken

우선 스톡홀름 시내 중심에서 말괄량이 삐삐를 만나러 갈수 있다. 역사적 건물과 박물관들, 아름다운 자연과 공원 등 스웨덴 최고의 관광지가 모인 섬, Djurgården (율고덴) 안에 위치한 Junibacken (유니바켄)을 찾아가면 된다. 단순한 어린이 공원이나 박물관 정도로 생각했던 우리 가족에게 정말로 아름다운 동심을 이끌어 내준 인상 깊은 곳이었다. 스웨덴의 유명 배우 겸 감독인 Staffan Götestam에 의해 마련되고, 1996년 스웨덴 국왕 가족에 의해 개장되었다. 특별히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Astrid Lindgren를 기념하고 그녀의 동화를 함께 느끼는 곳이지만, 그녀뿐 아니라 스웨덴의 많은 동화 작가들을 함께 소개하고, 여러 동화의 세계에 흠뻑 빠지게 만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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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backen의 내부
들어가는 입구부터 동화책 속에 빨려 들어온 것처럼 만든 인테리어가 아이들을 흥분시킨다.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를 전체적으로 표현해낸, 박물관의 인테리어와 아트 디렉터는 바로 Marit Törnqvist (마리트 퇴른크비스트)였다. 린드그렌의 많은 작품이 그녀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아이들의 상상 속에 빨려 들어갔다. 나도 그녀의 풍부한 색채와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그림을 너무 좋아하는데, 하나 가득 그녀의 비주얼 표현과 색채로 이루어진 Junibacken의 하루는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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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backen의 아트 디렉터 Marit Törnqvist와 그녀의 작품들

 

아이들의 눈높이와 사이즈에 맞게 모든 게 꾸며져 있다. 내 아이들이 가장 흥분했던 곳은 ‘Storybook Train’과 ‘Villa Villekulla’ 이었다. Storybook Train은 아담한 4인 가족용 기차 한 칸마다 올라타고 하늘 위로 달리는 기차여행을 시작한다. Marit Törnqvist가 만들어낸 그림 같은 동화 속 장면이 하늘 아래 펼쳐져 있고, 그 작은 동화 속 나라에는 섬세하게 표현된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인다. 지나가는 장면마다 10개 이상의 외국어로 이야기해주는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환상의 기차여행이 끝나면 Villa Villekulla로 이어진다. 말괄량이 삐삐가 사는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이들 크기에 맞춘 삐삐의 무대에서 아이들은 맘껏 뛰고 논다. 삐삐처럼 비행기와 배도 타고 나무그네에 매달려 놀기도 한다. 모든게 삐삐와 아이들에 맞는 사이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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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backen 아동 서점, 놀이터, 소극장
그 밖에도 스웨덴 최대의 아동 서점이 마련되어 있고, 여러 유명 동화작가들의 전시관도 있다. 작은 소무대에서는 동화 속 장면을 연기하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아이들이 뛰노는 광경을 바라보며 긴벤치에 앉아서 쉬려니 문득 내 등 뒤의 큰 유리 벽 너머로 스톡홀름의 바다와 건너편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스톡홀름 경치를 바라보며 육아의 피곤함을 함께 달랠 수 있는 휴식이었다. 아이와 함께 북유럽 땅을 밟았다면 꼭 스톡홀름의 Junibacken에 데려와 자유로운 하루를 보여주길 추천한다.

 

 아이들의 맞춤형 Village, Astrid Lindgren’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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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backen에 다녀온 후에도 삐삐 인형을 가슴에 품고 동화 속 나라에 빠져 지내던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남쪽으로 삐삐를 만나러 떠났다.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내려가면 Vimmerby라는 작은 마을에 Astrid Lindgren’s World가 나온다. 삐삐와 함께 뛰놀 수 있는 다른 곳이다. 말괄량이 삐삐뿐 아니라 린드그렌이 남긴 동화를 모두 재현해낸 아이들 놀이터이다. 미국에서 뛰놀았던 디즈니랜드와는 사뭇 달랐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곳에 북유럽의 평화로움이 가득 담겨있는 곳이다. 굉음의 롤러코스터도 없고, 계속 울리는 배경음악도 없으며, 길게 줄을 서서 곳곳의 놀이기구를 타려는 인파도 없다. 넓게 펼쳐진 풀밭에 다양한 놀이터와 가지고 놀 수 있는 기구들이 있고 아이들은 그사이로 하루 종일 놀고 뛰어다닌다. 전통적인 스웨덴 음식이나 간식을 사 먹을 수도 있지만, 곳곳의 피크닉 장소에서 도시락을 까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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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id Lindgren’s World는 자유롭게 뛰노는 곳이다.

 가장 인상적이고 즐거웠던 곳은, 린드그렌의 동화 속 마을들을 아주 작게 만들어놓은 빌리지였다. 네 살짜리 둘째의 몸에 딱 들어맞는 유럽의 마을에는 빵굽는 가게부터 소 키우는 농장의 모습까지 너무나 예쁘고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예쁜 유럽의 집집마다 그곳에 맞는 사이즈의 침대와 의자 부엌, 심지어 찻잔과 주전자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정말 어린이 나라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어른들은 마치 그사이로 쳐들어온 거인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들만의 천국이었다. 항상 자기보다 높고 커다란 세상에서 바둥거렸던 나의 어린 딸도 그날 하루는 모든 게 자기의 눈높이로 내려와 편안히 맘껏 뛰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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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id Lindgren’s World의 조그만 사이즈 마을들. 아이들의 크기에 맞춰 제작된 곳이다.

이런 작은 마을에 있던 아이들이 ‘Simon Small’이란 곳으로 가면 모든 게 커진다. 린드그렌의 단편동화, ‘Simon Small moves in’의 무대로, 작은 몸의 두 형제가 커다란 거인나라에 들어선 장면이다. 그곳은 어른들에게도 모든 게 크다. 의자 하나도 등산을 하듯 기어올라가야 한다. 세상에서 어른들만의 잣대가 항상 옳고 모두에게 정답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체험이었다. 다양한 잣대와 세상의 다양함,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맞춰진 곳에서 자유로움을 모두가 느끼는 곳이다. 야외활동을 하는 이곳은 계절에 맞춰 여름철에만 전면 개방된다. 방문시 계절에 따른 개장시간과 개장하는 곳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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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id Lindgren’s World의 Simon Small, 모든 게 거인 사이즈이다.

 Junibacken과 Astrid Lindgren’s World, 두 곳 모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동화 속 나라로 우리의 손을 잡고 끌고 들어간 느낌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이들의 생각과 시선에 맞춰 모든 게 이루어진다. 어른들이 꾸며낸 인위적인 치장, 자랑거리보다는 동화를 통해 아이들이 얻은 상상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려 애쓴 흔적이 느껴진다. 린드그렌은 처음부터 작가 지망생이 아닌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며 평범한 엄마였다. 그녀의 동화는 자신의 아이들을 재우면서 들려준 스토리였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그녀의 스토리는 100개가 넘는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생각을 함께 맞출 수 있었던 린드그렌의 사랑과 열정이 존경스럽고, 그녀처럼 아이들을 아끼고 자유롭게 뛰놀게 하는 북유럽인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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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id Lindgren 기념우표
Astrid Lindgren’s World : http://www.alv.se/en

Astrid Lindgren Home Page : http://www.astrid-lindgren.com/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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