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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같은 역할로서의 영어 이야기

제 아이 중 한 아이는 초등학생입니다.  미국에서도 그랬듯이 이곳 북유럽에서도 제가 아침에는 학교에 데려다 주곤 합니다.  거의 모든 서구 사회가 비슷합니다만 아침에 시간이 맞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주로 학교에 자녀를 데려다 주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저녁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요.
 
하지만 이곳은 미국과는 좀 다르게, 아이들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학교와 집의 거리가 가깝고, 치안이 보장된 곳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통학길에 아이들이 사건 사고를 당했다는 일은 듣지 못 했습니다.  이야기가 약간 빗나갔지만, 제 아이와 학교에 같이 가서 시작종이 칠 때까지 같이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꽤 재미있습니다.  뭐 부탁할 일이나, 엄마 앞에서는 잘 못 했던 얘기들도 밖에서 웃다 보면 서로 잘 통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학교에 가는 날은 집을 나서면서 영어를 씁니다.  아직 스웨덴어가 익숙치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가장 서로의 “소통 수단” 중 익숙한 것을 꼽아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어를 주로 한국 단어도 섞이고, 일본어나 독일어도 섞여서 나옵니다.  어떤 단어나 뜻은 그 나라 언어 외에는 없는 뜻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아이가 Novel, Article, Story, Essay (소설, 기사, 이야기, 작문) 가 어떻게 다른지 질문을 해서, 이건 뭐고 저건 뭐 일 거라 생각한다…라고 대화를 하는데, 같은 반 아이가 뛰어오며 아침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 이야기를 좀 듣더니 “와 영어 잘 한다.  나도 좀 알아.  근데 own language는 뭐야?”  라고 갑자기 물어봅니다.  그래서 한국어와 영어라고 얘기했더니 “왜 own language가 두 개 냐고 또 물어봅니다”  이 아이는 “mother’s tongue”을 물어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국가적 문화적 측면을 고려해서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한국어다.  그런데 단순히 네 호기심에 대한 대답은 언어는 두 개나 세 개가 동시에 모국어 일수 있는 가정이 있다 라고 우리의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듯, 일부러 어렵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막 헷갈리는 웃긴 표정을 짓더니 제 아이와 교실로 뛰어갔습니다.  스웨덴어 인사와 함께, 동시에 한국어와 영어의 우리들 인사가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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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 아니 그전까지라도 궁금해하며 답을 찾던 게 있습니다.  미술을 하다 보면, 특히 응용 미술은 컴퓨터나 스캔 장비, 프린터 등 기계와 그 소프트웨어에 참 많이 의존합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의존한다기 보다, 요즘에는 공존한다고 이야기해야겠지요.  과거 넓은 제도판이나 먹물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요.  그것도 비주얼을 강조하는 “영상”으로 접근하면 의존도가 더 커집니다.  매년 달라지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따라가기도 참 힘든 일이고, 이것저것 다 운용하기도 사실 무척 힘에 부치다 보니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고 효율성 좋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찾곤 합니다.
 
저도 한때 “the perfect one for everything, 전부 다 하는 한가지”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을 기웃 거렸습니다.  그래서 할리웃에서는 어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운용 하나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장비며 소프트웨어에 관해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에 관해 친구들과 토론도 별였습니다.  그 당시의 제 모습은 마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엔지니어의 모습이란 걸 안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수업시간에서였습니다.  Production Design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영화 제작의 디자인, 무대와 의상을 포함한 학국에서의 “미술 제작”의 의 의미와 같은 개념의 실무 수업이었습니다.  옵서버 중의 두 사람은 영화 Blade Runner의 Production Director와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수업은 세미나식이었으므로 이것저것에 대한 토론이 오간 후 각자 질문들이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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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관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이야기도 나오고, 제가 질문한 각각 개별 장비에 효율성에 관해서도 의견이 오갔습니다.  저의 “하나만” 병이 또 도져서, 하나만 추천을 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물어보았는데, 대답은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그게 왜 중요한지 나를 설득해 달라.  항상 듣는 질문인데, 너무 자신의 숲에 심을 꽃과 나무를 골라 달라고 하는 질문 같아서 나는 그런 질문은 나의 분야와는 다른 것 같다.  자신은 영화 전체에 시각 효과와 분위기를 위해 항상 노력한다.  그런 일들에 하나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통용되는 일은 절대 없다.  Visual에 마야가 좋으면 그것으로 이야기해라.  소프트 이미지나 라이트 웨이브가 더 잘 맞으면 그것으로 가라.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모국어로 이야기해야 제일 의미 전달이 제일 잘 되듯 여러분의 타고난 특성에 맞게 개발된 툴을 이용해라.  의미 전달이 제일 우선이지 어떤 언어가 제일 좋은 게 아니다.  라는 취지의 답이었습니다.  디자이너인가?  엔지니어인가?  그런 생각에 헷갈리던 저에게 시원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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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자이너였습니다.  모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툴”이며, 저의 비주얼을 위해 존재합니다.  제가 어떻게 그걸 사용할까, 무엇을 사용할까는 제가 무엇으로 소통해야 가장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로 바뀌고, 그 이후 그렇게 살았으며, 여러 가지 우리가 필요한 수단들, 언어까지도 “툴”로서 이해하고 그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후 한참이 지나 제가 학교 강단에 설 일이 있었을때, 또 제가 10여년 전 했던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때 이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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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Syllabus, 학과 수업 계획서를 만들기위해 사용가능한 도구들 중 “결정” 과정을 통해 하나로 모아짐  
 
단순화라는 측면과의 갈등에서, 결과에 중점을 둔 과정에 어떤 “툴”이 사용되야 하나라고 이해하는 순간 갈등은 사라졌습니다.  언어의 접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야기의 목적에 맞게 여러 나라의 언어들을 “이용”하는 것뿐입니다.  이건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마치 망치질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못을 나무에 박지 마라라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은 얘기입니다.  자꾸 쓰고 익숙해야 도구에 익숙해지고, 속된 말로 “달인”도 될 수 있듯 언어는 자꾸 쓰고 찾을수록 그 능력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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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완벽한 소통을 하기 위해, 무슨 언어를 배우는 게 제일 좋을까요라는 물음에 “언어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 어떤 도구도 한 가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나 유행에 따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어를 먼저 잘 하십시오.  제3, 4의 외국어는 그리 어렵지 않을겁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외국어를 가지고 놀고, 재미있어하고 하는 게 요즘 한국 대부분 부모님들의 꿈이지요?  부모님들이 서로 먼저 외국어에 익숙해지고 웃고 떠들며 자연스러움을 느껴 보십시오.  자연스레 아이들은 따라오게 됩니다.  그게 힘드시다면, 아이들에게도 힘이 듭니다.  외국어를 외국어로 보지 않고 익숙해지는 것, 이것이 언어의 도구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가 어떤 언어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위해 다른 언어를 배우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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