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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북유럽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

Photo by Göran Assner / imagebank.sweden.se

아직도 무조건 돌아다니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여행 목적이 점차 다양해지는 것을 느낀다.  쇼핑이나 디자인, 또는 그 시간의 현지 축제같이 뚜렷한 목적을 두고 여행을 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은 아마도 가족끼리, 또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과 “정말 머리를 식히는”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되겠다.

눈 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펑펑” 이렇게 말이다.  글리세린이나 액체 괴물같이 끈끈한 술을 마셔보았는가.  머리가 얼어붙도록 차디찬.  살면서 내 삶에 한 번이라도 감사한 적이 있었는가.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심으로 말이다.  이것들이 궁금하다면, 그래서 한없이 추울 것 같은 북유럽에 왜 그것도 한참 추운 겨울에 가라고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미 티켓 예매를 뒤져보는 행동이 있을 것 같다.  물가 비싸다는 북유럽은 큰 오산이고, 한국 수준이다.  비행기 표가 비쌀 것 같다면 그것도 겨울에 가는 이유가 된다.  너무 추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이 느낀다면, 매년 겨울 한국에 찾아오는 북유럽 친구들이 항상 하는 말은 “한국 너무 춥다”인걸 생각해 보기 바란다.

수치상의 기온이 추운 것은 사실이다.  영하 10 도는 기본이고,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습도가 낮아서 체감온도는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눈도 잘 뭉쳐지지 않는다.  눈 위에 뒹굴러보고 입으로도 받아먹어 보면 햐얀 밀가루를 뿌린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눈이 쏟아지는 날, 원래 조용하기도 한 북유럽 이지만 주변 소음은 모두 잠든다.  마치 음악 녹음실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이 내 숨소리를 제외한 소리가 없어진다.  그리고 또 귀를 기울여보면 눈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눈끼리 부딪치며 나는 소리 같은 작은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조용하다는 말일께다.  이 눈이 쌓이면 스납스라 불리는 독한 술, 특히 보드카나 진 같은 술을 그 눈 속에 파묻어라.  몇 시간 후 알콜때문에 얼 수 없는 이 술은 찐득한 액체 상태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술잔에 따를 때도 잘 안 떨어지는 덩어리같이, 마치 물개가 내는 어응~ 하는 소리같이 술 덩어리가 떨어진다.  실내 온도에서 이 상태로 몇 분 후엔 슬러시 같은 알갱이로 바뀐다.  그럼 얼음의 느낌이 난다.  이러기 전에, 그러니까 아직 찐득한 상태일 때 그냥 입에 털어 넣어라.  한 잔이면 “이게 뭐지?” 할 테고, 두 잔이면 머리가 한기에 지끈거릴 것이다.  그 시간이 또 지나고 다시 조용한 시간이 되면 어느새 노트나 메모지에 뭔가를 그리거나 쓰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되고픈 욕구가 막 용솟음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본능이 누구에게나 있음을 깨닿는다.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모아지고, 다시 한국이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겪는 고민거리로 옮겨간다.  이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그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나와 내 고민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확신 없는 의구심들.  나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나 자신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엔 비행기 표가 싸다.  미국에선 300불 아래로도 노르웨지안 에어가 운행 중이다.  물론 저가 항공사고, 내 짐도 잃어버린 적 있는 항공사지만 값은 싸다.  호텔, 식당,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이 아니라면 평소 가격일 것이다.  예약은 필수다.  만일 헬싱키나 스톡홀름, 오슬로, 코펜하겐 같은 대도시를 벗어나 더 북쪽으로 갈 계획이 있다면, 오로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에서는 핀에어로 헬싱키 직항을 타거나 여러 항공사의 플랜을 결합해서 스스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가장 싼 것은 모스크바 경유, 아에로플로트.  스웨덴 스톡홀름까지 간다.  난 이 비행기를 타면 모스크바 공항에서 러시아 음식을 먹거나, 아예 공항 밖으로 나와서 그 추운 날씨도 느끼곤 한다.  두 번째는 에어 차이나, 베이징을 경유해서 스톡홀름을 간다.  그 외에는 경유지에 따라 값이 다른데 보통 4시간 이상 경유 시간을 잡지 않는다.  내가 선호하는 경유지는 프랑크푸르트, 암스텔담, 또는 파리다.  파리 경유가 싸고, 나머지는 비슷하다.  영국 히드로나 간혹 카타르 도하 쪽에 세일 상품이 있기도 한데, 무척 힘들다.  아주 많이 돌아가는 편이라서…  그리고 가장 편하지만 비싼 것이 핀에어인데, 좀 일찍 예매하면 오히려 에어 프랑스나 브리티시 에어보다 더 쌀 때도 있다.  나는 보통 출장이기 때문에 여유 시간이 잘 없다.  보통 일주일 전에 잡는데, 그래도 아에로플로트나 루프트한자는 워낙 비행기 편이 많아서 그렇게 비싸지 않다.  70만 원에 간 적은 많고, 아무리 비쌀 때라도 130만 원을 넘기진 않는다.

북유럽에 들어가는 루트도 궁금해하시는데, 나는 코펜하겐 인, 아웃을 추천한다.  다양한 경험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카스트룹 공항은 스웨덴 쪽에 아주 가까이 붙은 공항이다.  공항 안에는 기차 표를 파는데 덴마크는 물론 스웨덴 남부 스코네 지역까지 다 연결이 된다.  카스트룹에서 외례순드 다리 건너 스웨덴 말뫼에서 1박 후 선호에 따라 스톡홀름, 또는 오슬로 쪽으로 계획을 하면 된다.  고속 열차인 SJ로 약 4시간이면 스톡홀름에 도착하고, 오슬로는 조금 더 걸린다.  스톡홀름에선 실리아나 바이킹 라인의 배로 헬싱키를 갔다 올 수 있으며, 오슬로에서는 아마 E18으로 기억하는데, 고속도로로 스톡홀름에 올수 있다.  휴식과 사색을 위한 곳으로는 대도시 근방의 시골이 좋다.  북유럽의 대도시 중 선호하는 곳을 고르고, 그곳 근처 한두 시간 거리의 시골 마을을 찾아라.  북유럽에선 30분만 도시를 벗어나도 한없이 평온하다.  난 당연히 스톡홀름 근처의 여러 시골들을 권한다.  머리 식히러 도시에 나오는 재미도 있고.  차는 필요 없다.  있어도 운전을 못하겠지만…  대중교통이 24시간 움직인다.

내가 북유럽을, 그것도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의 삶이었으니까 그렇다.  추운 날씨에도 한없이 따뜻한 북유럽의 문화가 탄생한 원천이어서 그렇다.  버림받은 땅, 아무도 관심 없는 그곳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겸손을 배웠다.  그리고 다시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한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들은 살았다.  그들에게서 나온 모든 것들, 누군가 컴퓨터 앞에서 한 시간이면 할 수 있을 것 같이도 느끼는 그 아름다움들도 오랜 역사와 수많은 생각의 시간을 거친 결과물이다.  북유럽을 배울 생각도, 따라 할 상상도 알고 보면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나로 다시 돌아오니까.  “한없는 수용”, 그리고 인내 이런 가치가 뭔지 겨울의 북유럽에선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지난 참고글이 있어서 같이 올린다.

북유럽의 춥고 외로운 계절의 아름다움
http://www.nordikhus.com/%eb%b6%81%ec%9c%a0%eb%9f%bd%ec%9d%98-%ec%b6%a5%ea%b3%a0-%ec%99%b8%eb%a1%9c%ec%9a%b4-%ea%b3%84%ec%a0%88%ec%9d%98-%ec%95%84%eb%a6%84%eb%8b%a4%ec%9b%80/

 

by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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