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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이민 추세, “살아보고 결정하면 안 될까?”

Photo by Claudio Schwarz / @purzlbaum on Unsplash

북유럽 이민이나 유학에 관한 얘기를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이민에 비판적이다.  이민이 나쁘다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민은 살아가는 수단의 하나일 뿐 결코 동아줄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역설적인 발견은 내가 이민을 시작한 지 한참만에, 그리고 나와 주변의 수많은 경험을 참조하며 일어났다.  나는 아주 약간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면 큰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여러 아이디어를 본다.  한편으로 사람들도 보인다.  아직 한국에서 너무 빠른, 또는 너무 늦거나 포화단계에 들어가 힘들어 보이는 희망의 다른 이름들을 본다.  이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거나, 내 전부를 걸고 베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학이나 연수같이 다른 이유에서라도 살아볼 기회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가장 꺼리는 말이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 같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건 없다.  반드시 손해 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2012년 스톡홀름에 살 때였다.  스웨덴 우편 서비스인 PostNord나 DHL을 제외하면 물류 서비스가 거의 안 보이던 시절이었다.  음식 배달이나 나아가 온라인 마켓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유는 비싼 인건비, 그리고 운송망 계획 같은 서비스의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어의 밤새웠다는 속어인 Red Eyed는 내가 만든 사업 아이디어였다.  밤을 새운 것 같이 열심히 일한다는 회사명이었다.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각종 서류나 음식을 배달하고, 나아가 마켓에서 장보기 서비스를 겸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스웨덴에서 자리를 좀 잡으면 시도하려고 했었는데, 한국으로 오는 바람에 잊힌 구상이다.  그 후 스웨덴에서는 피자배달을 시작으로 식당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 잇츠가 시작되었고, 대규모 물류와 우편 서비스의 배달 간격을 메꿔주는 각종 회사들이 생겼다.  작년 스웨덴 대형 마켓 체인인 Coop가 스톡홀름 내 당일 배송을 시작했고, ICA를 비롯한 다른 마켓들도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다.  요즘의 소식으로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비로소 스웨덴에서도 “배달”이라는 서비스에 눈을 뜬 모양이다.  “배달”이라는 서비스는 사실 단점 때문에 주목을 못 받았던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념 때문에 꺼리던 것이었다.

한국은 배달의 문화다.  수십 년 전 중국음식이 시작이라고 여기지 마시길 바란다.  조선시대에도 배달이 있었고, 그 이전도 “포장”이라는 개념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보면 “배달의 민족”이라는 회사의 이름은 정말 한민족이 “배달”의 민족이 아니었나 웃음도 난다.  이 회사를 소유한 “요기요”나 “배달통”같은 배달 회사들이 작년 독일의 Delivery Hero라는 회사에 흡수됐다.  팔렸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지만, 이제 한국의 배달 서비스는 독일 회사의 독점 형태로 넘어갔다.  Delivery Hero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40여 개국에 서비스를 진행한다.  물론 북유럽도 한 카테고리에 묶여 “Foodora”라는 현지 브랜드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웨덴 배달 시장 내에 55%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가진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삶의 환경을 바꾸고 가능성을 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극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하면 경제적으로 한 곳을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곳에 집중하는 건 불가능하다.  보다 강력한 이유, 내가 꼭 그 나라에서 이 사업을 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나는 취업을 제공할 수 있다면, 현지 경험이 적어도 일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도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다행히 스톡홀름에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센터가 생겼다.  그러나 나는 폼 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창업이 아니라 오히려 대규모의 고용이 이루어지고 한국이 잘했던 서비스가 바탕이 되는 사업을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의 청년이나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한국계 배달 회사에 취업하고 북유럽 현지에서 살아보며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정말 자신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가족이나 자신의 삶을 한국에서 옮겨올 수도 있다.  이제 이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인턴 이민이라고 할까, 먼저 일하고 살아보는 것을 생각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모든 걸 바꾸는 형태의 이민은 선호되지 않는다.  환경이나 교육같이 특정한 이유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빠른 배달 시스템과 인턴 이민이 결합한다면 어떨까.  창업과 취업 제공, 사회의식 변화 등의 몇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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