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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브랜드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다

Photo by Tina Stafrén / imagebank.sweden.se

인간의 궁금함은 모든 발전의 근원이다.  다른 것을 찾으려는 궁금함에서 인간의 사고 철학이 발전했음을 느낀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여서 순수한 예술혼에서 영감을 받고 상품과 시각적 이미지라는 아웃풋으로 나오는 것뿐이지 사고의 순서는 알타미라의 동굴벽화와 같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디자인은 상업적 영향에 따라 가치가 바뀐다.  수많은 디자인의 이야기는 작거나 큰 상품과 시각적 가치로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그 상품의 순수 가치보다 디자인이 더 기억나는 경우도 생긴다.

디자인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담겼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모든 디자인에 가치를 둘 순 없지만 내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은 디자인은 없다.  디자인의 방향은 내 말을 하는 일방향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쳐 사람들이 해준 이야기는 다시 바뀐 디자인으로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수십 번의 로고 리뉴얼은 사람들이 잘 모를지라도, 그들의 이야기가 반영된 결과다.  상품과 시각적 가치의 디자인은 그 존재만으로 브랜드라고 불리는 정통성을 갖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음료나 가구, 사탕, 심지어 최근의 자동차들도 모두 브랜드 가치를 갖는 디자인의 추출물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럽게 디자인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그 브랜드의 상품성이 높을수록, 많이 소비될수록, 오랜 기간 지속되었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한마디로 대중의 동의를 얻을수록 브랜드가 잘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의 모순은 반드시 사람들이 사랑한다고 브랜드의 가치가 높다거나 그 상품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상품이 나빠지는 이유가 브랜드 때문일 수도, 반대 일수도 있다.

북유럽의 아기자기한 여러 브랜드뿐 아니라 세계적 대중성을 가진 브랜드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코카콜라를 비롯해서 IKEA, marimekko, MAERSK LINE 같은 북유럽 브랜드도 있다.  지금은 어떻게 그 콜라나 연필, 휘발유, 자동차 등이 만들어졌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던 때가 있었고 그 당시를 추억하는 것이 미래 디자인 브랜드를 알 수 있다고 여긴다.  이에 북유럽 브랜드들은 마치 소녀들의 감성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아주 작은 수줍음을 바탕으로 한다.  북유럽 사람들의 감성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궁금함으로 시작되어, 보드게임의 말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듯 그렇게 회사가 커졌다.  이젠 수줍은 소녀라고 불리기 거북한 몸집임에도 그 안의 사람들은 그 작은 이야기를 기억한다.  숫자에 민감한 똑똑한 사람들은 이들 북유럽의 대형 브랜드들을 대기업이라고 부르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정말 정말 작다.  아주 작은 간난 회사가 세계를 누비는 모토를 사무실 한가운데 걸어 놓은 것과는 정반대다.

모든 브랜드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정확히 말하면 잊어버린 것이겠지만.  그러나 사람들의 동의를 오랫동안 받은 브랜드는 대부분 그 속 이야기가 있고 요즘에는 오히려 강조하는 추세다.  한국에서 디자인 일을 하면서도 난 항상 이야기를 찾는다.  그 이야기를 내세우고 반복할 것이 아님에도 난 이야기를 강조한다.  1년 전 정말 정말 힘들게 이야기를 모으고, 비용도 계산을 안 하고 제공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고 되도록 아름다운 대목을 살린 다큐 소설 같은 부류의 글이었다.  A4용지의 반 정도로 요약된 그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왜 그 회사가 시작됐는지, 또 무슨 마음을 가졌었는지 한눈에 보이는 자기소개서 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그 글이 진주 목걸이고, 받은 회사는 돼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리 좋아도 서로 이해가 되어야 함을 또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런 일은 여러 번 반복됐고 현재에도 씨알머리도 안 먹히는 CEO나 오너들 앞에서 난 브랜드 이야기를 강조한다.

아주 최근, 비교적 현대의 시기에 대중의 호응을 받는 세계적 디자인 브랜드는 애플이 독보적이다.  애플이 보여준 혁신성, 시각적 디자인, 사용자에 대한 배려 등은 오너의 쇼가 더해지면서 폭발적 반응을 받았다.  비슷한 입지를 가진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브랜드 순위를 상위권에 올리고 있는 자랑스러운 기업이지만, 애플과의 브랜드 가치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삼성이란 브랜드에서 무슨 이야기가 있는가.  그 거대 기업의 대표나 직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단계에서 “아, 애플은 잡스의 혁신성으로 스토리를 만들었고, 삼성은 그렇지 못했구나”라고 오해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충분히 삼성전자의 이야기가 있다고 짐작한다.  나아가 딱딱해만 보이는 SK, LG, 한화, 대한 항공 같은 기업들도 당연히 그 안의 따스함과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이는 리더가 그 가치를 인식하느냐의 차이다.  조금 빗나간 얘기지만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떠든 핵문제에 무슨 결과를 가져왔는가.  그가 싫어하는 난민 문제, 불법 이민자, 동성애자, 사회 극빈층과 소외 계층을 위해 무슨 해결을 했는가.  가장 귀가 앏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텍사스 주를 포함한 중남부의 가난한 노동자들을 미국의 주축으로 강조), 누구나 공감하는 군인과 전쟁 영웅들을 더욱 우대했으며, 자기와 생각이 다른 집단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다른 집단에서 대신 싸워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는 그러나 정통성이 있고, 마치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이해 집단자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연설을 아주 입에 달고 산다.  그가 사람들의 호응을 받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그가 정치가가 아니라 사업가란 사실이다.  내 나라의 경제에 관한한 믿을 만하다고 여기고 싶은 대중의 마음을 정확히 읽었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결과는 없거나 다른 이유로 당연히 전해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정확한 상태조차 알지 못하는 집단 망각에까지 가있다.  이것이 그가 사업가인 이유고, 그가 쇼의 천재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트럼프가 시원스럽다.  그가 하는 이야기가 다 그럴듯하다.  그리고 그는 항상 그의 이야기를 앞에 내세우며 아주 쉬운 단어들만, 심지어 욕으로 대답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길을 걸어온 정치인들은 스스로의 창피함 때문이라도, 가문이나 체면 때문이라도 할 수 없는 기행이 그의 인기의 비결이다.

나는 브랜드의 평판이 어떻고를 따지는 것조차 계산적이라는 인식을 받는다.  굳어진 이미지를 바꿀 때를 염두에 두기도 싫다.  그럴수록 아주 바닥의 이야기는 간단하고, 순수하며,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  나는 이제 각 부문의 브랜드들이 이야기를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없어질 미래에는 더 찾게 될 인간의 이야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얼마나 노력하는 회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또 많기에 떠오른 생각이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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