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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시작되는 북유럽의 11월

Photo : All Saint’s Day (by NordikHus)

11월은 가을과 겨울을 이어준다. 한국의 11월은 좀 더 깊이를 더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반면, 북유럽의 11월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변화와 의미를 여러모로 느끼게 해주는 달이다.  10월부터 하루하루 급격히 짧아지는 일조량은 11월쯤 되면 이젠 캄캄한 하루 생활을 받아들이는데 담담한 마음을 갖게 한다.  11월은 북유럽 사람들에게 첫눈의 소식을 기다리게 해주는 달이기도 하다.  북쪽 지방으로 갈수록 10월 중에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11월은 본격적인 연하장에 담길만한 예쁜 하얀 설경을 북유럽에서 고대하기 시작하는 달이다.

이렇듯 북유럽에서의 11월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지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북유럽의 긴 겨울을 적응하며 받아들이던 기억이 담겨 있다.  특히 겨울의 정취를 좋아하는 나와 가족들에게 11월의 북유럽은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한편으론 더욱 외롭고 생각이 깊어지는 느낌도 갖게 하던 멋진 한 달이었다. 한편으로는 북유럽을 처음 겪어보는 이방인들에게는 제일 낯설고 힘든 한 달이 11월이 될 수도 있지만, 겨울의 시작을 알리던 여러 가지 11월의 기억들이 북유럽의 추억으로 독특하고 강렬하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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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NordikHus

특히 11월의 첫 번째 토요일에 있는 All Saint’s Day는 북유럽의 겨울을 시작하는 느낌과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특별한 날이다.  가까운 곳의 어떤 공원묘지에라도 그날은 촛불의 물결이 아름답게 출렁이며, 캄캄한 어둠 속에 사람들의 행렬은 장관을 이룬다.  개인적인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라도 그날은 한결같이 세상을 살다가 떠난 영혼들을 추억하고 안식을 빌어주며, 또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다시한번 행복의 가치, 누구나 갖게 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젖어든다.  아마도 이런 그날의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스웨덴에서는 자주 “A day of dignity and reflection”이라고 All Saint’s Day를 설명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스웨덴 출신 건축가, Erik Gunnar Asplund의 대표작, Skogskyrkogården (영어로는 Wooden Cemetery란 의미이다)라는 스톡홀름의 공원묘지에서 지켜보았던 그날의 “촛불의 물결”, 그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묘비에 적힌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을 잊을 수가 없다.

하루하루의 작은 쉼표로 휴식을 갖는 북유럽 사람들에게 11월을 시작하는 All Saint’s Day는 올 한 해를 달려온 삶에서 커다란 쉼표를 찍으며 자기에게 주어졌던 한 해 동안의 모습, 앞으로의 인생 여정, 그리고 마지막에 있을 죽음이란 마침표를 생각하게 해주는 힐링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11월엔 비록 그 아름다운 촛불의 행렬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추억에 젖으며 다시금 내 삶을 돌아보며 11월을 시작하게 된다.

All Saint’s day로 문을 여는 11월의 첫 번째 주말은 한편으론 다시 북유럽을 찾아온 겨울을 시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날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많은 북유럽의 스키장들은 11월과 함께 개장을 한다.  마음 급한 겨울 스포츠인들은 11월이 시작되는 주말에 슬슬 창고에 정리해 두었던 겨울철 운동장비와 썰매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언제 첫눈이 내릴까를 이야기하면서…

11월 11일에는 St. Martin’s day가 있다.  하루 전날인 10일 저녁에는 St. Martin 성인을 기억하며 거위 요리를 먹는 날인데,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전통보다는 외식으로 경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크게 기념하지는 않는다.  스웨덴의 남쪽에서 유독 St. Martin’s day를 기념하기 시작했고, 그 유래와 전통이 오히려 남쪽의 프랑스로 전해졌다고 한다.  11월 마지막 목요일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인데, 그때 먹었던 칠면조 요리의 추억을 북유럽에서 생각나게 했던 날이었다.  미국은 11월 말의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연말 준비와 겨울 준비가 슬슬 시작되는데, 결국 겨울 소식은 역시 산타의 고향, 북극에 가까운 북유럽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는 듯하다.

북유럽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흔히 그곳의 겨울을 두려워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겨울보다는 여름을 원하고, 일조량이 적은 어두운 긴 하루를 어떻게 견디고 살까…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의 겨울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북유럽의 추억은 ‘겨울’이 더욱 강렬하고 많은 이야기를 남겨주었다.  삶에 대한 생각, 나와 행복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11월의 All Saint’s Day의 분위기와 함께 젖어들었던 것 같다.  방문객의 발걸음도 적어지는 11월부터는 북유럽의 거리도 한적하고 더욱 운치를 더한다.  그때의 호숫가, 산책로, 차가운 바람 사이로 걸으며 오히려 깊은 낭만이 더해가고, 계절과 자연의 어두운 무게감 속에서도 사람들의 변함없는 차분함과 평온함이 더 많은 깨달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11월이었다.

올해도 11월은 시작되었다.  작년 이맘때 한국인들이 너무 추위에 움츠러 들고 겨울을 힘겨워하는 것 같다고 포스팅을 쓴 적이 있다.  북유럽에서 겨울은 오히려 많은 일과 모습에서 깊이와 완성을 더해가는 원동력을 준다.  ‘스칸디나비아의 루크와 안젤라’도 2013년 11월 2일에 시작하여, 그해 11월은 루크와 나의 마음속에 담겼던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쏟아붓게 해주었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왜 이렇게 가을이 추운 거야”라는 생각보다 겨울을 열어주는 멋진 11월,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고 돌아보는 여유를 주는 11월이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앞으로의 11월 한 달이 더욱 많은 생각들로 의미 있게 채워질 것이다.

 

by Ang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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